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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데서나 바지 내리는 데이미언 허스트…'아주 사적인 현대미술'

등록 2017-04-03 14:15:51   최종수정 2017-04-10 09:5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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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아주 사적인 현대미술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포름알데히드에 넣은 뱀상어부터 8601개의 다이아몬드를 박아 넣은 해골까지, 내놓는 작품마다 논란을 몰고 다닌 그야말로 ‘핫한’ 아티스트, 데이미언 허스트는 '세상을 집어 삼키려 한 아티스트'다.

 골드스미스 대학에 다니던 시절 허스트는 매년 연말마다 학생들이 여는 전시의 기획을 맡아 빈 창고를 빌려 '프리즈'라는 제목의 전시를 열었고, 이는 YBA(젊은 영국 아티스트들)라는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냈다. 기획의 천재로서 한때는 미술가보다 화상, 큐레이터가 되리라는 기대를 받았다는 그는 이제 하는 일마다 화제를 몰고 다니며 록스타에 버금갈 만한 인기를 끄는 스타로, 작가로서는 물론이고 사업가로서도 왕성하다.

 '데이미언 허스트'라는 이름은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아무 데서나 바지를 내리고 폭음을 일삼으며 파티를 즐기는 악동이지만 한편으로는 동료들의 작품을 사 주는 관대한 컬렉터이자 아이와 파트너에게 다정한 의외의 면모를 보기이도 한다.

 이 시대의 가장 핫한 예술가 10인의 삶을 지근거리에서 바라보고 그것을 그들의 작품과 연결시킨 이 책은 현대미술을 쉽게 이해할수 있게 한다.

 저자는 1960년부터 잡지 '뉴요커'의 전속 미술평론가로 활동한 캘빈 톰킨스로, 그는 미술 그 자체보다는 아티스트의 라이프스타일과 작품 창조를 둘러싼 조건들에 초점을 맞춘다.

 인정받은 아티스트가 "이게 예술이야"라고 제시하는 것은 무엇이나 예술로 받아들여지는 오늘날 풍토에서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열명의 동시대 아티스트들에게 '미술은 무엇보다도 삶의 문제에 대한 접근'이 되기 때문이다."

 책에는 데이미언 허스트를 비롯해 신디 셔먼, 줄리언 슈나벨, 매슈 바니, 제임스 터렐, 리처드 세라, 마우리치오 카텔란, 재스퍼 존스, 제프 쿤스, 존 커린의 삶과 예술이 담겼다.

 스스로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유명해진 신디셔면이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 사람이 드물다는 것과 ‘변장’을 하고 ‘다른 사람’이 되어 사진을 찍는 그녀는 실제 삶에서도 스포트라이트를 무척 부담스러워하는 수줍은 성격이라는 점, 영화감독으로 알려진 줄리언 슈나벨이 “이보세요. 전 지금까지 그림 천 점을 그렸고 영화는 고작 두 편 찍었을 뿐입니다. 전 화가예요” 하고 발끈하며 화가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 또 영화감독으로서 사치스럽고 화려한 삶을 누리고 있다는 것도 알수 있다.

 '빛을 매체로 작업하는 아티스트' 터렐은 실생활에서 ‘알기 힘든 사람’이라는 평판이다. 터렐은 1974년 자가 비행기를 몰고 다니며 물색한 끝에 애리조나 북부 오색사막 서쪽 변두리에 있는 ‘로덴 분화구’에서  '자연 속에 미술을 들여다 놓는 작업'을 완성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여기에 들어가는 어마어마한 비용은 여러 미술 재단의 지원금에 스스로 운영하는 농장 수익금과 작품 판매비로 충당하고 있다.

  MoMA의 티켓 판매원과 주식중개사로 일하던 초년병 시절을 거치고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성공한 제프쿤스는 요란했던 이탈리아 포르노 배우 치치올리나와의 관계와 양육권 소송부터 미술시장의 불황에 따른 추락과 화려한 복귀까지의 다채로운 삶을 보여준다.  반면 제프 쿤스는 자신의 작품이 '포르노그래피'라는 오해에 심각하게 생각하며 낙담한다고 한다. “제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보면 늘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단 한 명도 실망시키고 싶지 않거든요. 그런 경우에는 제 자신이 실패한 사람 같아요.” (p277)

 “이 책은 생중계되는 미술사다” (마시밀리아노 지오니·뉴뮤지엄 특별전시 감독)라는 추천사처럼 이 글들이 아니었다면 도저히 알 수 없었을 유명 작가들의 개인적인 모습과 또 그런 모습이 작품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를 흥미롭게 살펴볼 수 있다. 책에는 도판이 수록되어 있지 않지만, '아티스트의 삶과 작품은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김세진·손희경 옮김,364쪽,아트북스,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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