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수라는 악마의 유혹…연극 '파우스트'[강진아의 이 공연Pick]
그날 밤, 악마의 유혹에 빠진 건 파우스트만이 아니었다. 악마 메피스토의 옷을 꼭 맞춰 입은 배우 박해수는 무대를 쥐락펴락하며 1300여석의 객석을 홀렸다. 지난달 31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개막한 연극 '파우스트'에서 박해수는 물 만난 물고기였다. 연극으로 데뷔해 본래 대학로에서 이름을 날렸던 그는 그동안 참아왔던 갈증을 채우듯 5년여 만에 돌아온 무대를 장악했다.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으며 매력적인 메피스토를 완성한 박해수는 무대의 지휘자였다. 리듬을 타는 걸음걸이와 춤추는 듯한 몸짓으로 지휘자처럼 두 손을 휘저으며 끊임없이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고 지배한다. 손짓 하나로 시간을 멈추게 하고 물을 포도주로 만들며 사람들에게 달콤한 환각을 선사한다.
괴테가 60여년에 걸쳐 쓴 역작이다. 인간의 본능과 삶의 철학을 짚는 무게감 있는 고전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노학자 파우스트 역의 유인촌이 이끄는 1막에서 깊이 있는 고전의 말맛을 살렸다면, 젊은 파우스트 역의 박은석과 그레첸 역의 원진아가 등장하는 2막은 색깔을 입혀 좀더 현대적이다. 인생의 무상함을 고뇌하면서도 악마에게 호기심 어린 눈빛을 반짝이는 유인촌이 노련한 연기로 박해수와 카리스마 대결을 펼치는 팽팽한 장면들이 흥미롭다.
이번 작품은 '파우스트'의 1부만을 다뤘다. 때문에 온전한 끝맺음은 아니다. 2막의 젊은 파우스트와 그레첸의 서사 전개엔 몰입하기 어려운 구석도 있다. 배우 모두 원캐스트로, 오는 29일까지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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