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깡패' 자이언티 "난 변했다. 그 변화를 담았다"
이런 메모와 그 메모에 어울릴 멜로디로 만든 노래들이 음원 차트를 단번에 장악했다. 가수 자이언티(Zion.T)(28·김해솔)는 1일 자정 발표한 새 앨범 'OO'으로 모든 차트를 이른바 '올킬'(all kill)했다. 1위에 오른 타이틀 '노래'를 포함해 앨범 수록 7곡 모두 음원차트 10위권 내에 진입했다. 지난 수 개월 간 음원 차트를 지배한 드라마 '도깨비' OST들은 단번에 지워졌다. '자이언티가 도깨비의 검을 뽑았다'라는 우스개 소리가 이날 오전 내내 온라인상을 떠돌았다. '노래'는 말 그대로 꽂히는 노래다. 쉬운 멜로디에 "이 노래는 유명해지지 않았으면 해"라는 가사가 듣자마자 입을 맴돈다. '양화대교'에서 그가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고 노래했던 것만큼 중독성 있다. 독특한 그루브와 유일무이한 목소리가 자이언티의 첫 번째 강점이라면, 두 번째 무기는 그의 노랫말이다. "힘빠지는 대답같지만 전 의식의 흐름대로 써요. 음악을 만들다보면 너무 재밌어서 혼자 웃게 되는 그런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 게 가사가 됩니다. 빨리 알려주고 싶거든요."
1집 'Red Light'(레드 라이트)가 2013년 4월에 나왔으니까 이번 앨범이 나오기까지 4년이 걸렸다. 그 사이 자이언티는 소속사를 옮겼고, 싱글 '양화대교'(2014년 9월)로 거대한 성공을 거뒀다. 방송 출연을 어색해 하던 그는 '무한도전' '쇼미더머니' 등 예능프로그램에도 나왔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1집과 2집 사이 간극은 커졌다. 전작이 넘치는 패기로 뮤지션으로서 첫 발을 내딛는 느낌을 줬다면, 이번 앨범은 더 유연해지고 부드러워졌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이번 앨범은 제 성격과 취향, 그러니까 지금의 저를 담고 있습니다. 말랑말랑한 앨범 맞아요. 시간이 흘렀습니다. 저도 변했고요. 어찌 됐든 접니다. 그래서 어떻게 판단하든 상관 없어요. 내가 변했다면, 그 변화를 솔직하게 담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
자이언티의 별명은 '음원 깡패'다. 발표하는 노래마다 음원 차트에서 높은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작업 비결을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그는 특별한 비결 대신 "내가 먹은 걸 소화할 뿐이다. 모든 아티스트가 그럴 것"이라는 평범한 대답을 내놨다. 다만 그는 "사소한 것들이 정말 크게 보이는 순간을 기억하려 한다"는 말도 했다. "그런 순간이 가끔씩 찾아와요. 컵에 담긴 물 한 잔이 크게 다가오는 순간이요. 흐르는 물방울 하나에 감동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게 참 좋은 것 같아요."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