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을(乙)이 되지 않는다"…누리호 '독자 우주 수송'의 의미
누리호 3차 발사 성공…'우리 발사체'로 '우리 위성' 우주 보냈다우주 패권 경쟁 격화, 국가 간 '블록' 우려도…타국 로켓 대여 한계"우리 위성 일등석 태워 우주로"…달·화성도 독자 착륙 나선다
물론 이같은 성공이 꽃길로만 꾸며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우주 선도국들에 상당히 뒤처져 추격하는 입장에 있다. 체계종합기업으로 최초 참여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한 국내기업들은 항공우주 분야에서 유의미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고, 국내 위성 발사 수요도 아직은 한참 부족하다. 한반도의 지리적 위치도 로켓 발사 측면에서 아쉬운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수조원의 사업비를 투자하는 정부는 물론, 국내 산·학·연 모두가 독자적인 우주 개발 능력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독자 우주 수송 능력'이 중요한 이유는 뭘까. ◆독자 로켓 발사 기술, 국방력과도 직결…누리호 3차 발사가 단초되나 2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누리호는 지난 25일 오후 6시24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돼 약 18분 간의 비행 절차를 모두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목표 고도 550㎞에 예상과 완전히 부합하게 들어서며 총 탑재위성들을 성공적으로 분리해냈다. 독자 우주 임무의 완전한 성공이었다. 우리나라 땅인 나로우주센터에서 우리 발사체인 누리호에 우리 정부와 기업이 개발한 위성들이 실려 우주로 올라갔기 때문이다. 이같은 독자 우주 수송 능력은 당장의 국방력 증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크다. 물론 누리호는 군사 목적으로 개발된 것이 아니긴 하지만, 우주 궤도에 쏘아올린 로켓에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접목되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으로 충분히 변모할 수 있다. 타국의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군사위성, 전략위성 등을 쏘아올릴 수 있는 것도 그 가치가 매우 높다.
◆계속되는 '독자 우주 능력' 개발 이유는?…우주 패권 경쟁 발 빨리 대응해야 이렇듯 독자 우주 수송 능력은 뉴스페이스 시대와 함께 세계 각국이 우주 패권 경쟁을 본격화할 수록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지구 궤도를 넘어 이미 본격화되고 있는 달·화성 등 심우주 탐사와 우주 자원 확보가 실현된다면 국가 간 이른바 '우주기술 블록(Block)'이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독자 우주 수송 능력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이 지점이다. 독자 능력을 확보해야만 다가올 우주 패권 경쟁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수조원의 예산이 들고, 아직 우주 분야 민간기업들도 확실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음에도 계속해서 관심과 비용을 쏟아붓는 이유다. 누리호 개발이 시작된 지난 2010년부터 돌이켜보면 '한국형 발사체 개발사업'에는 13년 동안 2조원 이상이 투입됐고, 2022년부터 6년 간 진행되는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에는 6873억원을 쏟아붓게 된다. 누리호의 뒤를 이을 '차세대발사체 개발 사업'의 사업 비용은 2023년부터 10년 동안 2조132억원에 달한다. 발사체 개발에만 기본적으로 조 단위의 금액이 투입되는 셈이다. 아울러 우리나라도 'K-뉴스페이스 시대'의 막을 열겠다고 천명하긴 했지만 아직 우리 민간기업은 태동기에 놓여있다. 누리호 3차 발사에 체계종합기업으로 참여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까지 3년간 항공우주 부문 영업이익이 15억원, 8억원, 127억원 수준으로 핵심 분야인 지상방산 등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우주산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 등도 항공우주 분야에서 유의미한 실적을 내진 못하고 있다. ◆러시아에 퇴짜 맞은 도요샛, 누리호 타고 우주로…"우리 위성 우리가 일등석 태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독자 우주 능력을 완전히 확보하지 못해 당장 지난해에도 설움을 겪은 바 있다. 정부는 지난해 다목적 실용위성 6호(아리랑 6호)를 러시아 앙가라 로켓, 차세대 중형위성 2호와 도요샛 위성을 러시아 소유즈 로켓으로 발사하려 했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며 발사가 무산됐다. 러시아 로켓에 타지 못했던 도요샛 위성들은 이번 누리호 3차 발사를 통해 마침내 스스로 우주로 향하게 됐다. 이처럼 타국의 발사체를 빌리는 것은 변수가 많고, 발사체를 대여하는 측이 불가피하게 '을(乙)'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우주 경쟁 심화로 국가 간 기술 블록이 심화될 경우 을이 될 기회조차 붙잡지 못할 수 있다. 이번에 누리호 3차 발사의 주탑재위성인 '차세대 소형위성 2호'를 개발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소의 한재흥 연구소장 또한 "차소위성 2호는 저희가 만든 10번째 위성인데 그동안 해외 발사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해외 발사 시에는 위성을 보내는 과정부터 너무 생각하고 준비할 게 많았다"며 "이번에는 모든 과정이 전보다 훨씬 편했다. 연구진 사이에서는 그간 어렵게 이코노믹 좌석을 타고 다녔는데 이번에는 퍼스트 클라스(일등석)을 탄 것 같다는 표현이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구궤도 이어 달도, 화성도 '우리 손으로'…2032년 달 착륙, 2045년 화성 착륙 간다 이번 누리호 성공으로 지구 궤도에 초소형, 소형 위성을 독자적으로 쏘아올리는 데 성공했다면 이제 다음 단계는 더 크고 무거운 위성들을 더 먼 우주로 보내는 것이다. 정부는 누리호보다 더 진화된 차세대 발사체 개발을 2032년까지 추진한다. 차세대 발사체는 누리호보다 성능이 적어도 3배 이상 강화돼 우리나라의 우주수송 역량을 획기적으로 높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누리호가 고도 200㎞의 지구저궤도(LEO), 고도 500㎞의 태양동기궤도(SSO), 고도 700㎞의 태양동기궤도에 투입할 수 있는 탑재체 중량이 각각 3.3톤, 2.2톤, 1.9톤 수준에 그쳤다면, 차세대 발사체는 같은 고도에 10톤, 7톤, 6.1톤을 쏘아올릴 수 있다. 심우주 탐사를 위해 필수적으로 도달해야 하는 달전이궤도(LTO)에 대한 누리호의 투입성능은 0.1톤에 그치고, 화성전이궤도(MTO)이 경우에는 아예 0톤이다. 차세대 발사체는 이같은 지구에서 완전히 벗어난 궤도에도 1.8톤, 1톤의 탑재체들을 실어나를 수 있다. 이렇게 강화된 차세대 발사체는 지구를 넘어 우리나라 스스로 달을 탐사하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차세대 발사체의 목표 임무는 ▲2030년 1차 발사 달 궤도 투입 성능검증위성 ▲2031년 2차 발사 달착륙선(프로토 모델) ▲2032년 3차 발사 달 착륙선 최종모델 등이다.
지난해 성공적으로 달을 향한 달 궤도선 '다누리'는 미국 스페이스X의 팰컨9을 빌려서 우주로 향했지만, 후속 임무인 달 착륙부터는 온전히 우리나라 스스로의 능력으로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달은 하늘에 떠 있는 광산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헬륨-3, 희토류 등 값비싼 자원이 많이 매장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미국의 '골드러시'처럼 이른바 '문 러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자원 확보 경쟁에 독자적으로 뛰어들기 위한 기반을 빠르게 만들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우주수송능력을 강화해나가는 우리나라가 현재 가장 멀리 바라보고 있는 것은 2045년 독자 화성 탐사 성공이다. 광복 100주년인 2045년 화성에 태극기를 꽂는다는 포부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누리호 3차 발사 성공을 두고 "국내 우주수송 능력 확보를 위해 독자개발한 누리호 3차 발사가 성공적으로 완료됐다. 발사 서비스는 물론 다양한 위성 운영과 우주 탐사까지 우리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며 "우주개발강국으로 향하는 우리의 도전을 계속 지켜봐주시고 성원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