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민, 빌보드 '핫100' 문턱 낮출까…K팝 첫 솔로 1위 의미
2012년 싸이 '강남스타일' 7주 연속 2위 한 풀어K팝 4세대 걸그룹 '핫100' 진입 흐름과 맞물려 시너지그룹에 몸 담은 솔로의 개별 활동 파괴력 약하다는 편견도 깨
지민은 지난달 24일 발매한 첫 솔로 음반 '페이스(FACE)' 타이틀곡 '라이크 크레이지(Like Crazy)'로 8일 자 '핫100'에서 정상에 올랐다. 지민은 방탄소년단 멤버로서 이미 '핫100'에 6번 정상에 올랐다. 방탄소년단은 K팝 가수 처음 '핫100'에서 1위를 차지했고 K팝 그룹으로서는 유일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민은 그룹과 솔로 모두 1위를 차지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특히 방탄소년단은 최근 10년간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에 가장 많은 곡을 올린 아티스트다. 이 기간에 여섯 곡을 '핫 100' 정상에 올렸다. '다이너마이트(Dynamite)'(3회)로 한국 가수 최초 '핫 100'(2020년 9월 5일 자) 1위에 오른 뒤 같은 해 '새비지 러브(Savage Love)' 리믹스 버전(1회)과 '라이프 고즈 온(Life Goes On)'(1회)도 정상에 올려놓았다. 작년엔 '버터(Butter)'(10회)와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1회), 콜드플레이 협업곡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1회)까지 방탄소년단은 여섯 곡으로 총 17회 '핫 100' 정상을 찍었다. 특히 무엇보다 지민의 이번 '핫100' 순위가 의미가 있는 이유는 그룹이 아닌 개별로서 북미 시장 풀뿌리 인기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K팝은 강렬한 팬덤이 있으면 높은 순위를 차지할 수 있는 '빌보드 200'에선 그간 강세였다. 하지만 북미 시장 대중적 인기를 반영하는 '핫100'에선 방탄소년단과 싸이 외에 '톱10'에 든 K팝 가수가 없을 정도로 높은 벽이었다. 그룹이 아닌 솔로로서 '핫100' 진입은 가능해도 높은 순위는 불가능한 것처럼 느껴졌다.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며 글로벌 히트곡으로 자리매김했지만 '핫100'에선 2위에 그쳤다. 신드롬이라고 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지만 미국 팝 밴드 '마룬 파이브'의 '원 모어 나이트'에 라디오 에어플레이 등에 밀리며 7주 동안 2위를 차지했다. 이번 지민의 '라이크 크레이지' 1위가 11년 만에 싸이의 한을 풀어줬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지민의 이번 1위는 방탄소년단으로 쌓은 인지도와 함께 곡의 매력을 잘 살린 그의 가창과 퍼포먼스에 있다고 업계는 본다. 신스 팝(Synth Pop) 장르로, 북미 청취자들에게 익숙했고 지민의 애절한 음색과 유려한 퍼포먼스가 곡에 잘 녹아들어갔다는 것이다. 지민의 팀 동료인 RM과 방탄소년단의 프로듀서 피독 그리고 한국어 노래로는 첫 '핫100' 1위를 차지한 방탄소년단의 '라이프 고즈 온(Life Goes On)' 등을 작업한 미국 싱어송라이터 블러쉬(BLVSH) 등이 협업했다. 물론 북미 시장 내 지민에 대한 강력한 팬덤 '아미'의 영향도 있다. '라이크 크레이지'는 라디오 에어플레이 점수는 비교적 낮았지만 음원 판매량에서 압도적이었다. 순위 집계 기간인 지난달 24∼30일 다운로드와 CD 싱글을 합쳐 25만4000장에 상당하는 판매량으로 집계됐다. 스트리밍은 1000만회를 기록했다. 라디오 청취자는 6만4000명이다. '라이크 크레이지' 판매량 합계는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안티히어로(Anti-Hero)'가 32만 8000장가량(2022년 11월 19일)이 팔린 이후 약 4개월 반만에 가장 높은 숫자다. 무엇보다 지민의 기록이 대단한 건 빌보드가 지난해 초 '핫100' 차트 집계 방식을 바꾸면서 1인당 다운로드 유효 숫자를 4건에서 1건으로 줄여 팬덤의 영향력을 축소한 가운데 거둔 성과라는 점이다.
◆K팝 '핫100' 첫 진입은 2009년 원더걸스 빌보드차트는 1894년 창간한 미국의 음악잡지 '빌보드'가 발표하는 대중음악 인기순위다. 빌보드는 1956년부터 순위를 매겼다. 세계 팝음악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척도로 여겨지며 국내에서도 일찌감치 주목했다. '라이크 크레이지'가 정상을 차지한 '핫100'은 1958년 8월 개설됐다. 피지컬 싱글 및 디지털 음원 판매량, 스트리밍 수치, 라디오 에어플레이 수치, 유튜브 조회수 등을 합산해 노래의 성적을 총망라한다. 대중음악의 각 장르를 세분해 매주 수십여종의 차트를 발표한다. 이 중 방탄소년단이 모두 석권한 '핫100'과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이 양대 차트다. '핫100'에서 지금까지 정상을 가장 많이 밟은 팀은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비틀스'로 모두 20곡을 1위에 올렸다. 아시아 가수 중에서는 1963년 일본의 사카모토 큐(1941~1985)의 일본어 노래 '스키야키'가 1위를 차지했다. 재미동포 2명이 주축인 미국의 힙합그룹 '파 이스트 무브먼트'가 '라이크 어 G6'로 2010년 10월 핫100에서 1위에 랭크됐으나 미국에서 제작된 앨범이어서 아시아권 음악으로 분류하기는 힘들다. K팝 가수 중에선 2009년 그룹 '원더걸스'가 '노바디'로 76위에 걸리며 가장 먼저 진입했다.
지민은 '라이크 크레이지' '셋 미 프리 파트 2' 외에 그룹 '빅뱅' 멤버 태양과 협업한 '바이브(VIBE)'로 76위를 차지했다. 앞서 지민은 방탄소년단이 지난 2020년 2월 발매한 정규 4집 '맵 오브 더 솔 : 7(Map of the Soul: 7)'에 실린 솔로곡 '필터(Filter)'로 해당 차트에서 87위를 차지한 적이 있는데 이는 솔로 자격은 아니었다. 제이홉(J-Hope)은 미국 가수 겸 배우 베키 지(Becky G)와 협업한 '치킨 누들 수프(Chicken Noodle Soup)'로 '핫100'에서 81위, '잭 인 더 박스' 더블 타이틀곡이자 선공개곡인 '모어(MORE)'로 82위, '방화'(Arson)'로 96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발매한 '온 더 스트리트'로 60위를 차지했다. 슈가(Agust D)는 믹스 테이프 'D-2'의 타이틀곡 '대취타(Daechwita)'로 76위, 피처링으로 참여한 고(故) 미국 래퍼 주스 월드(Juice WRLD)의 앨범 '파이팅 데몬스(Fighting Demons)' 수록곡 '걸 오브 마이 드림스'로 29위, 싸이와 협업한 '댓 댓(That That)'으로 80위에 올랐다. 뷔는 SBS TV 드라마 '그 해 우리는' OST '크리스마스 트리(Christmas Tree)'로 79위를 차지했다. 정국은 하이브 오리지널 웹툰 OST '스테이 얼라이브(Stay Alive)'로 95위, 정국은 '레프트 앤 라이트' 외에 역시 '맵 오브 더 솔 : 7'에 실렸던 솔로곡 '시차'(My Time)로 84위에 오른 적 있다. 진(JIN)은 첫 공식 솔로 싱글로 브릿팝 밴드 '콜드플레이'와 협업한 '디 애스트로넛(The Astronaut)'으로 51위를 차지했다. RM은 첫 공식 솔로 앨범 '인디고(Indigo)'의 타이틀곡 '들꽃놀이'로 83위에 올랐다. 밴드 '체리필터' 보컬 조유진이 피처링했다. ◆최근 K팝 걸그룹 강세…지민 1위 기점으로 '핫100' 문턱 더 낮아질 듯 방탄소년단, 싸이, 원더걸스 외에 '핫100'에 진입한 K팝 가수는 아직 손에 꼽힌다.
이와 함께 그룹 '2NE1' 출신 솔로 가수 씨엘(CL), 핑크퐁(Pinkfong) '아기상어', 지민과 협업곡 '바이브'의 태양, RM과 협업곡 '들꽃놀이'의 조유진, 그룹 '트와이스' 정도다. 그런데 올해 심상치 않은 조짐이 일어났다. K팝 신드롬 걸그룹 '뉴진스'가 첫 싱글 'OMG'의 선공개곡인 '디토(Ditto)'로 1월21일 자 '핫100'에 96위로 진입했다. K팝 4세대에 들어 이전과 다른 '핫100' 진입 현상이 일어났다. 싸이 '강남스타일'과 핑크퐁 '아기상어' 외에 '핫100'에 진입한 K팝 가수의 곡들은 직간접적으로 북미 내 전략적인 프로모션이 따랐다. 하지만 '디토'는 별 다른 프로모션 없이 노래가 좋다는 입소문만으로 이 같은 성과를 냈다. 뉴진스의 또 다르 곡 'OMG' 역시 그런 방식으로 '핫100'에 진입했다. 두 곡은 '핫100'에 각각 5주와 6주 간 머물며 반짝 인기가 아님을 증명했다. 여기에 역시 4세대 K팝 걸그룹인 '피프티 피프티'의 '큐피드'가 역시 입소문만으로 4월1일 자 '핫100'에서 100위를 차지하면서 이러한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디토' 'OMG' '큐피드' 모두 이지 리스닝 계열의 곡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K팝 4세대 걸그룹의 새로운 현상과 함께 기존 K팝 스타이자 솔로로서 새로운 도전 중인 지민이 1위라는 성과를 거두면서 K팝에 대한 '핫100' 문턱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민을 비롯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아이돌 그룹 출신 솔로들의 건설적인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전까지 K팝은 물론 전 세계 팝계에서 그룹에 몸 담고 있거나 그룹 출신 솔로들이 팀 활동 때보다 파괴력이 약하다는 평을 들어왔다. 하지만 영국 보이 밴드 '원디렉션' 출신으로 역시 '핫100'에서 정상을 차지한 해리 스타일스 그리고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솔로 병행 활약에 힘 입어 그런 편견이 깨지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