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란듯 '상석'에서 블링컨 맞은 시진핑…일단 '대화 물꼬'엔 호응
외교를 통한 긴장 완화 기조 재확인대화 물꼬 평가…軍 핫라인은 불발
시 주석은 이날 오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블링컨 장관을 맞았다. 오후 4시30분께부터 35분 간 회동했다. 이 자리엔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 친강 외교부장(장관) 등 중국 외교라인이 배석했다. 단독 만남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특히 회자된 것은 자리 배치였다. 시 주석은 양쪽으로 긴 회의 테이블 사이의 정중앙에 앉았다. 시 주석의 오른쪽엔 블링컨 장관 등 미국 측이, 그 반대편엔 왕 위원과 친 부장 등 중국 외교라인이 마주 앉았다. 시 주석은 이른바 '상석'에 앉아 회의를 주재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블링컨 장관 맞은편에 앉은 것은 중국 외교라인 수장인 왕 위원이었다. 통상 각 국 정부를 대표하는 장관급 인사를 접견할 때 작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아 환담을 나누는 모습과는 딴판이다. 시 주석은 2018년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이 예방했을 때에도 '관례'대로 나란히 자리를 배치해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였었다. 그러나 이번 블링컨 장관에겐 그런 '예'를 갖추지 않았다. 이를 두고 시 주석이 바이든 행정부의 강경한 대중 정책에 대해 우회적이면서도 강력하게 경고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일종의 기싸움인 셈이다. 미국에게 어쩌면 다소 굴욕적인 상황을 연출함으로써 대내외적으로 중국의 힘과 존재감을 과시하려 했을 수도 있다.
실제 이번 만남은 미중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이뤄졌다. 지난 2월 미국 상공에서 중국 (정찰)풍선 격추 사건으로 블링컨 장관의 방중 계획이 거부된 뒤 4개월여 만에 성사된 것이기도 하다. 이날 만남도 회동 1시간 전에야 확정 발표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중 강경 노선으로 중국의 반발을 샀지만, 동시에 최근엔 외교·군사적 소통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등 잇달아 러브콜을 보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시 주석과 블링컨 장관은 이날 만남에서 미중 관계를 안정화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했다. 친강 부장이 조만간 미국을 방문하기로 하는 등 양국 고위급 외교 채널도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G20 계기로 만난 자리에서 합의한 '외교를 통한 긴장 완화'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 측이 제안한 군사적 핫라인 복원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그럼에도 어렵게 성사된 이번 만남은 미중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