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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 반려동물 빛과 그림자②]반려동물 산업 급팽창…‘개 전용 TV’까지

등록 2015-02-10 11:35:13   최종수정 2016-12-28 14:3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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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뉴시스】조종원 기자 = 펫(Pet·애완동물)을 패밀리(Family·가족)로 받아들이는 펫팸족이 등장해 반려동물을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열면서 관련 산업도 호황을 이루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7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펫산업 박람회’. 2015-02-10  [email protected]
【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 1. 지방에서 상경해 대기업에 다니는 최모(28·여)씨는 최근 집에 와이파이와 연결되는 폐쇄회로 TV CCTV를 설치했다.

 집에 홀로 두고 다니는 생후 8개월짜리 시추종 반려견이 잘 지내고 있는지를 스마트폰을 이용해 수시로 살펴보기 위해서다. 화장실에 가서나 점심시간에는 스마트폰으로 CCTV 스피커에 연결해 애견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외롭기 싫어서 너를 데려왔는데 너를 외롭게 하다니. 미안해”라는 LG U플러스의 이 제품 CF 카피가 최씨의 공감을 이끌며 적잖은 비용 부담에도 선뜩 지갑을 열게 했다.

 # 2. 아내와 사별한 뒤 금지옥엽처럼 키운 무남독녀를 최근 출가시킨 뒤 홀로 살게 된 김모(60·은퇴)씨.

 사위와 미국으로 유학을 간 딸이 애지중지하던 3살짜리 스코티시폴드종 반려묘를 딸 대신 돌보느라 바쁘다. 딸이 궁금해할까 봐 고양이와의 일상을 담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수시로 올린다.

 ‘고양이’하면 ‘도둑고양이’나 ‘복수의 화신 검은 고양이’를 떠올리는 세대답게 딸이 고양이를 키우겠다고 할 때도 반대했고, 키울 때도 못마땅해 했던 그다. 딸이 고양이를 남겨두고 떠나면서 “데려가고 싶지만, 보면서 저를 생각하시라고 두고 간다”고 말할 때도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하지만 은퇴한 데다 딸까지 떠나 적적할 수 있었던 삶에 딸의 분신 같은 반려묘가 들어오면서 외로움을 덜고 생활의 즐거움을 찾고 있다.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는 2014년 현재 반려동물을 키우는 국내 가구를 전체의 20%로 보고 있다.

 그중 개를 키우는 가구를 16.0%로 추산했다. 일본과 서구에서 ‘반려동물 지존’ 자리를 놓고 개와 겨루고 있는 고양이는 3.4%에 그쳤다. 기성세대가 고양이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탓이다.

 그러나 개의 절대적인 위상도 서서히 흔들리고 있다. 현대화·서구화와 해외 체류 경험을 가진 젊은 층의 증가로 고양이에 대한 선입관과 편견이 줄어들면서 고양이가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개·고양이가 아닌, 특별한 반려동물을 원하는 사람들까지 늘어나면서 족제비의 일종인 페릿을 필두로 고슴도치·돼지·원숭이 등을 키우는 사람도 있고, ‘학습용 동물’인 토끼·기니아픽·햄스터 등을 키우는 사람도 많다.

 금붕어·열대어·해수어 등 어류 외에도 이구아나·도마뱀·뱀·거북과 같은 파충류, 거미류, 장수풍뎅이·사슴벌레를 위시한 곤충류 등 반려동물이라고 불러도 될지 의문이 들 정도로 야성(野性)을 가진 동물들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개를 키우는 가구에 고양이 등 다른 동물을 키우는 가구들까지 모두 더하면 20%에 육박한다. 국내 5000만 인구 중 1000만 명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펫팸족(族)을 아십니까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이처럼 많아진 것은 고령화·만혼·이혼·저출산 등으로 인해 1~2인 가족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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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종원 기자 = 집에 홀로 있는 반려동물을 스마트폰으로 실시간으로 살펴볼 수 있는 IP CCTV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사진은 LG유플러스 홈CCTV ‘맘카2’.  [email protected]
 외로움을 달래주고 허전함을 채워줄 상대로 반려동물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펫(Pet·애완동물)을 패밀리(Family·가족)로 받아들이는, 이른바 ‘펫팸족(族)’의 등장이다.

 펫팸족이 가족 같은 반려동물을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열면서 관련 산업도 호황을 이루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동물병원에서 사용된 카드 결제액은 2783억3000만원을 기록했다. 2010년 동기(1421억5000만원)와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또 여신금융협회 집계 결과, 지난해 7월 반려동물 업종의 카드 승인금액은 881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8.7%(138억원)늘어났다. 이 중 반려동물 구매 등 직접 소비와 동물병원 결제가 각각 30.4%(65억원), 13.9%(73억원) 증가했다.

 농협경제연구소는 지난해 우리나라 반려동물 시장 규모를 1조8100억원으로 추산하면서 2020년께 6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반려동물 문화와 산업이 지난 20년간 얼마나 발전했는가를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이 바로 ‘개밥’이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반려견은커녕 애견 취급도 받지 못하던 개에게 집에서 먹다 남은 음식들을 걷어 먹이는 것이 당연했다. 뜨겁고 맵거나 짠 음식이 개의 건강에 해롭다고 ‘애견백과’에 쓰여 있었지만, 그런 책조차 읽는 사람이 드물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부터 애견 붐이 일면서 애견사료가 양하게 수입돼 실내에서 키우는 애완견을 중심으로 사료를 먹이는 것이 일반화·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애견이 반려견으로 신분 상승한 2010년대에 들어서자 사람도 맛보기 힘든 친환경·유기농 곡물이나 사슴 고기 등을 넣은 최고급 애견사료, 애견의 체질·특성에 맞춘 배달형 맞춤 사료까지 등장했다.

 ‘질병 치료’는 어떨까. 2차 진료기관을 표방한 대형 동물병원들은 경쟁적으로 컴퓨터 단층 촬영(CT) 장치나 자기 공명 영상(MRI) 촬영장치를 도입하고 있다. 하모닉 제너레이터300·엔실 RF60·서지트론 4.0 등 사람 병원에도 없는 첨단 의료기기를 활용해 수술 시 동물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극소화하고 있는 개인 동물병원까지 생겼다.

 ‘애견·애묘 미용’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1990년대 ‘빡빡이’라고 해서 털을 바리캉으로 모두 밀어버리는 수준이었던 미용은 2000년대 애견미용실이 생겨나면서 털을 예쁘게 다듬고, 꾸미는 것으로 수준이 높아졌다.

 급기야 2010년대에는 털을 깎지 않는 것 외에도 개와 고양이의 피부와 털에 영양을 주기 위해 각종 팩을 해주고, 마사지를 해주기에 이르렀다.

 ‘장례’도 이제는 사람과 별 차이가 없게 됐다. 2000년대 초반 극소수가 이용하던 반려동물 화장 서비스는 일반화 단계를 넘어 봉안당 서비스, 반려동물 유골을 사리로 만들어 영원히 간직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 등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계속 발전 중인 반려동물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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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윤신근종합동물병원장 윤신근 박사(한국동물보호연구회장)가 반려견을 진료하고 있다. 윤 박사는 하모닉 제너레이터300·엔실 RF60·서지트론 4.0 등 첨단 의료기기를 활용해 반려동물을 수술한다.  (사진=뉴시스 DB)
 2010년대 반려동물 산업의 가장 큰 변화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로의 확대다.  

 2014년 2월 개들을 위한, 개들이 보는 방송  채널인 ‘도그 TV(DOG TV)’가 국내 론칭했다. 미국,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다.

 애완동물 전문가, 동물심리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 반려견들이 실제 느끼는 감정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반려견들의 스트레스를 최 소화하고,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제작·방송한다.

 반려견들이 부분 색맹임을 고려해 색상, 밝기 등 시각적인 보정 작업을 거치고, 소리와 주파수도 예민한 청각에 맞게끔 최적화했다. 시간대별 프로그램 편성도 반려견들의 라이프 사이클에 맞췄다.

 반려동물 중 가장 외로움을 많이 타는 개를 겨냥한 만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케이블 방송에서 처음 서비스를 시작해 이제는 IPTV 사업자를 통해서도 서비스되고 있다. 외국산인 도그 TV에 맞서 국내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편성하는 ‘해피 도그 TV’도 지난해 4월 말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집에 홀로 있는 반려동물을 스마트폰으로 실시간으로 살펴볼 수 있는 IP CCTV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LG유플러스의 100만 화소의 고화질(HD)급 홈 CCTV인 ‘맘카2’다.

 좌우 최대 345°, 상하 최대 110°의 넓은 회전 반경으로 사각지대가 거의 없는 데다 3배까지 확대 가능한 줌인(Zoom-in) 기능, 야간에도 또렷한 적외선 LED 채택 등으로 스마트폰을 통해 집 안 구석구석을 둘러볼 수 있다. 특히 스피커를 통해 필요하면 반려동물에게 말도 걸 수 있게 한 것도 장점이다.

 1인 가구 방범용으로 2013년 첫선을 보였으나 반려견 동호회를 중심으로 반려견 돌보기 용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새로운 시장이 개척된 경우다. LG유플러스는 애초 U+인터넷 사용 고객만 이용할 수 있었던 가입 제한을 없애 다른 인터넷 서비스 가입자도 이용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했다.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동물등록제’도 ICT와 만나 더욱 성과를 거두고 있다.

 동물등록제는 애완견 등 잃어버린 반려동물의 주인을 신속하게 찾아주거나 동물 유기를 방지하기 위해 동물과 그 소유자의 정보를 등록·관리할 수 있도록 반려동물에 내·외장형 칩이나 인식표를 부착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다만 외장형 칩이나 인식표의 경우 유사시 무용지물이 되는 문제점이 있어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년부터 내장형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이 제도는 앞으로 내장형 칩에 GPS 기능을 도입하면 유기동물을 찾기가 더욱 쉬워질 수 있다. 더 나아가 사물 인터넷(IoT)과 연계해 반려동물 헬스케어 등의 부가 기능으로 영역을 확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필동 윤신근종합동물병원장 윤신근 박사(한국동물보호연구회장)는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관련 업계에서도 상품과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다”며 “특히 동물병원이 첨단 의료기기를 활용해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를 진단하면서 정확도가 높아지고, 첨단 장비를 이용함으로써 수술 시간은 물론 회복 시간까지 단축하면서 동물이 받는 스트레스도 줄어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윤 박사는 “앞으로 3D 프린터 기술을 활용해 장애를 가진 반려동물을 활동성을 높이는 등 첨단 기술과 동물의학의 접목은 더욱 무궁무진해질 것이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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