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경제일반

[이슈진단②]강원재 브레드05 대표 “내 손님 만드는 ‘작지만 힘있는 빵집’ 지향”

등록 2015-07-13 11:30:03   최종수정 2016-12-28 15:18:15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강원재 브레드05 대표.
【서울=뉴시스】최희정 기자 = “대기업의 자본력과 기술력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손에서 나오는 자신만의 노하우와 정성이다. 빵에 대한 확고한 마인드를 갖고 있어야 (대기업을) 넘어설 수 있다.”

 연고도 없는 서울 신길동 조용한 주택가로 이사를 왔지만, 3개월 만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작은 빵집 ‘브레드05’의 강원재 대표는 낭랑한 목소리로 이처럼 강조했다. 그는 “홍대 부근에서는 9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을 찍었지만, 신길동에서는 특이하게도 오자마자 매출이 올랐다. 홍대에 있을 때 보다 낫다”며 만족스러워했다.

 브레드05는 ‘빵돌이’ ‘빵순이’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한 곳이다. 서울 서교동 홍익대 부근에 있던 시절, 이 집은 ‘홍대 빵투어’를 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홍대 앞 유명 빵집 중 하나로 통했다. 4년전 ‘앙버터’란 빵을 출시하면서 입소문을 탔던 이 가게는 2012년 당시 파리바게뜨가 이를 표절했다는 논란이 일면서 다시 한 번 주목받았다. 트위터에서 누리꾼들이 대기업의 부도덕성을 질타하는 등 이슈화됐던 사건은 파리바게뜨가 제품명과 모양을 변경하는 것으로 결정하면서 마무리됐다.

 그렇게 홍대 인근에서 기반을 닦아놓았던 강 대표. 그는 건물 주인의 요구로 올해 초 가게를 비워줘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는 “처음에 고생스럽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소비자가 인정해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상권이 아닌 주택가 골목으로 자리를 옮겼다. 여의도동과 이촌동 구석진 곳에서도 오직 빵 맛으로만 승부, 단골 손님을 끌어모았던 경험을 기억했다. 현재 강 대표는 여의도동, 이촌동, 신길동 등 3개 매장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

◇“프랜차이즈 잡아먹으려다 잡아 먹혀”

 물론 빵 장인에게도 어려운 시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전북 군산 이성당에서 3년, 서울의 한 제과점에서 1년을 일한 뒤 개인 빵집을 오픈했다. 대기업 제과 프랜차이즈 점포 수가 급증하던 2000년대였다. 2004년부터 여의도동 여의도고 근처에서 ‘브랑제리르와르’라는 제과점을 운영하면서 사업 노하우를 익힌 강 대표는 여의도동 원효대교 인근에 2호점을 냈다.

 그러나 강씨 가게 바로 옆에 있는 파리바게뜨를 찾는 손님들이 훨씬 더 많았고, 장사가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돈만 잃고 사업을 접고 말았다.

 강 사장은 “(파리바게뜨를) 잡아먹으려고 갔다가 잡아먹히고 나왔다. 일생일대 가장 큰 위기였다”며 “3억~4억원 가까이 손해본 뒤 가게를 뺐다. 자신감도 있고, 해볼 만하다고 판단해 들어갔는데, 잘 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롯데백화점에 들어갔다가 접을 때도 위기였다. 홍대에서 1년 빵집을 운영한 뒤 명동 롯데백화점에 입점했는데, 재미를 보지 못했다. 백화점 생리도 잘 몰랐고, 명동에는 유입인구가 많지만, 상당수가 호텔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일본인이었다. 우리나라 고객들이 맛있다고 다시 오기까지는 2~3개월 걸린다. 고객 수가 적었다”고 말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최희정 기자 = 강원재 대표가 운영중인 한 빵집.
◇“동네빵집은 대기업과 다르게 가야”

 유난히 파리바게뜨와 맞닥뜨린 경험이 많았던 강 사장이지만, 대기업 프랜차이즈 제과점을 나쁘게만 보지 않는다. 또한 그는 동네 빵집들이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목표, 전략과 다르게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의 차별화 전략 때문에 동네 빵집이 많은 피해를 본 것은 사실이다. 프랜차이즈가 개인빵집 바로 옆에 와서 가게를 빼앗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런 시대가 지났고, 연연할 필요가 없다.”

 그럼 피해를 봤는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강 사장은 “프랜차이즈가 많아지고, 주변에 많은데 개인적으로 회사와 경쟁한다는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 쪽은 우리 경쟁 상대가 아니다. 대기업은 매출이 몇 천억, 몇조가 돼야 하지만, 작은 가게는 하루 백만원만 팔아도 즐겁게 생활할 수 있다. 자부심이 있는 빵을 만든다면,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작지만 힘 있는 빵집’을 거듭 강조했다.

 “50만원을 팔든, 60만원을 팔든 내가 만들고 싶은 빵을 굽고, 충성 고객을 만들어 내면서 기술을 개발해 가면 성공한다. 대기업과 개인이 매출을 갖고 경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본인 가치관을 갖고 살다보면 프랜차이즈점에 신경을 쓸 필요도 없고, 옆에 있다고 무서할 필요도 없다. 작아도 힘 있는 빵집이 돼야 한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