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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이 바꾼다]③'기소독점' 검찰 권력에도 견제장치가 필요하다

등록 2017-01-04 09:42:19   최종수정 2017-01-16 10: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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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4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 걸린 검찰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2016.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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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권력의 시녀'

 검찰이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단어다.

 검찰이 온나라의 관심을 받는 초대형 정치적 이슈를 취급할 때마다 국민들로부터 요구받는 덕목은 '검사의 기개'. 특히 청와대 등 권력의 핵심부와 연결돼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더더욱 '대한민국 검사'로서의 엄정함과 공정함을 요구당한다.

 대부분은 하지만 '역시나'로 귀결됐다. 이 때마다 등장한 표현이 권력의 시녀.

 광화문 촛불 시위가 당겨지기 직전인 지난해 9월29일로 시계추를 돌려보자.

 이날은 투기자본감시센터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청와대 비선실세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놓고 검찰에 고발장을 낸 날이다.

 되짚어보면 이날이 바로 장장 10주에 걸친 '1000만 광화문 촛불 시위'에 불을 당긴 '최순실 게이트'의 출발점이었다.

 

 ◇권력형 비리를 대하는 검찰의 민낯 '최순실게이트'

 현직 대통령이 연루된 수사를 놓고 검찰은 이날부터 상당 기간 미적지근한 태도로 일관했다. 고발장이 접수된 지 일주일 후인 지난해 10월5일에야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로 배당됐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검찰의 자세.

 대한민국 권력의 최상층부인 청와대 개입의혹 사건을 검찰은 처음부터 특수부가 아닌 형사부에 배당, 사건이 확대돼 권력게이트로 번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시켰다.

 사건을 배당한 후 다시 일주일이 지난 2016년 10월11일에서야 고발인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으며,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특별수사본부는 이 보다 한참 뒤인 같은달 27일에야 꾸려졌다. 이후부터는 익히 보도된 대로 우왕좌왕 끌려다니는 검찰의 모습만 끝없이 노출됐다.

 수사 초기 '골든타임'을 놓친 상태에서 시작한 수사인 만큼 시간에 쫓길 수 밖에 없었고, 박 대통령측의 시간끌기와 무시전략에 속수무책이었다.

 검찰은 왜 스스로 '무능한 존재'로 주저앉았을까.

 법조계 주변에선 검찰조직에 포진해 있는 '힘의 연결고리'에 주목한다. 이 힘의 연결고리 최정점은 청와대 민정수석. 정권의 성격과 무관하게 민정수석은 매번 검찰 출신인사가 차지, 검찰 인사를 좌지우지해 왔다.

 현 정부에선 우병우 민정수석이 이 힘의 연결고리를 더욱 강력하게 구축했다는 평을 받았다. 검찰 내부에선 이 때문에 '검찰 인사 명단은 우병우 수석이 만든다'는 말까지 공공연하게 떠돌았을 정도. 

 현직 대통령과 비선실세가 연루된 이 사건에 대해 검찰이 처음부터 강력한 수사의지를 갖지 못한 원인이다.

 

 ◇ 기소독점·청와대파견·검사동일체…그들만의 권력

 검찰이 권력 최상층부의 비리에 수사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다른 해법은 없는가. 적어도 대한민국에선 불가능에 가깝다.

 가장 큰 이유는 검찰만이 행사할 수 있는 기소권.

 우리나라는 '기소독점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검찰만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길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서 검찰이 눈을 감으면 세상없는 범죄를 저질러도 재판에 회부시킬 통로가 없다는 의미다.

 여기에 검찰이 자의적 판단까지 가세한다면… 특히 자신들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청와대 또는 그에 상응하는 권력집단에 대해 기소를 포기한다면… 앞으로도 권력형 비리가 불거지면 매번 촛불행진을 벌여야 한다는 아찔한 상상이 가능하다.

 검사들의 청와대 파견도 짚어볼 대목이다.

 지난 1997년 김영삼정부는 현직 검사의 청와대 파견근무를 금지하도록 검찰청법을 개정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따른 조치였다.

 검사들의 '청와대행'은 하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여기엔 지켜보기 민망한 '꼼수'가 동원된다. 청와대에서 지목한 검사는 일단 사표를 낸다. 변호사로 신분세탁을 한 후 청와대로 들어가 비서관 또는 행정관으로 근무한다. 청와대에서 임기를 마치거나 사직하면 경력검사 재임용 형태로 검찰에 되돌아간다.

 청와대 파견검사는 권력이 검찰을 직접 통제하는 '묘수'이기도 하다.

 검찰만 행사하는 '기소독점권', 이를 통제하기 위한 청와대 중심의 '힘의 연결고리'는 결과적으로 가뜩이나 통제장치가 약한 권력에 갑옷까지 입히는 효과를 발휘한다.

 지금은 법의 울타리 밖으로 밀려난 '검사동일체 원칙'도 여전히 문제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검찰청법 개정으로 철폐됐지만,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모든 검사는 하나'라는 이 원칙은 여전히 검사집단 내에서 암묵적인 최고 덕목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 덕목은 검사들간의 동질감 및 동료의식을 공유하는데 효과적이지만, 2000명 검사들의 사고와 언행을 통제하고 소신수사를 어렵게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시스템 체인지' 가능하려면…

 검찰은 매번 '개혁 대상'에서 빠지지 않는다. 그만큼 힘의 집중도가 높고, 집중도가 높은 만큼 부작용도 커졌기 때문이다. 나아가 우리사회의 자정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검찰 = 권력의 시녀'라는 등식의 붕괴를 확인하게 만들어 주는 시스템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앞서 적정 수위의 검찰력 통제가 필요해 졌다.

 일부에선 벌써부터 고위공직자수사처, 상설특검 신설 등의 논의가 나온다. 이 제도는 모두 검찰이 독점한 기소권 일부를 나누자는 것이 핵심이다.

 검사장 직선제도 거론된다. 청와대에 묶여있는 검찰의 인사권을 독립시키자는 취지다.

 참여연대 운영위원장인 김진욱 변호사는 "최순실게이트가 마무리되면 정치권력 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에 걸친 개혁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검찰 권력도 이 바람을 비켜갈 수 없다"고 말했다.

 '1000만 광화문 촛불시위'는 '여지껏의 국가운영 시스템이 이제 작동에 한계가 왔다'는 명확한 시그널이다.   검찰 내부의 '힘의 연결고리'와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기소독점주의'를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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