中 백지시위 지지 전세계 확산…"시진핑 반대" "독재 반대"(종합)
홍콩·대만·영국·미국·캐나다·일본·독일중국인 등 시위대 '시진핑 반대' 외쳐
특히 중국 본토에서 시위대가 시진핑 국가주석의 퇴진을 요구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자, 3년 전 '노란우산'을 들고 민주화 시위를 주도했던 홍콩의 학생들은 중국정부의 코로나19 규정에 항의하며 "독재 반대"를 외쳤다. ◆홍콩 28일 베이징이나 상하이에서는 시위 소식이 없었다. 그러나 약 50명의 학생들이 홍콩중문대학교에서 수백만명을 자택에 구금하는 규제에 대해 반대 시위를 하는 본토 사람들을 위한 지지의 표시로 촛불을 들었다. 학생들은 보복을 피하기 위해 얼굴을 가린 채 "PCR 검사 없이 자유!", "독재에 반대하고, 노예가 되지 말라!"고 외쳤다. 이날 집회는 같은 중국이지만 본토와는 별개의 법체계를 가지고 있는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분쇄하기 위해 부과된 규칙 하에 1년여 만에 가장 큰 시위였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공산당의 만연한 검열에 대한 반항의 상징인 백지 한 장을 든 상하이 출신 제임스 차이(29)는 이날 홍콩 시위에 참석해 "오랫동안 목소리를 높이고 싶었지만 그럴 기회를 얻지 못했다"며 "본토 사람들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면, 나도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홍콩에서는 중국 본토의 대학에서 시위하는 학생들을 위해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사람들이 노래하는 소리가 들려요?"라는 가사가 담긴 노래를 부르면서 '두려워하지 마세요', '잊지 말아 주세요', '용서하지 마세요'라고 적힌 포스터를 붙였다. 그리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들의 얼굴을 백지의 흰 종이 뒤에 숨겼다. 보복이 두려워 실명을 밝히지 않고 자신을 'G'라고만 소개한 24세의 중국 본토 학생은 "지지를 보여주고 싶다"며 "과거에 내가 알 수 없었던 것들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대학 경비원들은 시위 모습을 비디오로 촬영했지만 경찰이 개입한 징후는 없었다. 금융기관이 밀집한 홍콩 중구 지하철역에서는 약 40명의 시위대가 중국 정부의 '코로나 제로' 정책으로 사망한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우루무치 화재 사건' 희생자를 애도했다.
홍콩 경찰은 12명 이상의 집회를 금지하는 전염병 규칙을 위반하지 않기 위해 소규모로 분리된 단체로 서 있는 시위대 주변을 에워쌌다. 경찰은 시위대가 코로나 방역조치를 위반하지 않는 지를 감시하며 참가자들의 신원을 확인했지만 체포된 사람은 없었다. 중국 본토 출신 대학생인 섬머(20)는 “중국인들은 정부가 하는 일을 매우 잘 참지만 이번에 나선 것은 더 이상 살 수가 없게 됐기 때문이다. 계속 살 수 있게 해 달라는 기본적 요구를 하고 있다. 사람들이 가장 기본적 권리조차 보장되지 않는 것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홍콩에서는 2019년 홍콩 정부의 보안법 제정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이래 대규모 시위는 없었다. 섬머는 중국의 시위를 33년 전의 천안문 민주화 요구 시위에 비유했다. 그는 “당시는 대학생들만 시위했지만 이번에는 농부를 포함한 모든 계층이 나서고 있어서 희망적”이라고 했다. 홍콩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주말 홍콩대학교 캠퍼스에서도 사람들이 모여 본토의 시위를 지지했으나, 경찰이 현장에 도착한 직후 중단됐다. ◆대만 텐안문(天安門)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투옥됐다가 대만으로 망명한 저우펑수어(55) 등이 27일 대만 수도 타이페이에서 농성을 벌였다. 본토와 홍콩, 대만 출신 200여명이 자유의 광장에 모여 시를 낭송하는 등으로 중국 시위대를 지지했다. 저우펑수어는 “우리는 자유를 원한다. 그건 기본적 인권이다. 자유가 없으면 존엄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시위가 갈수록 심해지는 권위주의 통치에 대한 반대, 즉 “한 달 전 스스로 제왕이 된 시진핑에 대한 반대, 자유와 정치적 권리를 한 치도 허용하지 않는 공산주의 체제에 대한 반대, 사람들을 집에 가두는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반대”라고 강조했다. 그는 1989년의 천안문 시위가 떠오른다면서 “상하이에서 처음으로 수백 명이 모여 중국 공산당 해체와 시진핑 독재 종식을 요구했다. 3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대만 관영 CNA 통신은 중국 시위를 지지하는 시위대들이 촛불과 A4 백지를 들고 “중국에 자유를,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이라고 외치고 희생자들의 안식과 투쟁 지속을 염원했다고 전했다.
런던의 중국 대사관 앞에 27일 100여명이 모여 우르무치 화재 희생자를 추모하고 상하이 시위대에 대한 중국 당국의 구금조치를 비난했다. 얼굴 전면을 가리는 마스크를 쓴 이브라는 중국이탈그룹의 대표자는 “중국인들이 탄압받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지속된 탄압을 바꿔야 한다. 누군가는 맞서 싸워야 한다. 항거해야 한다. 권위주의 정부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위구르 인권운동가 라이한 아사트는 옥스퍼드에서 열린 시위 장면을 트윗했다. 50명 넘게 참여한 시위 도중 한 참가자는 “도서관과 직장, 자택에서 이곳으로 모인 사람들이 희망을 안고 모였다”고 했다. 그는 “고국에서 벌어진 일 때문에 어제 모두 잠을 자지 못했다”고도 했다. ◆미국과 캐나다 예일대와 스탠포드대 등 미 전국의 대학 캠퍼스에서도 우르무치 화재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위가 열릴 예정이다. 스탠포드대 시위를 준비하는 사람이 시위가 우르무치 희생자는 물론 “코로나 봉쇄정책으로 희생된 모든 중국인”을 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수도 토론토의 중국 영사관 앞에서도 26일 중국어 사용 시위대들이 중국 공산당 해체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는 시위를 벌였다. ◆일본 도쿄의 번화화 신주쿠 철도역 광장에서 27일 우르무치 화재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위가 열렸다. 중국 본토 출신 등 90여명이 참가한 시위에서 한 학생은 우르무치 피해만이 아니라 “중국 체제의 본질에 항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중국의 코로나19 제로 전략을 비판하는 시위에 대해 지지를 표명한 여러 국가 중 독일도 포함됐다. 독일 현지에서는 아직 직접적인 시위는 없지만 주요 인사들이 중국 시위를 지지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치벨레(DW)에 따르면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DW 인터뷰에서 중국 당국이 시위자들의 자유를 "존중"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오늘날에도 (중국 정부의 코로나 규제)조치가 훨씬 엄격하고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국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부담이 될지 궁금할 뿐"이라며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거리에서 그들의 조바심과 불만을 말하고 싶어하는 이유를 이해한다"고 했다. 독일 녹색당의 오미드 누리푸르 의장은 시위가 많은 사람들의 "용감함"을 보여준다고 말하며 칭찬했다. 누르푸르는 시진핑 국가주석과 집권 중국 공산당에 대한 구호를 언급하며 "이런 시위가 일어나고 있고 이런 구호가 있다는 것은 인상적이고 특이하다"며"(시위의) 이미지는 많은 사람들의 용기와 절망을 증명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