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현호, '미스터트롯2' 아닌 '불타는트롯맨' 택한 이유
최종 톱10…데뷔 10년만 이름 알려'오빠 아직 살아있다' 무대 인상적"노래 못해서 춤춘다는 편견 속상"김중연과 선의의 경쟁…"큰그림 그려""불트 출신 끝까지 가져가고파"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박현호(31)는 MBN 오디션 '불타는 트롯맨'을 통해 이름 석자를 제대로 알렸다. 2013년 그룹 '탑독'으로 데뷔한 지 10년만이다. 그룹 '언더독'을 거쳐 솔로가수 '아임'으로도 활동했지만, 큰 인지도를 얻지 못했다. 이후 도전한 KBS 2TV '트롯 전국체전'(2000)도 좋은 경험으로 남지는 않았다. 오디션 경쟁 구도로 인해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지난해 불타는 트롯맨과 TV조선 '미스터트롯2' 모두 출연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연예인을 그만해야 하나'라는 고민이 컸기 때문이다. 한 차례 거절 끝에 불타는 트롯맨에 출연한 데는 이유가 있다.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당시 내가 '트로트 프로그램에 또 나가는 게 맞나' 싶었다. 미스터트롯2에서 제의가 왔을 때는 '이제 가수를 안 할 것'이라고 했다. 그 때 마음가짐이 그랬다. 근데 불타는 트롯맨을 거절한 날 (오디션에) 안 나가서 후회하는 꿈을 꿨다. 그날 저녁 불타는 트롯맨 제작진에게 다시 전화가 와 '나가야겠다' 싶었다. 살면서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다. 준결승전까지 오려고 그 꿈을 꿨나 싶기도 하다." 박현호는 최종 10위를 기록했다. 처음부터 목표를 정한 건 아니지만, 결승전을 코앞에 두고 경연을 마무리 해 아쉬움이 남을 터다. 준결승까지 진출했을 때 "상금이 눈앞에 보이니 더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면서도 "''어디까지 가자'가 아니라 '나를 보여주자'는 생각"이었다. 특히 이하평(32)과 1대 1 라이벌전에서 선보인 남진의 '오빠 아직 살아있다'로 건재함을 보여줬다. 당시 "나 박현호, 아이돌도 망했고, 솔로도 망했고, 오디션도 떨어져 봤다. 이제 내 나이 서른. 하지만 박현호 절대 죽지 않아"라는 내레이션이 공감을 샀다. "오빠 아직 살아있다는 정확히 6일 준비했다. 가장 단시간에 극한을 맛봤다. (댄스스포츠 종목인) 파소도블레 춤 등을 하루에 몰아서 배웠는데, 목을 뒤로 다 꺾고 노래하는 게 제일 어려웠다. 사실 퍼포먼스를 준비하려면 노래만 하는 친구들보다 2배 더 연습해야 한다. '노래를 못해서 춤 춘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남들보다 2~3배 노력해도 과정을 몰라줄 때 가장 속상하다. 노래를 못하는 게 아니라 사람마다 이미지가 있지 않느냐. 각자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했다."
약 4개월 간 경연에 임하며 성장한 지점도 많다. 지원한 날부터 하루에도 몇 번씩 연습 영상을 찍어서 제작진에게 보냈다. 1~2주만에 무대를 준비해야 해 "오디션 시작하고 하루도 쉰 적이 없다"고 할 정도다. 춤 연습을 하며 양쪽 무릎이 멍 들고, 손가락에 금이 가는 부상도 이겨냈다. "사실 난 퍼포먼스를 잘 하는 편이 아니다. 물론 노래로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나보다 노래를 잘 하는 친구들이 많다. 이중에서 내가 살아남기 위해선 춤과 함께 화려한 무대를 보여줘야 했다"며 "(심사위원인) 주현미 선생님이 '내 얼굴과 표정만 봐도 힘듦이 느껴지고, 얼만큼 고생했는지 알 수 있다'고 하더라. '사람들이 알아줘야 한다'고 해 울컥했다"고 털어놨다. 준결승전에서 김중연(31)과 듀엣 무대도 인상적이었다. 당시 남진의 '나야 나'를 열창했다. 이번 오디션을 통해 가장 돈독해진 친구 사이지만, 자신은 떨어지고 김중연이 결승전에 올라갔을 때 속상하지 않았을까. "중연이가 '야, 부럽지?'라고 하길래, '1등 하면 나도 (상금) 반 줘라'라고 했다"며 "결승전 올라가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중연이를 꼭 이겨야 겠다'는 마음은 없었다. 중연이가 '네 팔자야'라고 자주 얘기하는데, 운명을 믿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중연이랑 통화하면 기본 한 시간이다. 정말 잘 맞다. 아이돌 활동을 해 서로 고충도 비슷하고, 말 안 하고 눈빛만 봐도 교감이 되더라. 중연이랑 처음에 팀을 이뤄 무대를 했을 때 눈을 마주치고 울 뻔했다. 서로 힘을 주고 다독여주려고 하는 게 느껴졌다. 이후 데스매치, 팀전, 준결승전이 오면 '무조건 같이 하자' '우리가 최고의 무대를 만들어서 조회수 1등으로 가자'고 했다. 큰 그림을 그린 셈이다."
불타는 트롯맨 트로피는 성악가 출신 손태진(35)이 거머쥐었다. 최종 우승해 상금 6억2000만원을 받았다. 방송 초반부터 황영웅(29)이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지만, 결승전을 앞두고 상해전과와 학교·데이트 폭력 구설에 휩싸여 물러났다. 박현호는 "태진이 형이 우승할 것 같았다"며 "현장에서 태진 형의 노래를 들으면 울림부터 다르다. 굉장하다"고 귀띔했다. "태진 형과 '트롯파이브' 팀을 함께하면서 많이 의지했다. 연습 끝나면 다같이 맥주 한 잔 마시고, 제작진이 밥 시간 줄 때면 형이 고기도 사줬다. 확실히 배포가 크다"며 "(전)종혁에게 배운 점도 많다. 종혁이는 축구 선수로 활동해서 그런지 몰라도 끈기있고 항상 노력한다"고 귀띔했다. 불타는 트롯맨은 서혜진 PD가 TV조선 퇴사 후 만든 오디션으로 주목 받았다. 서 PD가 '미스·미스터트롯'으로 트로트 신드롬을 일으킨 만큼, 불타는 트롯맨을 향한 관심도 뜨거웠다. 1회 8.3%(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출발, 12회 16.2%로 막을 내렸다. 이틀 차로 방송한 미스터트롯2는 1회 20.2%로 시작했지만, 18~19%대로 떨어지는 등 주춤하기도 했다. "(미스터트롯2를) 신경쓰기보다, 같은 무대를 하더라도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나를 따라올 수 없는 무대를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녹화 때 팬들이 한 명씩 출연자 이름을 쓴 플랜카드를 들고 오더라. '팬덤이 확실히 구축되고 있구나'라고 느꼈다"며 "트로트는 어머니, 아버지들만 많이 볼 거라고 생각했는데, 연령층이 정말 다양했다"고 강조했다. "팬들 반응은 하나도 빠짐없이 다 찾아봤다. (준결승전에서) 떨어졌을 때 '현호씨는 내 마음의 1등'이라는 댓글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무대를 열심히 한다'는 반응도 많았는데, 내 매력은 에너지다. 정말 이렇게 열심히 해본 적이 없다. '열심히 하면 대중들도 느끼는 구나' 싶다. 계속 트로트에 국한하기 보다,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 요즘은 트로트 종류가 많아지지 않았느냐. 정통·세미 트로트로 구분 짓지 않고, 내 감정을 잘 실릴 수 있는 노래를 하고 싶다."
박현호는 트로트를 향한 애정이 점점 커지고 있다. 요즘 트로트 장르가 대중화되면서 아이돌 활동을 하다가 전향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무대가 그리워서 노래 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게 아닐까 싶다"며 "사실 (아이돌 활동할 때보다) 트로트가 더 어려웠다. 트로트는 감정에 충실해야 하고, 좀 더 깊이 있어야 해 고민해서 표현할 부분이 많다"고 짚었다. "지금까지 항상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불타는 트롯맨을 통해 '이렇게까지 할 수 있나' '이게 가능하구나' 싶었다"면서 "밤 새서 노래하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목소리가 나왔다. 내 목이 약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고 웃었다. 아직 전국·월드투어 참여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면서도 "많이 불러준다고 하더라. (준결승전에서 아쉽게 떨어진) '식스맨'(박현호·남승민·김정민·전종혁·최윤하·이수호)이 없으면, 불타는 트롯맨이 빛이 안 나지 않느냐"며 기대했다. "불타는 트롯맨은 나에게 좋은 시작의 발판이 돼준 프로그램이다. 나중에 내가 어떤 가수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불타는 트롯맨 출신이라는 수식어는 끝까지 가져가고 싶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서 나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몸 쓰는 것을 좋아하고, 평소 말도 많은 편이다. 집에서 딸 같은 아들이다. 쉬고 싶지 않다. 굶주려 있다.(웃음) 또 다시 트로트 오디션 제안이 오면 어떻게 할 거냐고? 이번에 준결승전까지 갔는데, 다시 나가서 초반에 떨어지면···. 바로 거절하지는 않겠지만, 많이 고민할 것 같다. 서바이벌만의 매력이 분명히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