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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갑의 질서 Ⅰ-①]김영란법, 9월28일 시행…'더치페이 시대' 門 열린다

등록 2016-08-25 05:30:00   최종수정 2016-12-28 17:3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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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안지혜 기자 = 헌재는 28일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기자협회 등이 제기한 김영란법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사건에서 언론인 및 사립학교 관계자를 '공직자 등'에 포함한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email protected]
한국식 낡은 접대 관행에 '제동', 더치페이 문화 확산으로 투명 사회 '기대감' 적용 대상 400만명 추산될 만큼 광범위, '3·5·10' 규정으로 소비 위축 우려 여전 공공기관·지자체·교육계·언론계·재계·정치권 등 김영란법 대응 방안 마련 분주

【서울=뉴시스】장민성 기자 = 태동 전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9월28일부터 전격 시행된다. 부정 청탁 및 공직자의 금품 수수를 금지하고 있는 김영란법의 시행은 한국식 접대 문화에 제동이 걸린다는 의미이자, 모든 상거래의 더치페이(각자 계산) 시대가 본격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우리 사회가 낡은 접대 관행을 고치고 투명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광범위한 적용 대상으로 인한 부작용과 농림·축산·화훼 분야 등의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영란법은 2010년 '스폰서 검사' 사건과 2011년 '벤츠 여검사 사건' 등 거액의 금품을 받아놓고도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혐의를 벗게 된 검사들의 잇단 일탈에서 비롯됐다.

 국민권익위원회도 김영란법의 추진 배경에 대해 "우리 사회의 폐습으로 작용하는 부정 청탁과 금품 수수 관행의 근절을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국민들이 기대하는 공직 사회 청렴성 수준이 공직자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고, 이는 결국 현재 공직 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의혹과 불신이 팽배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2015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00점 만점에 56점을 기록, 168개국 중 37위로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기준으로 살펴봐도 최근 5년 동안 34개국 중 27위로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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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18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소 회관에서 열린 '김영란법 시행과 기업 대응과제'설명회에서 기업관계자들이 조두현 국민권익위원회 법무보좌관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번 서울 설명회를 시작으로 9월초까지 10개 주요도시에서 전국순회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광장, 김앤장, 세종, 율촌, 태평양, 화우 등 주요 로펌과 함께 김영란법 상담센터도 운영해 법 시행에 따른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상시 해결해 나갈 예정이다. 2016.08.18. [email protected]
 이는 우리 사회의 부패 실태에 대한 기업인이나 전문가 등의 인식이 부정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해 권익위의 부패인식도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우리 국민의 57.8%가 '공직 사회가 부패하다'고 응답한 반면, 공무원의 3.4%만이 공직 사회가 부패하다고 응답했다.

 김영란법은 그동안 관행으로 여겨졌던 스폰서, 떡값, 전별금, 연줄 등을 포함해 대가성이 없더라도 공직자에게 전해지는 모든 금품을 부정부패의 시발점으로 여긴다. 이에 김영란법은 금지대상인 부정청탁을 14가지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사실상 공공부문의 거의 모든 분야가 해당된다.

 구체적으로는 ▲인가·허가·면허·특허·승인·인증·확인 등의 부정한 직무 처리 ▲인가 또는 허가의 취소, 조세, 과태료, 범칙금 등 각종 행정 처분이나 형벌 부과에 대한 부정한 감경·면제 ▲채용·승진·전보 등 인사에 관한 부당한 개입 등이다.

 또한 ▲공공기관이 주관하는 수상·포상·우수기관 선정 등에 특정 개인이나 단체·법인 등이 선정·탈락되도록 개입 ▲입찰·경매·개발·특허·군사·관세 등 직무상 비밀 누설 ▲특정 개인·단체·법인 등이 계약 당사자에 선정·탈락되도록 개입 ▲보조금·장려금·출연금·교부금 등의 부정한 배정·지원 ▲공공기관의 재화·용역의 부정한 매각·교환 ▲각급 학교의 입학·성적·수행평가 등의 부정처리·조작 ▲징병검사, 부대 배속, 보직 부여 등 병역 관련 업무의 부정처리 ▲공공기관 평가·판정에서 부정한 판정·결과조작 ▲수사·재판·심판·결정·조정·중재·화해 등 업무의 부정한 처리 등도 포함된다.

 이에 따라 청탁한 사람과 이를 전달한 사람 모두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청탁을 들어준 공직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는다. 제3자를 통해 부정청탁을 하거나, 제3자를 위해 부정청탁을 한 사람도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공직자가 청탁을 두 차례 받을 경우 이를 신고하지 않으면 징계 대상에 해당된다. 또 공직자는 직무와 상관없이 1회 100만원, 1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3년 이하의 징역과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공직자 등'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는 약 400만명으로 추산된다. 공무원, 공공기관 임직원, 언론계 종사자, 사립학교 임직원 등과 함께 이들의 배우자까지 포함된다.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내용은 이른바 '3·5·10' 규정이다. 김영란법 시행령 제정안은 원활한 직무수행과 사교·의례·부조 등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선물·경조사비 등은 일정 금액 내에서 허용하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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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으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29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에서 직원이 5만원 미만으로 가격을 맞춘 선물세트(오는 8월 2일부터 판매)를 소개하고 있다.  2016.07.29. [email protected]
 식사비 3만원, 선물비용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등을 하나라도 넘으면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이를 두고는 산업화 과정에서 관행으로 용인돼 왔던 한국식 청탁·접대 문화가 근절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의견과 함께 외식·선물 수요 등이 급감해 소비 위축 등 경제적 부작용이 상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이와 관련,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산림청·중소기업청 등은 "물가 수준 등을 고려해 허용 금액을 상향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8일 금품 가액 범위를 대통령령에 위임한 조항에 대해 5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결정문을 통해 "사교·의례 목적의 경조사비와 선물, 음식물 등의 가액은 일률적으로 법률에 규정하기 곤란한 측면이 있다"며 "사회통념을 반영하고 현실 변화에 대응해 유연하게 규율할 수 있도록 행정입법에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정부도 '3·5·10' 규정에 대해 위헌 요소가 없고 법의 제정 취지에도 어긋나지 않는 만큼 선(先) 시행 후(後) 보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는 지난달 22일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음식물, 선물, 경조사비 등의 가액 범위(3만원·5만원·10만원)에 대해 동의했다"며 "가액 기준의 이견과 관련, 2018년 말까지 이번 규제의 집행 성과를 분석하고 타당성에 대해 권익위에서 재검토하라"고 권고했다.

 김영란법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관가와 정치권, 지자체, 교육계는 물론이고 재계와 언론계 등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소관 부처인 권익위는 이달 말까지 '청탁금지법 매뉴얼'을 마련하기 위해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매뉴얼은 공무원, 공직 유관단체, 사학 관계자, 언론인 등 법 적용 대상별로 구분해 작성 중이다. 행정자치부는 40일 동안 공직감찰 특별점검에 돌입했고,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들도 김영란법 관련 수사 매뉴얼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자체와 교육계도 자체적인 준비 작업과 함께 내부 기강 잡기에 한창이며, 기업들도 TF(태스크포스)를 꾸려 사안별 대응 방안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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