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모멘텀 살리려는 文대통령…北 도발 명분 사전 제거부터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첫날인 21일 도발은 안된다는 내용의 대북 메시지를 선제적으로 낸 것은 UFG 연습 전후로 도발을 일삼았던 북한에 도발 명분을 주지 않겠다는 명확한 의지를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또 '한반도 운전자론'을 거듭 강조하며 대화 분위기 조성을 하고 있는 가운데 자칫 북한의 도발로 국제사회에서 입지가 좁아졌던 과거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도 담겨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실에서 주재한 제1회 을지훈련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이번 을지훈련은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민관군의 방어태세를 점검하기 위한 것"이라며 "방어적 성격의 연례적인 훈련이며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북한은 평화를 지키기 위한 우리의 노력을 왜곡해서는 안 될 것이며 이를 빌미로 상황을 악화시키는 도발적인 행동을 해서도 안 될 것"이라며 "오히려 북한은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 때문에 한미 합동 방어훈련을 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평화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며 "북한은 추가적인 도발과 위협적 언행을 중단하고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가 제시한 대화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고 대화 테이블로의 복귀를 촉구했다. 문 대통령이 UFG 연습 첫날 관련 국무회의를 별도로 직접 주재한 것은 최근의 한반도 안보정세를 여느 때보다 엄중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북·미간의 힘겨루기로 한반도 군사적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가 다소 소강 국면에 접어들긴 했지만 한·미 연합훈련 진행으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게 군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20일 '자멸을 재촉하는 어리석은 행태'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UFG 연습을 거론하며 "붙는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으로 정세를 더욱 악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북한은 대체로 한·미 연합훈련을 자신들의 도발 명분으로 삼아왔다. 2015년 군사분계선(MDL) 내 지뢰 도발에 이어 포격 도발을 감행했으며, 지난해에는 탄도미사일 도발과 5차 핵실험 등 UFG를 전후로 크고 작은 도발을 일으켜 온 전례가 있다. 문 대통령의 이날 국무회의 발언은 북한으로 하여금 도발 명분을 빼앗고, 추후 전개될 대화 국면을 염두에 두고 우리 목소리를 내기 위한 다목적 포석이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한·미 정상회담 성과물로 남북관계 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이른바 '한반도 운전자론'을 역설했다가 이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2차 발사한 것을 계기로 국제사회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했던 뼈아픈 경험이 있다. 결국 문 대통령은 울며 겨자 먹기로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더욱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미국 주도의 움직임에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과 북한이 강대강(强對强) 대치 국면에서 벗어나 대화의 시작점을 모색하려는 쪽으로 한발씩 물러난 기류변화가 감지되자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북한에 즉각 유화적인 메시지를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