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필름]끝까지 쿨하게, 끝까지 뜨겁게…'가오갤3'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Volume 3'(이하 '가오갤3')는 마블 스튜디오가 최근 몇 년 간 수도 없이 저지른 실책을 만회한다. 물론 이 영화를 새롭다거나 뛰어나다고 평할 순 없다. 그래도 '가오갤3'는 아마도 많은 관객이 잊고 있을 마블 영화를 보는 재미, 이 시리즈만의 매력을 오랜만에 다시 느끼게 한다. 그리고 제임스 건 감독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MCU)에서 가장 괴상하고 외로운 슈퍼히어로를 관객에게 충분히 이해시키고 그가 그토록 바랐던 친구와 가족을 되찾게 해줌으로써 10년에 걸쳐 만들어진 이 시리즈를 매조진다. '가오갤3'는 '가오갤'스럽다. 유별난 캐릭터들의 이합집산, 끊이지 않고 쏟아지는 유머, 유쾌하면서도 과감한 액션, 이 시리즈의 정체성인 친구·가족 코드, 그리고 무릎을 탁 칠 수밖에 없는 선곡까지. 앞선 두 편의 전작 뿐만 아니라 마지막인 세 번째 영화까지 모두 연출과 각본을 맡은 제임스 건 감독은 관객이 이 영화에 바라는 게 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가오갤3'는 어쩔 수 없이 이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이 나온 2014년만큼 신선할 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이제 슈퍼히어로 영화는 지겹다는 관객도 어느 정도 만족시킬 만한 완성도와 개성을 갖고 있다. '가오갤3'는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감성적이다. 외로웠던 이들이 우연히 만나 가족의 모양새를 만들었던 1편을 지나 가족으로서 각별한 마음을 느끼는 게 2편이었다면, 이번에 '가오갤' 멤버들은 진짜 가족이 돼 있다. 그들은 여전히 서로를 핀잔하지만 서로를 위해서라면 거리낌 없이 몸을 던진다. 이 영화는 어떤 멤버도 혼자 두지 않는다. 이들은 단독 행동을 하는 법 없이 누구라도 멤버들과 함께하고, 건 감독은 이 희한한 가족을 어떻게든 한 화면에 담는 걸 원하고 즐기는 듯하다. 그건 아마도 이 시리즈를 떠나 보내야 하는 관객을 위한 팬서비스이고, 이 영화를 함께 만든 배우·제작진을 위한 자축일 것이다. 이 피날레에서 로켓에 관한 얘기를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과정이었을 것이다. 전작 두 편과 '어벤져스' 시리즈, 그리고 디즈니+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통해 '가오갤' 멤버들의 전사(前史)는 대부분 그려졌다. 그러나 유독 로켓이 거쳐온 여정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아마도 건 감독은 '가오갤'을 상징하는 캐릭터로서 로켓의 이야기를 가장 늦게, 가장 자세히 그려야 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 괴팍한데다가 항상 화가 나 있고 남을 비꼬는 데 일가견이 있지만 이상하게 정이 많고 가족과 친구를 좋아하는 이 유별난 너구리는 아웃사이더들이 모인 '가오갤' 중에서도 가장 아웃사이더인 캐릭터였으니까. 이번에도 음악은 '가오갤3'를 다른 슈퍼히어로 영화와 다른 무언가로 만들어준다. 일단 오프닝 시퀀스에서 라디오헤드의 '크립'(Creep)이 흘러나오면 마음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가사와 어우러지는 로켓의 우울한 모습을 보게 되면 관객은 영화에 감정을 맞춰들어갈 준비를 끝낸다. 레인보우의 '신스 유 빈 곤'(Since You Been Gone), 더 플레이밍 립스의 '두 유 리얼라이즈??'(Do You Realize??), 비스티보이즈의 '노 슬립 틸 브루클린'(No Sleep Till Brooklyn),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배드랜드'(Badlands) 등을 거쳐 2014년 '가오갤' 첫 번째 영화 오프닝 시퀀스에 삽입된 레드본의 '컴 앤 겟 유어 러브'(Come and Get Your Love)가 나오면 '가오갤'과 함께한 지난 10년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장점이 많은 영화이지만 가릴 수 없는 단점도 있다. 멤버들이 로켓을 구하기 위해 하이레볼루셔너리와 맞서는 이야기와 로켓의 불행한 과거가 교차하는 편집은 반복해서 흐름을 끊는다. 보는 이들의 감정을 억지로 끌어올리기 위해 선택한 각종 클리셰는 이 영화 시리즈가 그간 보여준 표현 방식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인상도 준다. 러닝 타임 150분 안에 최대한 많은 이야기와 볼거리를 넣기 위해 일부 스토리가 얼렁뚱땅 넘어가는 대목을 맘에 안 들어 할 관객도 있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전작을 보지 않았다면 충분한 감정 이입이 어려운 설정들이 있다는 것도 약점이라면 약점이다. 2008년 시작된 마블 시리즈 영화가 15년 넘게 이어지면서 우리가 사랑했던 많은 슈퍼히어로들이 그 세계를 떠났다. '가오갤3'에서 관객은 유일무이한 개성으로 마음을 사로잡은 영웅들과 또 한 번 이별한다. 여전히 관객은 새로운 슈퍼히어로에는 정을 붙이지 못하고 옛 영웅을 그리워 한다. '가오갤' 멤버들 역시 한동안 생각이 날 그런 존재일 것이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하나의 캐릭터만큼은 MCU에 남는다. 그가 MCU에서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지켜보는 게 마블 팬과 '가오갤' 팬의 마지막 희망이 될지 모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