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뒤죽박죽 감상법 [이한빛의 미술관 정원]
반스 파운데이션②
[서울=뉴시스] 이한빛 미술칼럼니스트 = 반스 파운데이션을 설립한 앨버트 C. 반스(1872~1951)는 의사이자 화학자, 기업가였다. 빈민가를 전전했던, 가난한 집안의 셋째였다. 반스는 의대 졸업생이었으나, 의사가 아닌 화학자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친구와 함께 개발한 질산은 소독제 ‘아르지롤’(Argyrol)을 개발했다. 신생아 실명을 예방하는 소독제로 제품이 크게 성공하자 뉴욕 제약회사 조나이트(Zonite)가 1929년 7월 반스의 회사를 인수했다. 이로부터 약 두달 뒤 대공황이 시작됐으니, 반스는 기가 막힌 타이밍에 엑시트한 셈이다. 반스가 미술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02년으로 전해진다. 약 10년 후인 1912년부터 본격적으로 컬렉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동기이자 화가였던 윌리엄 글라켄스(William Glakens)의 도움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작품을 구매했고, 이때부터 인상파, 후기인상파, 근대 초기 작품들을 차근차근 사들였다. 현재 반스 파운데이션의 소장품은 약 4000여점에 달하는데, 반스가 모두 평생에 걸쳐 소장한 것들이다. 명석한 두뇌와 타고난 사업 감각 덕에 엄청난 부를 일군 반스의 스타일은 미술작품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과학자였던 그는 객관성과 사실에 기반한 분석이 가장 정확하다고 봤고, 미술작품 감상에도 이 같은 접근을 시도했다. 실제 작품을 가까이서 보고, 경험하고, 연구하고, 성찰하는 것이 예술사에 근거한 복잡한 해석보다 우수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 같은 결론에는 절친한 친구가 된 철학자이자 교육개혁가인 존 듀이(John Dewey)의 영향도 있었다는 평가다. 반스는 자신의 예술 감상법을 책으로도 냈고(‘The Art in Painting’), 회사 직원들과 날마다 2시간씩 작품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재단을 설립하고 나서는 교육프로그램까지 만들었다.
짐작할 수 있겠지만 반스 파운데이션의 설립 이념 중엔 재단을 통해 각계각층 사람들에게 미술품을 감상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 이른바 ‘반스 감상법’(Barnes Method)도 포함돼 있다. 재단은 1922년 미국 필라델피아 메리온에 설립했다. 프랑스계 미국인 건축가 폴 필립 크레(Paul Philippe Cret)가 디자인한 집이자 미술관이 현재 반스 파운데이션의 모태다. 마구잡이로 섞여있는 듯한 작품들도 천천히 들여다보면 몇가지 규칙이 보인다. 작품 안에 반복되는 도상이나 이미지가 좌우 대칭 형태로 걸려있고, 그 이미지는 심지어 문고리나 경첩, 가구에서도 반복된다. 자신의 안목에 자신 있었던 반스는 컬렉션은 물론 작품 큐레이션까지 본인 스타일대로 밀고 나갔다. 현재 필라델피아 프랭클린 파크웨이에 전시된 작품들은 모두 반스가 죽기 전 자신의 집(이자 갤러리 공간)에 걸어놨던 그대로다. 반스는 유지로 ‘있는 그대로 보존하고 전시하라’고 했고, 그것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다음 주 3편이 이어집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