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불의 고리'···대지진 주기설 다시 고개 드나
【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불의 고리'가 심상치 않다. '불의 고리'는 환태평양조산대를 가리키는 말로 그 모양이 고리처럼 생겨 이러한 이름이 붙여졌다. 서쪽의 일본·대만·동남아, 북쪽의 러시아와 미국의 알래스카, 동쪽의 미대륙 서부와 남미 해안지역 그리고 뉴질랜드를 비롯한 태평양 섬나라를 아우르고 있으며 태평양 판과 만나는 주변 지각판의 경계면을 따라 지각변동이 활발하기 때문에 화산활동과 지진이 빈번하다. 세계 화산의 75%가 이 지역에 몰려있으며, 지진의 80~90%도 이곳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난 1월1일부터 지난 9월 말까지 환태평양조산대에서 규모 6.0 이상의 강진만 61건 발생했다. 규모 5.0 이상의 강진은 868건 일어났다. 지난 9월 7일 멕시코 멕시코시티 남동쪽 724km 해역에서 규모 8.1의 지진이 발생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당시 지진은 100년 내 현지에서 발생한 가장 강력한 지진으로 기록됐으며, 100명에 가까운 사람이 숨졌다. 이날 이후 멕시코에서는 크고 작은 지진이 계속됐다. 9월 19일 멕시코시티 남동쪽 123km떨어진 푸에블라주 산후안 라보소 지역에서는 규모 7.1의 강진이 발생해 초등학교가 무너져 학생들의 시신이 발견되는 등 32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날은 1985년 규모 8.0의 지진으로 1만 여 명의 사망자를 낳은 대지진이 일어난 지 꼭 32년이 되는 날로 안타까움을 더했다. 22일에는 엘도라도 남서쪽 10.7km 떨어진 지역에서 규모 5.5의 지진이 발생했으며, 23일 오악사카주 마티아스 로메로의 깊이 9km지점에서 규모 6.1의 지진이 관측되기도 했다. 이 지역에서 남쪽으로 조금 떨어진 파레돈에서도 규모 5.8과 4.1의 지진이 연달아 발생했다. 멕시코 강진 이후 9월 20일 뉴질랜드 북섬 남단에서 44km떨어진 곳에서 규모 6.1 규모 지진이 발생했고, 같은날 대만 동부 화롄 현 동쪽으로 74.6km 떨어진 해역에서는 규모 5.7 지진이 일어났다. 이날 지진은 대만 전역에서 흔들림을 느낄 수 있는 정도였다. 다음날 21일 일본 후쿠시마현에서 322km 떨어진 동쪽 해상에서 규모 6.1의 강진이 발생했으며, 같은날 남태평양 섬나라 바누아투 에로망고섬에서 6.4 규모의 지진이 일어났다.
지진뿐만 아니다. 화산 분화 조짐도 관측됐다. 지난 9월 27일 AP통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발리 섬의 아궁 화산은 1100명 이상이 사망한 지난 1963년 분화 이후 54년 만에 분화가 임박해 주민 등 8만여명이 300여개 임시대피소에 머물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화산지질재난예방센터는 9월 26일 인근 상공의 항공운항 경보단계를 노란색에서 주황색으로 격상시켰으며, 항공 당국은 발리 덴파사르 국제공항에 착륙 예정인 항공편을 롬복 국제공항과 자카르타 국제공항 등 인근 10개 국제공항으로 회항시켰다. 바누아투 암배 섬의 마나로 화산은 최근 화산재와 화산가스를 분출하는 등 분화가 임박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주민 6000여명이 대피행렬에 올랐다. 바누아투 당국은 마나로 화산 인근 주민들에게 화산가스와 화산재가 예상되며 산성비가 농작물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대지진 50년 주기설'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지진 50년 주기설'이란 말그대로 환태평양조산대에서 대지진이 50년을 주기로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가설은 지진이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인 9.5를 기록한 지난 1960년 5월 22일 칠레 발디비아 지진 이후 잠잠하다 2004년 쓰나미를 일으킨 인도네시아 지진을 기점으로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가설은 발디비아 지진 이후 50년 만인 2010년 칠레에서 또 규모 8.8의 대지진이 발생했고, 연이어 2011년 일본 동일본 대지진 등이 계속됐다고 주장한다. USGS 역시 '대지진 50년 주기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영국매체 익스프레스에 따르면 USGS의 연구결과 '불의 고리'에 속하는 캘리포니아가 심상치 않다. 남부 캘리포니아 지진센터 책임자이자 연구에 참여한 톰 조던은 "구조적인 힘이 샌 안드레아스 단층 계통의 틈을 계속 조여 피할 수 없는 커다란 지진을 만들어 낸다"며 "우리는 지난 세기 동안 캘리포니아의 지진 활동이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에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연구결과 캘리포니아에서 앞으로 30년동안 규모 8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4.7%에서 7%로 증가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연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지진, 화산 등의 지각활동은 비일상적인 것으로 서로의 상관관계가 밝혀지지 않았고, 더욱이 양상이 다르다며 '대지진 50년 주기설'을 일축했다. 장-폴 암푸에로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지진학과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캘리포니아에서의 지진은 멕시코 지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며 "지질 구조상의 활동이 서로 다르다. 캘리포니아는 수평으로 마주하는 두 판 사이의 경계에 있다. 멕시코 해안과 나머지 '불의 고리' 부분은 수직으로 마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결과적으로 멕시코는 더 큰 지진을 겪었다. 가장 큰 멕시코 지진은 해안에서 일어나 쓰나미를 만들지만 지진 그 자체는 멕시코 시티에서 멀다"며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큰 지진은 샌 안드레아스 단층 내륙에서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쓰나미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