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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트럼프 탄핵론…가능성은 '글쎄'

등록 2017-06-04 05:28:59   최종수정 2017-06-07 20:3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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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후안 마뉴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사진에는 보이지 않음)과 함께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17.5.19
【서울=뉴시스】강덕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의 대선 캠프를 둘러싼 '러시아 커넥션'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트럼프 탄핵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 미국 CNN방송은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 법무팀이 탄핵 전문가들을 만나 의견을 듣고 탄핵 과정과 각종 시나리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물론 백악관 법무팀은 아직 트럼프 대통령 탄핵 절차가 개시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는 것은 상황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높아지는 트럼프 탄핵 목소리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주장은 그가 취임하기 전부터 민주당 성향 국민과 진보 세력 가운데서 나왔다. 하지만 트럼프 탄핵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백악관이 이에 대처하고 있다는 소식은 이번이 처음이다.

 취임한 지 반년도 채 안된 트럼프의 탄핵 가능성이 실질적인 시나리오로 거론된 것은 그가 지난 5월 9일 자신의 러시아 유착설 수사를 주도하던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전격 해임하면서부터다.

 백악관이 내세운 명분은 코미 전 국장이 지난해 대통령 선거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이메일 스캔들을 잘못 처리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 언론들은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결국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내통 의혹을 FBI가 집요하게 수사한 데 대한 보복성 경질로 받아들였다. 코미 전 국장 경질을 “화요일의 학살”이라고 규정한 언론도 있었고, 워싱턴포스트는 "코미 전 국장이 해임되기 직전 법무부에 러시아 커넥션 수사를 위한 예산과 인력 보강을 요구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코미 해임 이후 또 다시 최악으로 떨어졌다. 5월 10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퀴니피액대학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한 지지율은 36%, 반대율은 58%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달 15일 여론조사전문기관 갤럽도 트럼프의 지지율이 38%를 기록해 역대 최저치를 다시 한 번 갱신했다고 전했다.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Politico)에 따르면 최근 매사추세츠 주(州) 브루클린과 케임브리지, 앰허스트, 펠햄,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전역 10여개 도시에서 트럼프와 그의 가족ㆍ측근들이 지위를 남용하고 윤리규정을 무시하고 있다며 탄핵 촉구 제안서를 제출했다.

 ◇탄핵 실현은 어려워…공화당 장악한 상·하원

 트럼프 대통령 탄핵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미국에서 대통령 탄핵 실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대통령 탄핵이 최종화 되려면 수많은 장애물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단 한 번도 탄핵이 이뤄진 적이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미 헌법에 따르면 탄핵 절차가 개시되려면 대통령이 '반역, 뇌물 수수나 기타 중범죄와 경범죄(Treason, Bribery, or other high Crimes and Misdemeanors)'를 저질렀다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해당 헌법이 해석에 따라 논란의 여지가 다분할 뿐만 아니라 탄핵 절차를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확보돼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재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스캔들은 정황적 근거와 의혹만 난무할 뿐 실질적인 근거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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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런던=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코네티컷주 뉴런던에서 열린 해양경비사관학교 졸업식에 참석해 피곤한지 눈을 감고 있다. 2017.05.18

탄핵 절차를 시작하는 권리는 전적으로 하원에 있다. 먼저 하원 법사위원회가 탄핵 조사를 통해 대통령이 탄핵을 받을만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판단해야 한다. 이어 탄핵 결의안이 하원 전체표결에 들어가고 과반수 동의로 탄핵 소추가 결정된다.

 트럼프 탄핵안이 하원 전체표결까지 가더라도 현재 공화당이 435석 가운데 241석을 확보하고 있어, 과반수 동의가 나오기 힘들다.

 탄핵안이 하원을 통과한다고 해도 역시 공화당이 100석 중 52석을 장악하고 있는 상원 표결을 거쳐야 한다. 상원에서는 3분의 2가 탄핵에 동의해야 한다. 즉 최소 20명의 공화당 의원들이 탄핵에 동참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미국 대통령 탄핵안이 상원을 통과한 사례가 없다. 빌 클린턴 대통령이나 앤드루 존슨 대통령 때에도 하원에서 탄핵안을 발의했지만, 상원의 반대로 좌초된 바 있다. '워터게이트' 사태를 일으킨 리처드 닉슨은 탄핵 소추 전에 사임했다.

 상원 통과 후에도 마지막으로 연방 대법원장 주도의 심리가 진행된다. 미 대법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닐 고서치를 임명하면서 보수 5명, 진보 4명으로 보수 쪽에 기울어져 있다.

◇만약 탄핵이 이뤄진다면?…잃는 게 더 많을 수도

 만에 하나 트럼프 탄핵이 실현된다고 해도 이로 인해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혼란에 빠지게 돼 득보다 실이 더 많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 불만을 품고 있는 민주당이 탄핵을 진지하게 추진하고 있지않는 이유다.

 기나긴 탄핵 절차에서 미국 정계가 혼란에 빠질 뿐만 아니라 권력 공백이 일으킬 여파가 전 세계를 뒤흔들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나게 되면 강경 보수 성향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그 자리를 맡게 된다는 점도 민주당으로선 탐탁치 않다.

 국제사회도 트럼프 탄핵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을 원하지 않고 있다.지난 18일 워싱턴포스트(WP)는 20여명의 유럽 국가 장관과 의원, 외교관, 군장교 등 각 부처 전·현직 고위관료들을 인터뷰한 결과 트럼프 행정부의 각종 스캔들이 세계 최강국 미국의 위협대처능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데 입을 모았다고 전했다. 이들은 미국이 테러위협부터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활동을 견제하고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정치적 혼란으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 각국 정부는 미국의 정치상황이 더 혼란스러워지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정보국의 한 장교는 트럼프 대통령이나 그의 측근들의 범죄행위를 증명하는 정보를 확보한다고 해도 미국의 보복과 정치적 혼란이 두려워 이를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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