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신호탄[동학개미가 돌아온다①]
상법 개정,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신호탄 기대코스피, 개정안 통과에 연중 최고가…증시 '화답'이사 책임 강화·소액주주 권한 확대…지배구조 개편 본격화집중투표제·배당 분리과세 등 후속 논의 주목
일각에선 이번 개정안이 일부 핵심 사안이 빠진 '반쪽짜리 개정'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이번 개정안이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주주가치 제고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자본시장 선진화를 향한 '첫 걸음'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크지 않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상법 개정이 빠르게 추진돼 여야 합의 끝에 통과됐다는 점에서, 향후 유사한 정책 기조에도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코스피 5000 시대' 실현을 위한 출발점이라는 평가다. ◆상법 개정안 국회 통과…코스피, 연중 최고치로 '화답'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 3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1.34% 오른 3116.27포인트에 마감하며 종가 기준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장중 개정안 통과 소식이 전해지자 상승 폭을 키우며 고점에서 거래를 마쳤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합산 3% 룰'을 사외이사에게까지 적용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고, ▲의무 비중을 기존 4분의 1에서 3분의 1로 상향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개정된 상법에 따르면, 이사는 앞으로 단순히 회사를 위한 충실의무를 넘어서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정하게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진다. 특히 이사의 충실의무 조항은 즉시 시행되며, 법적 책임의 명확성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사의 책임을 묻는 것이 과거에는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소액·다수 주주의 권익 보호 의무가 명확히 규정됐다"며 "특히 지주회사처럼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기업은 대주주의 사익편취 리스크가 줄면서 리레이팅(재평가)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전자주주총회 의무화는 일정 규모 이상의 상장사가 온라인 주총을 병행 개최하도록 한 조치로, 주주 참여율 제고와 정족수 미달 방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사외이사의 명칭을 '독립이사'로 바꾸고, 비중을 기존 4분의 1에서 3분의 1로 확대하는 내용도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감사위원 선임 시 적용되는 '3% 룰'도 한층 강화됐다. 최대주주는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발행주식총수의 3%를 초과해 보유한 지분에 대해서는 감사위원 선임·해임 안건에서 의결권이 제한된다. 이 조항이 사외이사에게까지 적용되면서 소수주주의 의결권 비중은 실질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숙제도 남아 있다"…집중투표제 등 후속 논의 주목 다만 이번 개정안이 '완결판'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시장에서는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상속·증여세 제도의 합리적 조정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자사주 소각·처분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마련 등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집중투표제 도입과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 주요 조항은 이번 개정안에서 제외되면서, 향후 후속 논의가 예고된 상태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법 개정 이후에도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도입되지 않는다면, 소액주주가 이사 선임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어렵다"며 "결과적으로 대주주가 여전히 이사회 구성권을 독점하게 되고, 지배구조 개선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더라도 제도적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른바 '시차 임기제'를 통해 이사 6명의 임기를 다르게 설정하고, 매년 또는 6개월마다 정기·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이사를 1명씩만 교체하는 방식이다. 김 연구원은 "이 경우 주주는 한 번의 주총에서 단 1명의 후보에게만 표를 집중할 수 있어, 집중투표제의 취지가 사실상 무력화된다"며 "이러한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려면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 추가 장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기업과 경제단체에서는 상법 개정이 기업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제 8단체는 "자본시장 활성화와 공정한 시장 여건 조성이라는 법 개정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사의 소송 방어 수단이 마련되지 못했고 3% 룰 강화로 투기세력 등의 감사위원 선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한국경제인협회가 시장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 상위 600대 상장회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상장 유지 비용이 평균 12.8%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이제부터 시작 그럼에도 시장은 이번 상법 개정이 한국 증시의 만성적인 디스카운트 구조를 해소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번 개정안이 ▲지배구조의 투명성 제고, ▲소액주주 보호, ▲기업 경영진의 책임 강화 등을 통해 기업 체질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자본시장 선진화를 통해 코스피 5000 시대를 준비하겠다"고 밝히며, 이번 상법 개정안이 제도적 기반 마련의 일환임을 강조했다. 시장 전문가들도 이번 개정안이 한국 증시의 구조적인 저평가 해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개정은 한국 자본시장 역사에 기록될 중요한 순간"이라며 "지배구조 리스크와 미흡한 주주환원 정책이 누적돼 온 한국 시장에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래에셋증권은 "현재 한국 주식시장은 높은 거버넌스 리스크로 인해 자기자본비용(COE)이 과도하게 형성돼 있으며, 이는 낮은 주가와 주가순자산비율(PBR)로 이어지고 있다"며 "상법 개정은 단기적으로는 제도 개선을 촉진하고, 장기적으로는 지배구조 개선과 기업 체질 변화로 연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