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CEO] 구광모 회장이 강조한 LG 100년 '인화' 정신
[편집자주] 기업 최고경영자의 발걸음에는 치열한 고민이 녹아 있습니다. '주간 CEO'는 과거의 활동, 현재의 고민, 미래의 먹거리 등 기업 CEO의 분주한 활동을 되짚고, 그 의미를 발견하는 코너입니다.CEO가 만나는 사람과 그들의 동선을 점검해 기업의 현안이 무엇이고, 미래는 어떻게 바뀔지 독자 여러분께 전달하겠습니다.
[서울=뉴시스] 동효정 기자 = LG가 지난 76년간 유지해온 서로 아끼고 화합한다는 뜻의 '인화(人和)' 정신이 흔들리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해 7월 구 회장의 어머니 김영식 여사, 여동생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와 구연수씨 측으로부터 서류를 받았다. 법정 상속비율(배우자 1.5 대 자녀 1인당 1)에 따라 상속을 다시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LG그룹 내 상속 지분 갈등이 외부로 알려지기까지 구광모 회장은 최대한 대화로 합의하려 했다는 후문이다. 구 회장은 특히 LG가의 전통과 가치 훼손을 우려했다고 한다. 상속 재분배는 용납할 수 없지만 다른 요구사항이 있으면 고려하겠다는 뜻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세 모녀 측은 상속세를 납부하지 않으며 법정 다툼에 대비했다. 이에 구 회장은 연체를 막기 위해 상속세를 대납했다는 소문까지 들린다.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이 2018년 별세한 후 상속인들은 LG 지분에 대한 상속세를 5년 동안 6회에 걸쳐 나눠 내기로 했다. 현재까지 5회 납부했고, 올해 마지막 상속세 납부가 남은 상황이었다. 구 회장은 8개월 동안 남몰래 속앓이를 하며 가족간 갈등을 풀어보려 했지만 세 모녀 측은 올 초 내용증명을 보냈다. 세 모녀는 결국 지난달 상속회복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재계에서는 오너 일가 내부적으로 대화를 시도했지만 갈등을 봉합하지 못한 만큼 소송 갈등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본다. 가뜩이나 신사업에 박차를 가하며 체질 개선을 하고 있는 LG 입장에선 오너 일가의 이 같은 다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LG그룹 계열사 대부분은 영업이익이 급감하거나 적자 전환하는 등 어닝 쇼크를 보이고 있다. 계열사들이 집중해 온 신성장 동력이 자리 잡고, 사업이 안정 궤도에 오르려면 총수의 과감한 결정과 빠른 판단이 중요하다는 평이다.
이에 구 회장은 세 모녀 소송이라는 마음앓이 와중에도 인재 확보와 신사업을 위한 LG 행사에는 변함없이 참석하고 있다. 세 모녀가 서류를 보낸 지난해 7월에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방한 만찬에 참석해 LG CNS의 스마트공항 운영 솔루션 협약을 측면에서 지원했다. 지난해 9월에는 사장단 워크숍을 주관하며 중·장기 사업 포트폴리오 방향과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논의했다. 10월에는 폴란드와 미국의 LG에너지솔루션 사업장을 찾아 사업 현안을 직접 점검했다. 올해 1월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경제계 신년인사회에도 참석했고,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와엘 사완 쉘 최고경영자 등 글로벌 CEO들과 잇따라 회담하기도 했다. 지난 8일에는 올해 첫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글로벌 복합 위기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세 모녀의 상속회복 청구소송과 상관없이 구 회장의 업무 시계는 더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지난 16일에는 한일 비즈니스 협상을 위해 일본으로 출국하기 직전에 주력 계열사들이 집결한 'LG테크콘퍼런스'에 후드티를 입고 참석하기도 했다. LG테크콘퍼런스는 국내 이공계 연구개발(R&D) 인재 확보를 위해 진행하는 행사다. 이날 오후에 일본행 비행기를 타야하는 구 회장은 오전 시간을 비운 채 행사장을 찾아 참석자들과 일일이 소통했다. 구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의미 있는 한 마디를 했다. 그는 "LG는 '사람과 인재'가 소중하다. 이는 75년이 넘는 LG 역사 속에 간직해 온 원칙이다"고 밝혔다. 구 회장이 '사람'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난데 없는 재산권 분쟁을 딛고, LG 100년 역사를 구 회장이 '인화' 정신으로 어떻게 지켜낼 지 LG 직원들과 재계 모두 주목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