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터뷰]디도나토 "정치적이라고요? 억압 앞에서 침묵은 저와 맞지 않을 뿐"
메조소프라노·'가장 정치적인 소프라노'로 유명3월 내한 공연...세종솔로이스츠와 '오버스토리 서곡' 초연이번 화두는 '환경'..."코로나 펜데믹 후 인식 달라져"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조이스 디도나토(52)는 세계 최정상급 메조소프라노다. 정치 신념과 성향을 서슴없이 드러내는 것으로 유명해 '가장 정치적인 소프라노'로도 불린다. 2013년 팝송 '오버 더 레인보우'로 러시아 동성애금지법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를 던져 파장을 일으켰다. 2019년 첫 내한 당시에는 '전쟁과 평화'에 대해 노래했다. 디도나토는 4년 만에 다시 방한, 오는 3월1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세종솔로이스츠와 '오버스토리 서곡'을 초연한다. 이번 화두는 '환경'이다. '오버스토리 서곡'은 2019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리처드 파워스의 소설 '오버스토리'가 던진 환경 문제에 대한 예술적 고찰을 담아낸 작품이다. 한 그루의 나무로 상징되는 아홉 인물의 개별적 삶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디도나토는 이들 중 한 사람인 식물학자 패트리샤 웨스터퍼드 역을 연기한다. "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가사를 통해서 전달될 거예요. '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다'는 내용입니다." 최근 뉴시스와 서면 인터뷰로 만난 디도나토는 "코로나19 펜데믹 후 환경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고 했다. "팬데믹이 찾아온 뒤로 주어진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며 "4년 전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는 것에 대한 인내심이 많이 줄었고 깨끗한 공기로 숨쉬고 있다는 사실에도 훨씬 더 깊이 감사하고 있다"는 근황을 전했다. 자신을 따라다니는 '정치적'이라는 평가에 대해 "음악이 가진 조화와 아름다움, 통일과 평화라는 속성들이 무대 위에서만 존재하는 상황이 불편하다"고 털어놨다. "저는 음악의 아름다움이 제 삶 속에도 있기를 원해요. 그래서 세상을 향해 표현하죠. 세상에 사랑과 빛을 주기 위해 내가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했다는 마음으로 밤에 잠이 듭니다. 저는 늘 제 의견을 표현해왔고, 억압 앞에서 침묵하는 일은 저와 맞지 않아요."
디도나토는 체칠리아 바르톨리, 예카테리나 세멘추크 등과 함께 최고의 메조 소프라노로 꼽힌다. 그래미상, 그라모폰 올해의 아티스트 등을 수상했고, 그라모폰 명예의 전당에도 헌액됐다. 하지만 그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성악에 입문했고 긴 무명 시기를 거쳤다. 그의 인생이 바뀐 결정적인 계기는 대학교 마지막 학년 때 TV로 본 이탈리아 출신 메조소프라노 체칠리아 바르톨리의 공연이었다. "체칠리아 바르톨리가 PBS 방송에서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중 '방금 들린 그대 음성'을 불렀어요. 제가 익히고 있던 곡인데도 생전 처음 듣는 것 같았죠. 바르톨리는 자신이 느끼는 기쁨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어요. 그때 바르톨리에게서 얻은 가장 중요한 것은 '무대 위에서 내가 그 일을 정말로 즐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도 된다'는 허락이었습니다." 디도나토는 대학 졸업 후 필라델피아 보컬 아츠 아카데미에 입학했다. 이후 1995년 여름 산타페 오페라 페스티벌이 마련한 트레이닝 프로그램에서 최우수 참가자로 뽑혔다. 1998~1999년 시즌부터는 미국의 로컬 오페라단 직업 가수로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는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단이 무대에 올린 토드 멕코버 오페라 '부활' 세계초연 무대에서 히로인 '마슬로바' 역을 맡아 처음으로 조명받기 시작했다. 2000~2001 시즌에는 '라 스칼라'에서 로시니 '신데렐라'의 안젤리나 역으로 섰고, 2001년엔 파리 국립 오페라,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 무대에 데뷔했다. 2005년에는 메트로폴리탄 무대에 오르며 명실상부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긴 무명시절을 거쳐 세계 최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동력은 '음악'이었다. "제 동력은 언제나 음악 그 자체, 그리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강한 욕구였어요. 음악과 감정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수준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엄청나게 힘들었지만 그만큼 보상도 컸어요. 내면을 다스리는 일은 가장 어려우면서도 일상에서 가장 도움이 되는 능력이기도 하죠." 디도나토는 '오버스토리 서곡'을 통해 토드 멕코버와 오랜만에 만난다. MIT 미디어 랩 교수이자 21세기를 이끄는 현대음악 작곡가인 토드 마코버는 세종솔로이스츠로부터 작곡을 위촉받아 '오버스토리 서곡'을 풀어냈다. "토드와는 정말 오랜만에 함께 작품을 해요.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의 초연작 '부활'은 제가 처음으로 주연으로 활약한 의미 있는 오페라인데 그 이후로 토드와 같이 작품을 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어요. 좋은 음악적 친구의 작품을 하게 돼 너무 기뻐요." 디도나토는 한국 방문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2019년 서울 공연은 정말 멋진 경험이었어요. 한국의 청중이 저를 정말로 따뜻하게 맞아준다는 인상을 받았죠. 당시의 굉장한 반응을 아직도 가슴에 간직하고 있어요. 공연을 마치고 서울을 떠날 때 이곳을 반드시 다시 찾게 되리라는 것을 알았어요. 한국에 갈 날을 너무나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국의 음식과 문화도 전부 경험하고 싶어요.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