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승계"vs"경영 판단"…이재용 부당합병 혐의 내주 선고
물산-모직 2015년 합병…승계 목적 의심검찰 기소 4년 만에 1심 법원 선고 예정
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지귀연·박정길)는 오는 5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이 회장 등 14명의 선고 공판을 진행한다. 합병으로부터 9년, 기소로부터 4년 만에 내려지는 사법부 판단이다. 2015년 5~9월 사이 이루어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이 회장은 삼성 그룹을 물려받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2012년부터 기업 승계를 위한 준비가 시작됐고, 고(故)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이 2014년 5월 와병하면서 그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이 일각의 주장이다. 이 회장은 2021년 1월 국정농단 뇌물 혐의로 징역 2년6개월 등을 확정받은 바 있다. 특별검사팀은 이 회장의 '승계'와 총 86억원대의 뇌물이 교환된 것으로 의심하고 혐의를 구성했다.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혐의 재상고심은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흡수합병을 이 회장을 위한 승계 작업의 일환이라고 했다. 이번 재판은 이 회장이 삼성의 미래전략실 소속 임직원과 공모해 합병 과정에서 부정거래, 시세조종, 배임을 저질렀다는 혐의다. 결국 부당합병 혐의는 2015년 5~9월을 전후로 한 승계 작업 자체에 대한 재판이고, 국정농단 뇌물 사건은 승계를 위한 정치권과의 부정한 거래를 다룬 재판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2012년 12월 이 회장이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승진하던 시기 '프로젝트-G'라고 불리는 승계계획안이 완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G는 지배구조를 뜻한 'Governance'의 약자다. 2013~2014년 에버랜드 사업 조정, 2014년 12월 제일모직 상장 등이 순차로 진행됐다. 두 기업의 합병은 당시에도 사회적 논란이었다. 삼성물산 지분이 없던 이 회장은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흡수합병(합병비율 1:0.35)을 통해 삼성물산(합병 후 사명 삼성물산) 지분 16.4%를 확보한 최대 주주가 됐다.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 지배에 이어 삼성물산→삼성전자 지배도 가능해진 것이다. 시민단체, 노동단체, 변호사 단체 등은 2016년부터 이를 이 회장의 편법 승계라고 주장했다. 합병 전 삼성물산 주주들의 반발도 있었다. 외국계 사모펀드들도 반발해 국제 소송을 벌였다. 이후 금융감독원이 심사감리(2017년 4월)에 착수, 정밀감리를 거쳐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2018년 12월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 사업지원TF(미래전략실의 후신)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이듬해 3월 삼성물산, 담당 회계법인 등에서도 자료를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증거인멸 혐의를 포착해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 등 8명을 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수사는 2020년 5월 이 회장을 두 차례 소환 조사하면서 정점에 이르렀다. 검찰은 신병 확보도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이 회장 측은 수사심의위원회 신청으로 반격에 나섰다. 수심위는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다. 검찰은 수심위의 결론을 존중해 기소 범위 등을 조정했다며 2020년 9월1일 공소장을 접수했다. 이후 재판은 106번이나 열렸다. 이 회장은 외국 출장 등으로 일부 재판에 불출석했지만, 대부분 재판에 출석했다. 그는 검찰이 기소할 당시에는 불구속 상태였지만,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선고에 따라 구속되면서 2021년 4월22일 열린 첫 재판에 구속 상태로 출석했다. 검찰과 변호인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이유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국정농단 사건 판결 등을 근거로 승계를 위한 목적이라고 했고, 변호인은 사업 필요에 따른 경영 판단이라고 맞섰다. 프로젝트G 문건을 작성한 삼성 직원 등의 증언을 청취한 재판부가 신빙성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 엘리엇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S 소송 등의 결과가 나왔다. 상설중재법원은 국민연금이 투자위원회에 개입해 합병에 찬성하도록 한 것 등을 근거로 엘리엇의 손해를 인정했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 같은 혐의로 유죄를 확정받은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