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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국화 흥망성쇠와 '동산방 박주환'[박현주 아트클럽]

등록 2023-05-22 16:52:31   최종수정 2023-05-24 09: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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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방화랑 1970~1990년대 한국화 산실...천경자 등 단골

국립현대미술관에 209점 기증.."한국화 연구 기반 확대"

'동녘에서 거닐다 :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표구도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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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은 17일 경기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동녘에서 거닐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 언론 공개 행사를 갖고 허백련 작가의 '월매'를 선보이고 있다. 2023.05.1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좋은 그림은 혼자 보는 것이 아니다. 공공자산이다. 성공한 화가는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난다.'

'광주 화단의 전설' 의제 허백련(1891~1977), 한국화 라이벌 거장 변관식(1899~1976)과 이상범(1897~1972), 월전 장우성(1912~2005), 서세옥(1929~2020)등 거장들은 죽지않고 부활한다.

이들을 되살리는 건 미술품 수집가다. 동산방 컬렉션이 증명한다. 지금은 시들하지만 40~50년 전 '동양화{한국화)'의 위력은 'K-팝' 못지 않았다. '풍류의 끝판왕'으로 시서화의 정점을 찍으며 70~80년대 '화선지 화백'들은 제대로 대접을 받았다. 고관대작의 '귀한 선물'이었고, 품위의 상징 이었다. 당시 화가들과 상생한 이들은 화랑주들. 먹고 살기도 힘든 시절 그림을 팔며 화가를 키웠다.

그 중심에 인사동 ‘동산방 화랑' 박주환 사장이 있었다. 박 사장은 1961년 동산방 표구사를 연 이후 1974년 동산방 화랑을 개관했다. 청전 이상범과 월전 장우성, 천경자, 박노수 등 국내 내로라 하는 동양화가들이 단골 손님이었다. 동산방에서 전시는 곧 스타 작가 데뷔장이기도 했다. 한국화의 혁신을 이룬 민경갑·이종상·송수남 등이 동산방 화랑을 통해 알려졌다. 동양화 표구의 독보적인 실력으로 '표구는 동산방'으로 유명했다. 훗날 진위 논란이 불거진 천경자의 ‘미인도’도 동산방 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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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은 17일 경기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동녘에서 거닐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 언론 공개 행사를 갖고 장운상 작가의 작품 '한일'(閑日/왼쪽)과 오용길 작가의 '송림 사이'를 선보이고 있다.2023.05.17. [email protected]

◆'한국화 산실' 동산방 화랑...故 박주환 회장 화랑협회 산파-기증문화 이끌어
동산방 화랑은 인사동 화랑가를 거점으로 한국화 전문 화랑으로 거듭났다. 한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개인전은 물론 '한국 동양화가 30인 초대전'(1977), '제3전'(1989) 등 괄목할 만한 그룹전의 기획·전시로 당대 화가들의 예술적 발전과 성취를 도모하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기능했다.

화랑은 단순한 장사가 아니다. 작가를 발굴하고 선보이고 사주고 판매하며 교감시켜 시대를 나아가게 하는 문화사업이다. 당시 한국화 작가들은 청토회, 한국화회, 신수회 등 미술 단체 활동을 통해 현대 한국화단의 예술적 전망과 실천 방향을 도모하기도 했는데, 그중에서도 묵림회(1960-1964)의 활동과 수묵화 운동(1980년대)은 동양 전통 수묵화의 정신성과 질료적 표현의 가능성을 연구함으로써 현대 한국화의 추상적 실험을 이끌었다. 모두 동산방 화랑의 역할이 컸다.

가난한 화가들을 키우며 몸집이 커진 동산방은 한국화의 흥망성쇠와 결을 함께한다.  국내 1세대 화랑주인 동산방 박주환 사장의 더 큰 공로는 기증문화의 물꼬를 튼 데 있다. 1971년 청전 이상범의 ‘초동’(1926)을 예산이 부족했던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하면서 화랑의 작품 기증문화를 이끌어냈다.  그는 1975년 한국화랑협회를 창립한 산파로, 제 2대(1978~1981)와 6대 회장(1987~1991) 화랑협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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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은 17일 경기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동녘에서 거닐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 언론 공개 행사를 갖고 작가 김진우의 '묵죽'(왼쪽)과 허백련의 '월매'를 선보이고 있다. 2023.05.17. [email protected]

'아파트 세상'으로 급변하면서 한국화는 서양화에 밀렸고, 동산방 화랑의 영광도 뒷전으로 물러났다. 화랑은 대를 이었지만 옛날의 동산방이 아니었다. 2020년 동산방 화랑 박주환 회장은 향년 91세로 별세했다. 현재 동산방 화랑은 제17대 한국화랑협회장을 지낸 아들 박우홍 대표가 맡아 운영하고 있다.

박우홍 대표는 아버지의 유산이자, 우리문화 유산인 그림을 기증하는 큰 결심을 했다. 지난 2021년~2022년, 2회에 걸쳐 국립현대미술관에 ‘동산 박주환 컬렉션'이름으로 209점을 기증했다. 한국화 154점을 포함한 회화 198점, 조각 6점, 판화 4점, 서예 1점 등이다.

이 기증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화 소장품 수는 총 1542점이 되어 보다 폭넓은 한국화 연구의 기반이 마련되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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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뉴시스] 박진희 기자 = 박우홍 동산방화랑 대표가 17일 경기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린 '동녘에서 거닐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 언론 공개 행사에 참석하여 부친 박주환 초상화 옆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2023.05.17. [email protected]

◆국립현대미술관 '동녘에서 거닐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펼친 '박주환 컬렉션'특별전은 기증된 209점 중 90여 점의 한국화 대표작을 선보인다. 기증작 중 192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 한국화의 변모와 실험의 단층들을 보여준다.

전시 제목에서 ‘동녘’의 의미는 기증자의 호인 ‘동산(東山)’을 기념하는 동시에 해가 떠오르는 이상향의 자연을 상징한다. 근대 이래 한국화가들이 꿈꾸고 그려온 삶의 세계와 비전을 조망한다.

사진사이자 사군자 화가로서 한국 근대미술의 미적 가치를 탐구한 김규진(1868~1933)부터 현대인의 삶을 수묵으로 표출하는 유근택(1965~)에 이르기까지 작가 57인의 예술적 실천을 통해 한국미술, 특히 한국화의 시대적 변천과 그 성격을 확인할 수 있다.  근현대 한국 미술사의 생생한 현장으로, 미술을 공부하거나 애호가들이 놓치면 안될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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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은 17일 경기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동녘에서 거닐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 언론 공개 행사를 갖고 석철주 작가의 '생활일기(신 몽유도원도/왼쪽)'와 유근택 작가의 '산책'(가운데)을 선보이고 있다. 2023.05.17.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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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은 17일 경기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동녘에서 거닐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 언론 공개 행사를 갖고 유지원 작가의 '귀가'를 선보이고 있다. 2023.05.17.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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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은 17일 경기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동녘에서 거닐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 관람객들이 참여 가능한 한국화 워크숍을 운영하고 있다.  2023.05.17. [email protected]


전시실 밖 회랑 공간에서는 동산방 표구와 동산방화랑이 걸어온 발자취를 아카이브와 인터뷰 영상을 통해 조명한다. 아카이브에서 표구 디자인 개발 등으로 한국화가들의 작품 활동을 뒷받침한 동산방 표구의 행적도 확인할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번 전시는 근 50년 역사의 한국화 전문 화랑의 수장이 수집한 작품의 기증으로 미술관 한국화 연구 기반의 확장과 함께 국내 수집가들의 기증 문화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동산방 컬렉션'은 기증 문화를 알리는 전시지만 단순한 전시는 아니다, 한국화의 대표작을 한자리에 모은 이 전시가 특별한 이유가 있다. 한국화의 저평가속 재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요구가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전시는 한국미술의 우수성을 가늠하는 기준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작품의 소장가가 전통 한국 미술에 대한 최고의 식견을 지닌 전문가였고,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들과 친밀한 관계는 물론 작품 활동에 직접 후원을 하며 수집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전시는 2024년 2월 12일까지. 관람은 무료.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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