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부는 건설 한류⑥]공신표 현대건설 지사장 "브랜드 가치 높여 베트남 공략"
최근 베트남은 매년 경제 성장률이 6.7%대를 유지할 정도로 급격한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이에 국내 건설사들도 베트남 건축 시장은 물론 교통, 지하철, 도로 등 인프라, 발전소 시장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베트남의 공공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64.8%에 달하면서 위험 수위인 65%에 육박하자 베트남 정부도 속도조절에 나섰다. 공적개발원조(ODA) 자금으로 사업을 진행하던 국내 건설사들도 투자개발형(PPP) 사업으로 눈을 돌리거나 새로운 사업을 개발하는 등 환경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남쪽으로 12㎞ 떨어진 하동 신도시에서 공신표 현대건설 지사장을 만났다. 현대건설은 이곳에 자사 아파트 브랜드인 '힐스테이트'의 깃발을 꽂았다. 공 지사장은 "현재 아파트는 올해 초 모두 분양이 끝났고, 아파트 옆에 상가 단지를 분양할 예정"이라면서 "입주자 중 70%가 현지 베트남 국민일 정도로 실수요자를 위한 단지고 상류층에도 입소문이 타면서 계약이 마감됐다"고 전했다. 하동 힐스테이트는 지상 27∼32층짜리 아파트 5개 동(전용면적 102~168㎡, 928가구)으로 구성됐다. 지금은 모두 완판됐지만 과거 2011년 5월 베트남 정부가 부동산 대출억제를 단행하면서 분양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이곳에서 당장의 수익을 올리는데 주력하기 보다는 '힐스테이트'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입주민 협의회와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입주민들의 건의사항을 반영해 단지를 운영해나갔다. 실제 2013년 10월 입주 이후 아파트 엘리베이터 내부에 에어컨을 설치하고, 이용률이 낮은 테니스장도 농구장으로 바꿨다. 그 밖에도 무료셔플버스 운행, 지하 주차장 CCTV 추가 설치 등을 통해 입주민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최초의 단지를 만들 때 상품성도 높였다. 베트남에는 드문 계단식 형태로 개인 사생활을 보호했고, 엘리베이터도 2세대 당 1대를 설치했다. 주상복합이 많은 베트남이 주로 타워형 평면인 반면, 이 곳은 판상형 평면이라 맞통풍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그 결과 최근 베트남 현지인들로부터 힐스테이트를 추가로 분양할 계획이 없냐는 문의를 많이 받는다. 현대건설도 새로운 아파트 분양 사업을 준비하고 있지만 최근 베트남 땅 값이 급등하면서 국내건설사들이 사업을 할 만한 땅을 찾기가 쉽지 않는 상황이다.
통상 국내 건설사들은 땅을 매매하기 이전에 아파트를 지을지, 상가나 리조트를 지을지 검토를 한 후 가격이 적절한지 판단한 후 구매를 한다. 그러나 베트남 현지 업체들은 개발 호재가 있는 땅이 있을 경우 용도와 가격을 고려하지 않고 일단 땅을 산 후 나중에 개발 계획을 세운다. 공 지사장은 "호치민을 기반으로 한 베트남의 N사의 경우 땅을 보고 매매를 결정할 때까지 20일이면 모든 게 끝난다"라면서 "외국계 회사의 의사결정 속도로는 도저히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베트남 현지 개발업체들이 무작위로 땅을 사들이고 있지만 개발 계획 없이 구매하다보니 개발이 늦어질 경우 자금이 돌지 않아 회사가 어려워진다. 이에 자금력을 갖춘 외국계 회사들도 기회가 생기고 있다. 베트남 현지 개발업체가 구매한 땅에 외국계 회사들이 추가로 투자를 해 건물을 짓는 방식이다. 현대 역시 시장 상황을 보여 사업 기회를 노리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 투자자들도 베트남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높다. 하동 힐스테이트의 경우도 계약자의 20%가 한국 사람이다. 베트남 거주자들도 있지만 한국에 살면서 투자한 사람도 있다. 임대 수익률이 6~8% 정도고 투자자금도 그리 높지 않아 투자 문의가 많았다. 그러나 공 지사장은 베트남 부동산 시장이 한국과는 제도도 다르고 환 리스크고 있기에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시세 차익을 보고 들어오는 투자자의 경우 향후 외국인 양도소득세가 어떻게 바뀔지, 계약서 상 문제는 없는지 주의 깊게 살펴봐야한다는 것이다. 공 지사장은 "아직은 양도 소득세가 양도 차익의 25% 또는 분양가의 2%를 내는 것이라 그리 부담이 되지 않고 실거래가를 파악하는 시스템도 미비한 상태"라면서도 "하지만 향후 외국인들의 투자가 늘어나면 베트남 정부가 양도소득세를 늘릴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베트남 부동산 투자에서 가장 조심해야할 것은 오피스텔 투자라고 귀띔했다. 한국은 주거형 오피스텔과 업무용 오피스텔에 대한 개념이 정리가 돼 있지만 베트남의 경우 이제 막 오피스텔의 개념이 들어와 관련 법 체계가 미비하다. 호치민에서 일부 현지 부동산 업체들이 업무용 오피스텔을 거주가 가능한 것처럼 홍보를 하는데 아직 이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어 나중에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과거 호치민에서 군사 보호 구역에 있는 땅이 있었는데 그것을 모르고 땅을 판매했다가 나중에 문제가 생겨 소유권 증서 발급이 중단되는 사태도 있었다. 공 지사장은 "베트남 정부가 아직까지 정보 공개가 제한적이고 토지 거래 이전에 등기부등본을 떼거나 하는 시스템이 안 돼 있다"면서 "한국 부동산 업체들의 분위기에 휩쓸려 무작정 투자를 하기보다는 신중하게 접근해서 투자를 하다보면 충분이 메리트가 있는 곳이 베트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베트남은 시세 차익보다는 투자 대비 수익률로 접근하는 게 좋다"면서 "하노이의 경우 2009년 아파트 가격이 절정에 달했는데 2013년 암흑기에 20%가 빠진 이후 아직까지 회복을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건설은 1976년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 출범으로 국교가 단절됐다가 1992년 다시 수교한 후 1995년 하노이 리조트 호텔 공사로 베트남에 재진출했다. 팔라이 석탄화력발전소, 바리아 복합화력발전소, 함투안 다미 수력발전소, 몽즈엉1 화력발전소 등 베트남전력청으로부터 4건의 공사를 수주해 베트남 전력 공급의 숨통을 틔웠다. 몽즈엉1 화력발전소는 베트남의 만성적인 전력 수급난을 해소하기 위해 베트남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한 국책 프로젝트였다. 최근 현대건설은 베트남 남부 지역의 발전 공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공 지사장은 "베트남의 발전 규모는 전력 소요량의 70% 수준에 올라왔다"면서 "하노이가 있는 북쪽은 전력이 여유가 있는데 호치민 인근의 남쪽 지역은 전력이 조금 부족해 발전 공사가 필요해 사업 기회가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건설은 하노이 메트로 지하철 3호선 공사를 진행하고 있고 조선소·호텔·발전소 등 베트남 내에서 현재까지 20여개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며 베트남의 건설 한류를 견인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토목 설계를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의 공 지사장을 베트남으로 보낸 이유도 급변하고 있는 베트남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 건설 한류를 이어가기 위해서다. 공 지사장은 본인을 '스페셜리스트'라기 보다는 '제너럴리스트'로 소개했다.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있기 보다는 설계, 영업,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다보니 베트남 신규 사업을 개발하는데 있어서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 지사장은 "베트남에 온지는 이제 8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베트남이라는 나라를 알아가면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면서 "항만공사나 도로공사 등 베트남 정부가 개발 계획을 많이 가지고 있는 만큼 리스크나 수익률을 고려해 신규 사업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