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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희 '모스크바 루비얀카 4.8번지'를 아시나요?

등록 2017-10-11 17:30:31   최종수정 2017-10-23 09:3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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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공영희 소설집 '모스크바 루비얀카 4.8번지'의 표제작인 중편소설 '루비얀카 4.8번지'는 한반도에서 만주와 중앙아시아로 떠돌던 우리 유민들의 삶과 그 후손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

1860년대 후기부터 1937년 스탈린 시대, 한반도와 러시아가 배경이다.

 ‘루비얀카 4.8번지’는 이 소설의 숨은 주인공인 ‘장 막심’이 죽은 감옥이다. 그러나 한민족의 유민들의 상징적인 공간이자 척박한 연해주와 강제이주지인 중앙아시아를 표상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유민 역사를 뼈대로 하여 전개되는 서사구조는 자칫 진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1944년 제2차 세계대전 막바
지에 장 막심이 대조국 전쟁이라 불리우는 전쟁에 참전하면서 진부한 서사와는 변별성을 갖는다. 유민(流民)소설의 새 패턴으로 팩션소설의 재창조적 변용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작가는 "1937년 고려인 이주 정책은 스탈린의 야심 정책이었다. 연해주에서 부지런하고 성실한 삶을 살고 있던 조선인들을 하루아침에 기습적으로 생판 들어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한 곳으로 보내버렸다"며 "한인이주 정책을 되새길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못해 시린다"고 했다. 

 인간은 늘 슬픔을 안고 사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알마타, 우즈베키스탄, 키르키스탄 등지에서 그들의 삶은 인간으로서 지녀야 하는 최소한의 생존권마저도 박탈당한 채 죽지 못해 살았지만 또다시 강인하게 일어서는 기적을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언젠가 이 사건을 소설로 쓰고 싶었다"는 작가는 "어느 날 갑자기 쓰기 시작한 소설은 중편 분량으로 한 달 만에 써내려갔다. 내가 만나지 못했던, 모래사막에 붉은 피를 꽃송이처럼 뿌렸던 그들에게 부끄럽지만 이 책을 바친다"고 했다.

 소설가 공영희는'은둔의 작가'로 알려져있다. 소설가로 등단하여 두 권의 소설집을 냈지만 발표도 거부하고 문단에도 얼굴을 좀처럼 비치지 않는 비밀스러운 작가다.  1992년부터 러시아 모스크바에 살고 있다. '섬에서 만난 아이'로 ‘해외문학상’과 중국 연변 소설가학회 주최 ‘두만강 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소설집'모스크바의 연인들', 장편소설 '모스크바, 1957년 서곡'이 있다.

한편, 이 소설집에 함께 수록되어 있는 단편소설 '내 친구 정원이', '나비야 나비야, 노랑나비야', '푸른 바다의 기억', '벌거벗고 사는 사람들'은 모두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말한다. 인간의 본성과 우리 민족의 아픔을 보여주며 우리는 왜 사는가? 어느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가?라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280쪽, 인간과문학사,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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