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카페논란]①모텔 준하는 시설…비대면 송금하니 바로 입실
각 방문엔 창문 없어 내부 들여다보지 못해매트리스 등 침구류 구비…성인채널 시청 가능신분증 검사 따로 하지 않고 들어갈 수 있어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정부가 청소년 유해업소 논란이 일고 있는 룸카페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가운데, 실제 서울 시내 일부 룸카페들은 모텔을 방불케하는 폐쇄된 시설에 고객들의 연령 확인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지난 9일 오전 10시께 취재진이 방문한 서울 강남구의 한 룸카페는 인근 1㎞ 안팎으로 10여개의 초·중·고등학교가 밀집돼 있고, 유명 학원들이 몰려 있어 청소년들이 자주 찾는 곳이었다. 룸카페에 들어서니 최신 유행곡이 흘러나오는 대기 공간에 각종 음료와 과자류가 가득했다. 부루마블 등 인기 보드게임도 무료로 대여할 수 있었다. 카운터에 사장은 없었고 '잠시 자리 비웁니다. 전화주시면 바로 입실 가능합니다'라는 글이 적혀있었다. 적혀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자 사장은 나이와 신원 등을 확인하지 않은 채 "계좌이체로 1만원 내시고 방을 이용하면 된다"고 안내했다. 방으로 가는 복도에는 양쪽으로 각각 15개의 방과 13개의 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각 방은 창문이 없는 미닫이문을 갖고 있었고, 밖에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었다. 입실한 방은 1평(3.3㎡) 남짓한 공간으로 문을 닫으니 완전한 밀실이 됐다. 다만 방음은 잘 되지 않았다. 방 안에는 푹신한 매트리스와 쿠션 등 침구류가 구비돼 있었다. 또 방에 배치된 TV를 통해 자유롭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시청할 수 있었다. OTT 서비스에서 성인 영화 채널에 들어가니 비밀번호가 걸려 있었다. 하지만 널리 쓰이는 비밀번호 '0000'을 누르니 성인채널 시청제한은 쉽게 풀렸다. 복도 끝에는 외부 흡연실이 있었다. 고철로 된 재떨이 주변으로 담배 꽁초들이 10여개 떨어져 있었는데, 흡연실 출입문에는 '미성년자 출입 금지' 등의 문구조차 없었다.
200m 남짓 떨어진 또 다른 룸카페에 가보니 이곳 역시 방에 창문은 없었다. 그나마 출입구에 '19세 미만 출입·고용 금지업소'라는 문패가 적혀있었다. 하지만 카운터를 지키고 있던 직원은 기자보다 먼저 입장한 한 커플의 신분증 검사를 하지 않고 들여보내줬다. 그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어 연령대를 쉽게 가늠하지 어려웠다. 이 룸카페 직원 20대 김모씨는 "최근까지는 청소년 출입에 대한 제재는 없어 청소년들도 들어올 수 있었다"며 "언론 보도와 단속으로 청소년 이용 불가 문패를 붙였지만 매번 신분증 검사를 하지는 않고 외모가 어려 보이면 한다"고 설명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이 룸카페를 찾은 20대 황모씨는 "청소년들이 일탈 장소로 이용하기에는 확실히 좋은 조건이긴 하다"며 "성인이 되기 전에 청소년들이 이런 곳에서 탈선 행위를 하다 잘못된 길에 들어서면 위험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객 20대 김모씨도 "사실 청소년들 외모가 조숙한 경우가 많아 신분증 검사를 안 하면 쉽게 통과하지 않을까 싶다"며 "적어도 성인실과 청소년실은 구분해서 만들어놨으면 어땠을까 한다"고 했다. 업주들은 최근 언론을 통해 룸카페의 청소년 유해업소 논란이 이는 것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사업 허가를 받을 당시 청소년 이용 관련 내용을 제대로 안내 받지 못했다고 토로한다. 정부가 하루빨리 제대로 된 기준을 세웠으면 한다는 요구도 높다. 룸카페를 운영 중인 40대 박모씨는 "물론 우리 룸카페가 청소년들의 탈선의 장으로 이용되는 것은 어른으로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이전에는 청소년들이 매출에 꽤 영향을 미쳤는데 청소년 입장 불가로 바뀌면서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구청에서도 처음에 룸카페 사업 허가를 내줬을 때 창문이 있어야 한다는 등의 제대로 된 규칙을 설명하지 않았다"며 "이제와서 이렇게 손님을 가려 받으라고 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가 지는 것 아니냐"고 한탄했다. 또 다른 룸카페 업주 40대 최모씨도 "열심히 살고 있는 우리 룸카페 사장들이 마치 불법을 저지르는 것처럼 보여 안타깝다"면서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면 빨리 정부가 다른 방안을 열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