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 놀이? 사행성 게임? 인형뽑기방 불·탈법 기승

등록 2017-04-17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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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2천여곳 '우후죽순'…5곳중 1곳 '불법'

【서울=뉴시스】변해정 기자 = 인형뽑기 열풍이다. 인형뽑기방 골목이 조성됐을 정도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찮다.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지적에 뽑기방 업체들의 불·탈법 사례도 끊이지 않는다.

 ◇'한물 간 추억' 다시 흥행몰이

 인형뽑기는 1990년대 후반 선풍적인 인기몰이 후 사라져 '한물 간 추억'이 됐다. 하지만 최근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캐릭터 인형이 인기를 끌면서 덩달아 상종가를 구가하고 있다.

 인형뽑기방 수는 지난해 11월 전국적으로 500곳이던 것이 올해 4월초 2428곳으로 늘었다. 5개월새 5배 가까이 급증한 셈이다.

 구청으로부터 '청소년게임제공업자 등록증'만 발부 받으면 소자본 창업이 가능한데다 무인으로 운영돼 업주 측 입장에서는 관리 부담도 적다.

 1000원짜리 한 장으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게임에 주머니가 얇은 10~20대 청춘들은 열광한다. 노력해도 성공할 수 없는 '헬조선' 사회에서 작은 요행으로 얻는 인형이 삶의 만족감을 대리 충족해주고 있어서다.

 문제는 인형뽑기가 사행을 조장한다는 점이다. 청소년들이 아무런 제지 없이 쉽게 인형뽑기를 접할 수 있는 탓이다.

 청소년게임제공업으로 등록한 뽑기방은 오후 10시 이후 청소년이 출입할 수 없다. 하지만 대부분 무인으로 영업하다가 보니 청소년 출입을 제재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

 이를 단속해야 할 기초지방자치단체들과 경찰은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단속에 소극적이다.

 때문에 뽑은 인형을 온라인 장터에서 팔아 게임비를 충당하는가 하면 수 십만원씩 한 자리에서 탕진하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인형뽑기방 범죄도 끊이지 않는다.

 기계에 들어가 인형을 빼내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지난 1월25일 광주 동구에서 뽑기 기계 퇴출구로 몸을 집어넣어 인형 7개를 훔친 이모(19)군 등 5명이 입건됐다. 3만원을 쓰고도 인형을 뽑지 못해 기계에 들어갔다고 변명하나 명백한 절도죄다.  

 뽑기방에 설치된 현금교환기 지폐가 범행 표적이 되기도 한다. 김모(26)씨는 3월10일부터 4월3일까지 전국을 돌며 뽑기방 현금교환기를 미리 준비한 노루발못뽑이(일명 빠루)로 뜯는 수법으로 총 18차례에 걸쳐 4600여만원을 훔친 혐의(특수절도 및 재물손괴)로 구속했다.  

 신모(34)씨는 문을 열지 일주일 밖에 되지 않은 뽑기방의 현금지급기에서 4차례에 걸쳐 현금 450여만원을 빼낸 혐의(특수절도)로 경찰에 붙잡혔다. 

 최근에는 기계 속 인형을 싹쓸이한 남성에 대해 '절도범' '달인' 논쟁까지 일었다. 이 과정에서 인형이 쉽게 뽑히지 않도록 확률을 조작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5곳 중 1곳 불법…단속은 미비

 현행법상 뽑기 경품 가격은 5000원을 넘어서는 안된다. 경품 종류도 완구·문구류, 문화상품류, 스포츠용품류 등으로 제한돼 있다. 정품이 아닌 불법복제 캐릭터를 제공해도 처벌된다. 

 그러나 상당 수 가게가 30㎝ 이상 크기의 인형을 경품으로 내걸고 있다. 시중 판매가가 1만5000원 이상인 인형들이다. 드론과 RC(무선조종 자동차) 등 값비싸거나 청소년 유해물품인 라이터 등을 경품으로 지급하다가 적발된 사례가 부지기수다.

 경품을 기계를 통하지 않고 업주가 직접 제공할 수도 없다.

 또 뽑기 기계를 실외에 설치하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단속기준을 어기고 버젓이 외부에 기계를 설치해 수익을 올리는 곳이 수두룩하다. 업주들이 별도의 등록절차 없이 영업을 벌이는 곳도 있다.

 지난 2월초 전북 군산시의 한 학교 주변에서 상가를 임대해 인형뽑기방을 운영한 혐의(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로 최모(41)씨 등 업주 2명이 입건된 사건을 들 수 있다. 이들이 뽑기 기계를 설치한 상가는 사행성 게임장을 운영할 수 없는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으로 관할 지자체가 등록을 허가하지 않자 무등록 상태로 영업해왔던 것이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학생들이 많은 곳에 장사를 하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이 3월20일부터 4월3일까지 뽑기방 집중 단속을 벌인 결과 2428곳 중 547곳이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5곳중 1곳 꼴이다.

 전부 현금 거래다 보니 '탈세'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경찰은 지자체, 게임물관리위원회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지속적으로 뽑기방 단속에 나설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인형뽑기에 대한 지나친 집착과 방관을 우려했다. 적은 비용으로 즐기는 게임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 쉽지만 중독성이 크다는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도박성 게임 유행은 불황과 취업난 등 사회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면서 "적은 비용으로 예쁜 인형을 뽑았을 때 성취감을 얻을 수 있지만 지나치게 집착하면 중독되거나 심지어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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