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문화일반

"던질 수 있는 배짱이 부럽다"…이강소 '조각에 관하여'

등록 2023-09-05 18:37:04   최종수정 2023-09-06 11:10:17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리안갤러리서 개인전...'던져 만든 조각'-회화 전시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이강소 작가가 5일 서울 종로구 리안갤러리에서 개인전 '바람이 분다: 조각에 관하여'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3.09.0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예상하지 못했던 형태들이 나올 때 희열을 느낀다. 기운도 빼고 마음도 빼고...경험을 많이 해야 나오는 거다"

일명 '던져 만든 조각'을 작업하는 이강소 화백은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 줄임말)' 대가다. 그는 바람처럼 툭 던지고 슥 빠진다. 그러면 알아서 스스로 꼴을 만든다. 본다는 것, 천차만별의 시선의 차이를 하나로 가두지 않는다. '보인다는 것' 또한 이미지의 세뇌화로, 고정적이고 정형화된 형태는 없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작업의 중심 철학인 양자역학의 의미 즉, 단순히 인간의 시각으로 포착할 수 없는, 유기적이며 불연속적인 작용들이 세상에 무수히 존재함을 이야기한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이강소 작가의 개인전 '바람이 분다: 조각에 관하여' 기자간담회가 열린 5일 서울 종로구 리안갤러리에 '비어있는 듯 가득 찬'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2023.09.05. [email protected]

associate_pic
리안갤러리, 이강소 개인전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5일 서울 통의동 리안갤러리에서 개막한 이강소 개인전 '바람이 분다:조각에 관하여'는 처음 보면 우습다. 대충 만든 것 같은, 조각 같지 않은 작품들이 전시됐다.

기존에 알고 있는 '조각'이라는 개념과는 거리가 멀다. 흙 덩어리들이 뭉쳐있거나 붙어있다. 주물주물 하다가 툭 던져놓은 것 같은 덩어리 형태들인데 묘하다. 그 무심함이 이상하게 마음을 끈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장난하듯 내놓은 그의 조각은 자연미를 발산하며 일취월장했다. 어느새 '이강소표 조각'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작업 과정은 '공기 반 소리 반' 같다. 흙 덩어리는 스스로 존재성을 증명해야 한다. 원통이거나 네모진 흙틀에서 형태가 나오는 순간 이 화백이 딱 잘라 툭 툭 던진다. 방향, 속도, 중력, 햇빛, 바람이 스친 덩어리는 이제 자유다. 툭 던진 그 힘으로 서로 서로가 부딪혀 찌그러지고 이그러지며 형태를 만든다. 자칫 덩어리들에 손을 댔다 간 큰일 난다. '낄끼빠빠'의 대가인 이 화백은 '딱 멈춤'의 절제미를 발휘한다. "욕심 내지 않는 것", 이 여운의 철학을 과정으로 즐긴다.
associate_pic
리안갤러리 이강소 개인전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리안갤러리와 함께 이번 전시를 기획한 정준모 미술비평가는 "순간에 딱 끝내는 이 화백의 작품은 언제나 과정이고 현재 진행형"이라며 "던질 수 있는 배짱이 부럽다"고 했다. "미완결성, 하다 남은 것 같은 작품은 흙의 무게에 의해서 스스로 꼴을 만드는 자연스러운 작품"이라며 "없지만 없다고 할 수 없는 또 다른 힘이 작가의 무심함과 합해져서 만든 작업은 신기하고 멋지다"라고 설명했다.

모든 것이 그렇듯 감각의 제국은 훈련이 8할이다. 이강소 화백은 "욕심 있게 요렇게 만든다 하고 던지면 절대 안된다"며 '던지기 작업' 비법을 전했다.  "여러가지 자기 조절이 필요하다. 환경과 흙과 힘이 적절하게 조절되는 순간, 그런 조절에 의해서 표정이 생기는데, 그 표정 또한 자기의 감정을 넣는 건 좋지 않다"고 했다. 결국 우연성, ‘흙’의 본래의 속성으로 일어나는 변형을 내버려두는게 그의 작업의 핵심이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이강소 작가의 개인전 '바람이 분다: 조각에 관하여' 기자간담회가 열린 5일 서울 종로구 리안갤러리에 '비어있는 듯 가득 찬'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2023.09.05. [email protected]



이번 전시에 'Untitled'연작의 조각은 주물 작업이다. 흙의 부서짐을 방지하고 우연적 형태 그대로를 잘 전달하기 위해, 액체 상태의 석고(Plaster), 브론즈(Bronze), 철(Iron)을 흙 원형에 부어 주조(Casting)하는 방법을 활용했다.

지하층에 선보인 'Becoming' 연작은 세라믹 작업으로 심연의 바다같은 푸른색 등 다양한 색채가 눈길을 끈다. 이제까지 ‘인간의 시각’이라는 감각만으로는 볼 수 없었던 흙의 다양한 색채들이다.

작가는 흙이 가진 본래의 다양한 색채가 자유로이 나오게 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들을 상세히 기록했다. 경주 흙을 1050도로 소성하여 나오는 붉은색, 그 이상으로 소성했을 때의 초콜릿색, 산청의 흙을 1230도로 소성하면 나오는 자연 그대로의 노란 흙 색, 또 중국에서 생산된 전통적 백자 흙을 1230~70도로 소성하여 은은히 발산되는 청백색의 맑고도 깊은 백색 등 흙의 종류, 유약, 온도 등 흙의 유기적 에너지를 이해하려는 노 화백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이강소 작가의 개인전 '바람이 분다: 조각에 관하여' 기자간담회가 열린 5일 서울 종로구 리안갤러리에 '비어있는 듯 가득 찬'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2023.09.05. [email protected]

흙덩어리들의 우연적 형상과 함께 그의 회화도 전시됐다.  붓질의 필획들이 '기운생동'하는 화면은 알쏭달쏭한 그림이다.

이강소 화백은 "서예인지 추상인지도 모르는 막막한 작업"이라며 "의도성을 가지면 안된다. 엉뚱한 데에 오리나 집을 넣는다. 내 그림은 무책임한 작업"이라고 했다. 전시는 10월28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