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기사의 눈물①]길 위의 을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공정하지도 상식적이지도 않은 일입니다. 아무리 돈으로 감투를 사는 세상이라지만 '표'나는 일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노동자'라는 신분마저 쉬 허락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그런 탓일까요. 인내가 부족한 치객을 상대하며 날밤을 새우기도 하고, 가슴에 대못을 박는 폭언과 반말을 듣는 것이 일상이지만 노동으로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천박한 자본주의에 깃든 계급 사회에서 17만 대리기사는 언제나 길 위의 '을(乙)'입니다. 적어도 우리 사회에서는 그렇게 보입니다. 늘 타인의 운전석에 앉아 낯선 목적지를 향해 내달리지만, 닫히고 갇힌 도시는 이들에게 조금의 틈도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저 '보이지 않는 사람'으로 외면하면 그뿐입니다. 일말의 관심도 없습니다. 길 위의 삶은 녹록지 않습니다. 체념이 익숙한 이들에게 갑(甲)과 또 다른 갑(甲)의 틈바구니를 파고드는 일은 요원합니다. 위계적 시선 앞에 고통도 좀처럼 줄지 않습니다. 노력하는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도, 어쭙잖게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도 이들을 지치게 합니다. 한심한 인간이라고 혀를 끌끌 찰 이유가 없습니다. 아무리 만만한 을이라도 누군가의 부모이자 자식입니다.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당신은 이들에게 따듯한 말을 걸고, 위로해 본 적 있습니까. 필자도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이들은 어쩌면 길 위에서 외로움과 싸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들과 발걸음을 맞춘 동행이 필요할 때입니다.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시대의 아픔입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