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청소년 발굴의 최전선…이동 쉼터 현장[가출, 그 이후②]
7일 밤 의정부시일시청소년쉼터 현장 동행거리서 위기 청소년 발굴…긴급 서비스 지원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길을 지나가던 청소년 두 명이 파란색 천막에 머뭇거리며 들어왔다. 꼬리빗으로 연신 앞머리를 쓸어내렸다. 구깃한 옷깃에는 틴트가 묻어있었다. "간식 줘요?" 이내 '그렇다'고 답한 '선생님'과 마주 앉는다. 선생님은 '밥은 먹었는지', '언제 집에서 나왔는지' 물었다. '의정부시일시청소년쉼터 포텐'(포텐)의 아웃리치 활동이 시작됐다. 지난 7일 오후 7시. 경기 의정부역 6번 출구 앞에서 아웃리치 활동을 하는 포텐을 찾았다. 아웃리치는 상담자가 직접 길거리에 나서 위험 신호를 포착하고 이들에게 상담·음식·피복 등 긴급 서비스를 지원하는 활동이다. 포텐은 일주일에 세 번 의정부 내 각각 다른 곳에 거점을 두고 위험 신호를 보내는 청소년을 찾아 나서고 있다. 45인승 이동쉼터 버스에서 직원들이 내린 지 단 20분 만에 길 위에 청소년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부스가 만들어졌다. 파란색 천막 아래 테이블이 놓였고, '다빈치코드', '루미큐브' 같은 보드게임이 그 위에 쌓였다. 입구에는 이곳에서 '놀거나' 상담을 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경품 뽑기 기계가 설치됐다. 운이 좋으면 인기 있는 루피 열쇠고리와 짱구 메모지, 초콜렛 등을 얻을 수도 있다. 오후 7시20분께 활동 시작을 알리는 게시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자마자 청소년들이 몰려들었다. '집 밖의 아이들'을 포함해서다. 수빈(가명)씨는 즉석밥·냉동식품을 챙겨가려고 이곳을 찾았다. 그는 폭언하는 아버지를 피해 지난 5월 집을 나왔다. 의정부에 둥지를 튼 지는 이제 두 달, 한 달여 전 '가출팸 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했다. 한 달에 20만원씩 포텐이 건네는 긴급생계지원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그는 "독립해서 살면서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커요. 세탁용 세제 하나라도 사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돈을 못 벌고 있어요. 여기서 먹을 걸 지원받는 게 특히 도움이 돼요"라고 말했다.
오후 9시30분께 포텐은 이곳 가장 번화가인 행복로 일대에 '패트롤'을 나갔다. 패트롤은 부스가 아닌 거리로 나가 직접 가정 밖 청소년 등 위기 청소년을 발굴하는 일종의 '순찰' 활동이다. 500m밖에 안 되는 짧은 거리였지만, 27명의 청소년들이 포텐 직원들과 대화를 나눴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가출 경험이 있거나 가출 중인 학생이었다. 포텐 직원들은 이들에게서 '위기 징후'를 찾는다. 스스로를 위기청소년을 거르는 '체'라고 표현한다. 오경옥 포텐 소장은 "가정 밖 청소년들 중에서 정말 개입이 필요한 친구들이 있다"며 "그런데 그 친구들이 어디 있는지 몰라서 저희가 고정적인 거점을 두고 아웃리치 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체에 거르듯이 발굴하는 것이 일시 쉼터의 역할"이라고 했다. '최전선'에서 위기 청소년들을 발굴하는 역할을 하지만, 이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기는 어렵다고 했다. 집 밖에 홀로 선 아이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사람이라고 한다. 오 소장은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다는 것이 아이들이 생각하는 가장 큰 욕구"라며 '내가 존중받고 있구나'를 체감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적 안전망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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