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드노믹스' 내세운 81세 美대통령…고령·외교가 재선 변수
[미국 대선 D-1년②] 민주당 경선 후보 지지율 77%트럼프와 재대결 유력…양자 가상대결서는 '팽팽'무소속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3자 대결서 22% '주목'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경제지표가 살아나면서 자신의 경제정책인 '바이드노믹스' 홍보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다만 유권자들이 아직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으며, 고령에 따른 우려도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전쟁도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변수다. 민주당 경선에 참여하다가 무소속 출마로 선회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후보의 행보도 주목된다. 케네디 후보는 무소속 출마 선언 이후에도 막대한 자금을 모금하고 2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돌풍을 예고했다.
2020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맞붙어 승리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월 재선 도전을 공식화했다. 통상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할 경우 집권당은 대부분 이를 지지하기에 바이든 대통령이 무난히 최종 민주당 대권 후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내에서 변수를 만들 마땅한 경쟁자도 없다. 진보성향 작가인 매리언 윌리엄슨이 경선에 출마했으나 지지율 조사에서는 대체로 10%도 받지 못했다. 그나마 주목받던 케네디는 중도 이탈했고, 최근 돌연 도전장을 내민 딘 필립스 하원의원은 윌리엄슨보다 더 외면받는 분위기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이 당내 '원톱'으로 굳어지는 추세다. 여론조사 통계를 취합하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9월까지 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60% 안팎을 기록했으나, 10월 조사에서는 대부분 70%를 넘어섰다. 지난달 26~30일 진행된 퀴니피액대 조사에서는 77%까지 높아졌다. 민주당 일각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얼굴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대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이제는 "기차가 떠났다"며 결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민주당 내에서 높아지고 있다고 미 CNN은 전했다.
그러나 백악관을 사수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친근한 이미지의 노련한 정치인으로 유명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그의 '나이'가 가장 화제다. 바이든 대통령은 1942년생으로 오는 20일 81번째 생일을 맞는다. 이미 현재 역대 최고령 미 대통령이다.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면 82세에 취임해 86세까지 재임한다. 고령에 대한 우려는 단지 숫자 때문만은 아니다. 잦은 말실수와 힘없는 행동이 이 같은 논란의 불씨를 키운다. 우크라이나를 이라크로 잘못 말하거나, 단순한 영어 철자를 잘못 말하는 식이다. 여러차례 만난 윤석열 대통령을 '룬 대통령'이라고 칭한 것은 실수로 보더라도, 지난 6월 공개 연설 마지막에 작고한 엘레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뜬금없이 호명한 것은 많은 대중에게 의구심을 남겼다. 연설 후 좌석으로 돌아가다 무대에서 넘어지거나, 계단을 오르내리다 넘어진 적도 여러번이다. 지난 9월 미국 언론 NBC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74%는 올해 80세인 바이든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정신적·물리적 건강 상태를 갖추지 못했을 수 있다고 답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기습에서 시작된 '중동 리스크'도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행보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 외교위원장을 지내는 등 외교 전문가로 꼽힌다. 이번 사태에서도 이스라엘을 직접 방문해 지지를 표하고, 전쟁이 확대되지 않도록 여러 조치를 취하는 등 초반부터 적극 개입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맹렬히 보복에 나서면서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사망자가 9000명을 넘어서자 바이든 행정부 역시 대내외적인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이스라엘에 무기 등을 지원하면서도 전쟁법 위반을 방관하고 있다는 취지다. 이스라엘의 하마스 공격을 지지하며 즉각적인 휴전에도 반대하고 있다. 이에 당장 미국내 아랍계 유권자들이 등을 돌렸다. 아랍아메리칸연구소(AAI)의 지난달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랍계 미국인 유권자들의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17%로 조사됐다. 2020년 59%에서 무려 42%포인트 급락했다.
이른바 '바이드노믹스'로 표현되는 바이든표 경제정책의 성과가 얼마나 유권자들에게 먹혀들지도 포인트다. 미국 경제는 3분기(7월~9월)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연율 환산 4.9% 성장했고 인플레이션도 3%대로 지난해의 절반보다도 낮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지지율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지율은 37%로 지난해 4월과 함께 정부 출범 이후 가장 낮았다. 경제정책에 대한 여론조사에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내년 대선의 또 하나의 변수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이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2020년 대결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근소한 차이로 승리해 백악관을 차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재 여러차례 기소돼 형사처벌될 가능성이 있고, 콜로라도주 등 일부주에서는 지난 대선 불복시도와 관련해 출마 자격을 따져보는 소송도 진행 중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리스크가 진행 상황이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가상대결 지지율을 보면 엎치락뒤치락하며 박빙이다. 지난달 UAS투데이, 모닝컨설턴트, 이코노미스트가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모두 41%, 42%, 43%로 동률을 기록했다. 퀴니피액대 조사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1%포인트 앞섰고, 더 메센저 조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포인트 우위였다. 그러나 실제 승패를 가를 경합주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앞서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지난달 블룸버그통신이 모닝컨설턴트와 이른바 '스윙스테이트'인 아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니아, 위스콘신 등 7개주를 조사한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5개주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대선이 2020년처럼 단순한 양자대결로 흐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이 케네디 후보다. 그는 환경 변호사 출신으로 '정치 명문' 케네디 가(家)의 일원이기도 하다. 암살당한 로버트 F. 케네디 전 법무장관의 아들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이다. 민주당 시절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으나, 무소속 출마 선언 이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무소속 출마 선언을 하고 불과 6시간 만에 관련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에 1128만달러(약 152억원)의 후원금이 쏟아졌다고 한다. 그는 대표적인 진보 성향 정치가문 출신이면서도 백신 회의론이나 우크라이나 지원 반대 등 우파쪽에서 공감을 얻는 주장을 펴고 있어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에 타격을 줄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3자 가상대결에서 무려 22%의 지지율을 얻었다.무당파층 사이에서는 전현직 대통령보다 더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그는 지난달 21일 실시된 미국정치연구소(CAPS)-해리스 여론조사에서도 1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미국 대선 역사상 제3 후보가 10% 이상을 득표한 것은 1992년 로스 패로(18.91%)가 마지막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