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동남아시아 노리기' 본격화···칼리프 국가 건설 현실화하나
◇필리핀, 동남아시아의 ‘칼리프’ 될까…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도 우려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에서는 지난 달 23일부터 IS 추종 단체와 필리핀군의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필리핀군이 민다나오섬 마라위시(市)에 은신하던 테러 용의자 이스닐론 하필론의 거처를 급습하면서 시작된 전투다. 하필론은 필리핀 내 이슬람 분리주의 단체 중 가장 과격한 ‘아부 샤야프’의 지부를 이끄는 인물로 IS의 동남아 지역 총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마라위의 이슬람 무장반군들의 동맹단체인 ‘마우테’에 도움을 요청했고 100여명의 마우테 무장 반군이 마라위에 추가 진입해 마라위를 점령하고 폭동을 일으켰다. 민간인 20명과 무장세력 134명, 정부군 39명 등 모두 193명이 사망했다. 1500명 이상의 민간인이 구출됐으나 여전히 마라위시에는 IS에 붙잡힌 인질이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1970년께부터 모로민족해방전선, 모로이슬람해방전선 등 이슬람 반군단체들이 무슬림의 독립을 요구하며 40년 넘게 무장 투쟁을 벌이고 있다.
오랜 분쟁으로 인한 지역사회의 불안정성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와 마주하고 있는 애매한 해양 경계 등의 특징으로 하필론과 같은 마약 밀수업자, 해적단, 납치범, 테러리스트의 은신처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마우테 등 IS를 추종하는 반군들이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마우테는 지난해 9월 두테르테 대통령의 고향인 민다나오섬 다바오시에서 폭탄 테러를 일으켜 80여 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도 받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다 24일 수도 자카르타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경찰 3명이 숨졌다. 테러의 배후에는 IS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S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변화도 우려할 수준이다. 최근 신성모독 혐의로 기독교도인 전 자카르타 주지사가 실형을 선고받고, 반 동성애 정서가 확산되는 등 사회 전반이 강경 이슬람으로 향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14일부터 20일까지 현지 여론조사기관 사이풀무자니리서치앤컨설팅(SMRC)이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인도네시아 국민 중 9.2%가 민주주의 체제를 칼리프 국가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했다. 사이풀 무자니 SMRC 소장은 인도네시아 일간 콤파스에 “인도네시아 국민의 9.2%는 싱가포르의 전체 국민보다 많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IS가 동남아시아에서 칼리프 국가를 선언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정치폭력·테러연구 국제센터(ICPVTR)의 로한 구나라트나 소장은 “IS의 영향력이 최근 몇 년 간 동남아시아 전역에 퍼졌다”며 “이 지역의 60개 이상 단체가 IS의 최고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에게 충성을 맹세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소재 단체들의 연계 정황도 속속 포착되고 있다. 지난 4월 필리핀군이 민다나오의 IS 추종단체 마우테를 급습했을 때 사망한 37명에 인도네시아인 3명, 말레이시아인 1명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6년 온라인으로 유포된 IS대원의 비디오에서는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에게 충성을 맹세한 세 명의 대원들은 "중동에 올 수 없다면 필리핀으로 가라"고 촉구하고 있다. 최근 IS가 다국언어로 발행한 선전 매체 루미야 역시 IS대원들이 필리핀 군에 맞선 행동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IS 내부에서 동남아시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자료다. ICPVTR에 따르면 IS는 동남아시아에서 전투기 조작을 위해 하필론의 지휘 하에 운영되는 단체를 구성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IS 절대 안돼”…공동행동 나서는 동남아시아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인질이 살해돼도 관계 없이 IS와는 타협할 수 없다”며 강력한 토벌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 역시 국가의 모토인 ‘다양성 안에서의 조화(Unity in Diversity)’를 해치는 극단주의 무슬림 단체를 강제 해산하며 강경 대응을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동남아시아에서 IS 확산을 막기 위해서 지역의 협력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인도네시아 분쟁정책연구소(IPAC)의 보고서는 “IS가 동남 아시아의 극단 주의자 그룹들 사이에서 협력을 강화했지만 법 집행과 대테러 노력은 대체로 국가적”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지리적인 문제, 주권 문제 , 영토 문제, 지역 정치 등이 대테러 협력을 방해하고 있다”며 “빠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동남아시아는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국경의 분쟁 지역처럼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3국은 지난 3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6차 아시아 안보회의에서 IS에 대한 공동행동에 나서기로 합의하고 합동 해상순찰과 항공 순찰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동남아시아 지역 국방장관들은 “IS가 전례없는 수준으로 동남아시아 지역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며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리카르도 데이비드 필리핀 국방정책 차관은 필리핀 내에 250~400여개의 무장 세력들이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리아미자드 리아쿠두 인도네시아 국방부 장관은 “이 지역의 테러리즘 위협이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높아지고 있다. 즉각적인 비상사태 수준”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