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대란③]'공포의 달걀', 이렇게 탄생했다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살충제 달걀'이 국민을 충격 속으로 몰아넣었지만, 살충제 달걀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흔히 살충제 달걀이라고 하면 달걀을 출하하기 전 살충제를 뿌린 것으로 여기고, 과일이나 채소처럼 흐르는 물에 씻어 먹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달걀과 과일은 전혀 다르다. 과일은 살충제 성분이 껍질에 묻지만, 달걀은 내부에 함유된 경우다. 아무리 물로 씻고, 친환경 세제로 닦아도 소용없다. 그렇다면 살충제 달걀은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조사에 따르면, 산란계 농장에서 닭의 몸에 기생하며 흡혈을 하는 '닭 진드기'를 잡기 위해 살충제를 사용할 때 실수 또는 고의로 행한 행동이 원인이다. 닭 진드기는 크기가 0.7~1.0㎜에 불과할 정도로 작다. 거의 무색인데 닭의 피를 빨아먹으면 빨간색이 되고, 이를 소화하면 검은색을 띤다. 장마철에 대량 발생한다. 닭 진드기는 알로 태어나 2~3일이면 부화해 다리 6개를 가진 1기 유충이 된다. 이어 하루 안에 다리 8개를 가진 2기 유충이 되는데 이때부터 닭의 피를 빨기 시작한다. 이후 3~5일이면 닭 진드기 성충이 된다. 알에서 성충까지 8~9일밖에 걸리지 않는다. 수명은 1.5~10개월이다. -20도부터 50도까지 온도에도 구애받지 않으며, 9개월 동안 피를 빨지 않아도 죽지 않는다. 한마디로 '생명력'이 매우 강하다. 닭 진드기에 물린 닭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로 인해 산란율은 떨어지고, 달걀 품질은 하락한다. 닭 진드기는 각종 바이러스성 질병도 닭에게 옮길 수 있다. 하지만 국내 대부분 산란계 농가에서는 닭이 닭 진드기를 스스로 제거할 길이 사실상 봉쇄된 상황이다. 닭은 본래 닭 진드기를 몸에서 떼어내기 위해 모래에 몸을 비비는 '흙 목욕' '모래 목욕'을 한다. 그러나 많은 닭을 좁은 공간에서 밀집 사육하는 산란계 농장에서는 그게 불가능하다. 닭 한 마리에게 허락된 공간이 A4 용지 절반 크기보다 좁은 데다 흙바닥이 아닌 철망 위에서 사는 탓이다. 목욕은커녕 날갯짓도 하기 힘드니 진드기를 떨어뜨릴 수 없다.
결국 양계 농민은 빠르고 간편하며 완벽하게 닭 진드기를 없애줄 '문명의 이기'를 꺼내 들게 됐다. 바로 살충제다. 국내에서 사용이 허가된 닭 진드기 살충제는 비펜트린을 주성분으로 한 10여 종이다. 정부는 닭 진드기가 살충제 내성을 갖는 것을 막기 위해 농가에 이들 살충제를 로테이션하며 사용할 것을 주문한다. 그것도 빈 계사에 한해 사용하도록 규정한다. 닭의 몸이나 닭이 있는 계사(닭장)에 이를 직접 뿌리는 것을 금한다. 특히 살충제 성분도 비펜트린에 한 한다. 피프로닐은 아예 계사에도 사용할 수 없게 한다. 그러나 많은 농가가 잘 모르거나 귀찮아서 로테이션을 잘 지키지 않았고, 그 사이 닭 진드기에 내성이 생겼다. 그러자 일부 농가는 이를 빨리 제거하기 위해 허가된 살충제를 정해진 양보다 더 많은 양을 사용하거나 아예 사용이 금지된 피프로닐 성분의 살충제까지 사용했다. 대상도 계사가 아닌, 닭의 몸이었다. 그런 살충제 성분이 닭의 체내로 흡수돼 이를 함유한, 위험한 달걀이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