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의 스크리닝]'캐리비안의 해적 6' 말고 '해적 2' 보고 싶은데…
지난달 24일 국내에서도 개봉해 순항 중이다. 4일까지 243만 명 넘게 들였다. 6년이면 영화의 지난 시리즈를 본 중·고교생 관객이 어느덧 성인이 돼버릴 정도의 기나긴 시간이다. 아니 요즘 같은 속도면 세상이 변해도 여러 차례 상전벽해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다. 즉, 관객 취향도 바뀌어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이 시리즈의 흥행 전선에 전혀 이상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시리즈가 가진 저력이 대단하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 할리우드는 영화를 처음 기획할 때부터 시리즈 제작을 염두에 두고 준비한다.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 시리즈처럼 내친김에 아예 여러 편을 만들어 차례로 개봉하기로 한 경우는 물론,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앞으로 시리즈를 찍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공들여 제1편을 만든다. 그러니 제1편에 깔아둔 '밑밥'이 제2편, 제3편 등 후속작으로 이어지며 실타래처럼 순조롭게 풀려나갈 수 있다. 어느 하나 생뚱맞거나 뜬금없는 설정이 없다. 감독이 바뀌어도 흔들림 없다. '캐리비안의 해적'에서도 지난 편에서 마법에 걸린, 해적 '잭 스패로'(조니 뎁)의 배 '블랙펄'이 마침내 제 모습을 찾는 장면, '헨리 터너'(브렌트 스워츠)가 아버지 '윌 터너'(올랜도 블룸)의 저주를 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들이 등장한다. 모두 시리즈의 앞선 작품과 연결되는 것들이다. 앞선 작품을 본 관객이 안타까워하게 하거나 여운을 남기면서 언젠가 속편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게 하거나 속편이 만들어지기를 바라게 한 뒤 다음 작품들에서 이를 하나씩 풀어간다. 이번 작품에서도 쿠키 영상을 통해 수년 뒤 다음 이야기가 전개될 것임을 암시한다. 이번 작품에서는 조니 뎁은 물론 키이라 나이틀리, 올랜도 블룸 등 원조들이 새로운 세대인 브렌튼 스웨이츠, 카야 스코델라리오 등과 공연했다. 한 마디로 세대교체를 자연스럽게 이뤄가겠다는 계산인 셈이다. 이와 달리 한국 영화는 시리즈라고 할 것이 사실상 없다. 1000만 관객을 넘기며 시리즈로 제작될 것처럼 기대감을 부풀렸던 영화들도 결국엔 그것으로 '끝'이었다. 어쩌면 현재 상영 중인 히트 영화의 티켓을 한 장이라도 더 팔기 위해 '공약(空約)'을 남발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2012년 여름 약 1300만 관객을 모은 범죄물 '도둑들'(감독 최동훈)은 '예니콜'(전지현)과 '잠파노'(김수현)를 남녀 주인공으로 한 후속작 제작에 곧 착수할 것 같은 '냄새'를 풍기더니 결국 무소식이다. 2014년 여름 역대 최다인 약 1760만 관객을 기록한 사극 '명량'은 연출자이자 제작자인 김한민 감독이 '한산대첩' '노량해전' 등을 소재로 이순신 장군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갈 뜻을 내비쳤지만. 기획한다는 소식조차 없다. 같은 시기 약 867만 관객을 들인 코믹 사극 '해적: 바다로 간 산적'(감독 이석훈)은 '한국판 캐리비안의 해적'이라는 격찬 속에 연출자나 제작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많은 관객이 '여월'(손예진)과 '장사정'(김남길)의 다음 이야기를 요구했지만, 거기까지였다. 국내에서 대단한 히트작을 내고도 후속작을 주저하는 이유는 역시 흥행이 부담스러워서다. 이번에 1000만 관객을 동원했다면 다음에는 2000만 관객을 모아야 한다. 한껏 치솟은 관객의 눈높이와 기대 심리를 충족하려면 더 많은 제작비가 투입돼야 하므로 그 정도 관객을 모아야 타산이 맞는데 국내 시장 규모가 규모다 보니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다. '캐리비안의 해적'을 보며 전 세계를 상대로 장사하는 할리우드가 또다시 부러워졌다. 동시에 6년 아니 10년이 걸려도 좋으니 예니콜과 잠파노가 전면에 나선 '도둑들2', 여월과 장서정의 2세들이 활약하는 '해적: 뭍으로 간 해적'을 꼭 보고 싶어졌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