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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리스크' 몽고식품, 피죤처럼 추락하나?

등록 2015-12-31 07:00:00   최종수정 2016-12-28 16: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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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뉴시스】 홍정명 기자 = 최근 김만식 몽고식품 명예회장의 운전기사 폭행 및 폭언 사건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28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에 있는 몽고식품 창원공장 정문.2015.12.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110년 전통의 장수 기업 몽고식품이 김만식(77) 전 명예회장의 '갑(甲)의 횡포'로 인해 휘청거리고 있다.

 몽고식품 홈페이지는 폭발적인 비난 여론에 의한 방문자 폭증으로 23일부터 접속이 불가능했다 일주일이 지난 30일 간신히 정상화했다.

 김 전 회장의 만행에 분노한 소비자 불매운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상에서 여전히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주요 포털 사이트 블로그나 카페에는 "몽고식품 불매운동에 동참합시다"는 내용의 글이 줄기차게 올라오고 있다.

 시민단체 활빈단은 내년 1월1일부터 인권, 노동, 소비자 등 단체들과 연대해 몽고식품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아울러 김 전 회장을 폭행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고용노동부도 다음 주 중 몽고식품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하기로 했다. 확인할 내용은 사업주와 직원 간 상하 관계에서 발생한 폭행뿐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 파견법, 노동관계법 위반 여부 등 전반적인 부분이다.  

 노동부는 29일 김 전 회장의 장남인 김현승 대표이사를 불러 관련 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했다.

 이번 사태는 김 전 회장의 운전기사로 근무한 A(43)씨가 22일 한 매체에 "올 9월부터 특별한 이유 없이 김 전 회장으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촉발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10월 중순 자기 부인 부탁으로 회사에 가있는 A씨에게 "왜 거기에 있느냐"고 호통을 친 뒤 자택으로 돌아온 A씨의 낭심을 구둣발로 걷어찼다.

 이로 인해 A씨는 병원 진료를 받았고, 아랫배 통증으로 일주일간 집에서 쉬어야 했다. 

 김 전 회장은 이전부터 A씨에게 수시로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A씨가 휴대전화로 녹음해 공개한 파일에는 'XX놈' 'X자식' 'XXX 없는 XX' 등 김 전 회장의 욕설이 가득했다.

 A씨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모든 것을 참고 견뎌냈으나 결국 15일 권고사직 당했다.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불거지자 몽고식품은 바로 이튿날인 24일 홈페이지에 "피해 당사자분에게는 반드시 직접 사과를 드리겠다. 이와 함께 사태를 책임지고 명예회장직에서도 사퇴하겠다"는 내용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비난 여론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사과문을 올린 당사자가 김 전 회장이 아니라 장남인 김 대표인 탓에 진정성을 의심받았다. 

 이에 김 전 회장은 28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팔용동 창원공장 강당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마음의 상처를 입은 피해 당사자와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김 대표도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몽고식품을 사랑해준 국민께 큰 실망과 분노를 안겨드렸다. 진심으로 사죄한다"며 함께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이 지난달 30일 '대한민국을 빛낸 위대한 인물 대상'의 산업부문 식품산업 대상을 차지했고, 사훈이 '사원을 가족처럼'이라는 사실 등이 알려지면서 '이중적인 행태'로 더욱 비난을 사고 있다. 

 1905년 설립된 몽고식품은 창업자 고(故) 김홍구 회장 이후 가족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간장·고추장·된장 등을 제조·판매하며 지난해 기준 매출 447억원·영업이익 11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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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뉴시스】 홍정명 기자 = 28일 오후 2시 경남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 몽고식품 창원공장 강당에서 김만식 명예회장이 기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최근 명예회장의 운전기사 폭행 및 폭언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2015.12.28.  [email protected]
 국내 장류업계 점유율은 20~30% 정도로 2~3위권이다. 다만 호텔·일식집·식당 등 업소 시장에서는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로 몽고식품의 매출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대표적인 유통업계 '오너리스크' 사건으로 꼽히는 피죤과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모양새다. 두 사건 모두 오너의 직원 경시 풍조와 독단적 경영 행태로 말미암았다.

 피죤은 2011년 8월 이윤재(81) 전 회장의 청부 폭행 사건이 세간에 알려져 큰 타격을 입었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011년 8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 피죤 본사 집무실에서 조직폭력배에게 3억원을 주고 전문경영인인 이은욱(55) 전 사장을 폭행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이 전 회장과 이 전 사장은 인사와 정리해고 문제 등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었다. 일부 언론에서는 피죤의 잦은 임직원 교체와 이 전 회장의 폭행·횡령 혐의 등을 다룬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은 "이 전 사장 등에게 겁을 주든지 ,괴롭히든지 해 (해고 관련) 기사가 나오지 않도록 해결하라"며 청부 폭력을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이 전 회장은 이 전 사장이 폭행당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폭력조직원들에게 도피자금 명목으로 현금 1억5000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경찰 추적을 받아오던 폭력 조직원 오모씨는 2011년 12월13일 경기 용인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오씨가 도피생활과 심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했다.

 당시 전국적인 불매운동이 일어나자 피죤은 국내 주요 일간지에 사과 광고를 게재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기사 막기용 광고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더불어 최근 몽고식품의 대국민 사과와 마찬가지로 진정성에 대한 의심을 받았다.  

 피죤은 2009년 섬유유연제 시장 점유율 48.3%를 기록하는 등 사건 전까지 독보적인 1위 기업이었다. 하지만 사건 다음 해인 2012년 23.5%로 점유율이 급락한 뒤, 2013년 23.7%, 2014년 22.6%, 올해 8월 기준 24.7%로 2~3위권을 맴돌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청부 폭행죄로 영장 실질심사를 받을 당시 "경영 후선으로 물러나겠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러나 8개월 만에 가석방된 이후 동전 뒤집듯 말을 바꾸고 회사 경영에 개입해 논란을 빚었다.

 또 이 전 회장은 100억원대 회사 자금을 빼돌리거나 국외 법인 투자 등으로 사용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2013년 11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피죤 노조는 최근까지 "기업 이미지 실추에서 오는 리스크를 극복하기 보다 과도한 노조 탄압으로 직원들을 고용 불안으로 내몰고 있다. 창업주로서의 모범적인 태도가 아니다"며 시위를 벌이다 사측과 단체협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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