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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조영남 '그림 대작' 1심 유죄···法 "미술시장 혼란 초래"

등록 2017-10-18 15:25:05   최종수정 2017-10-23 09: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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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그림 대작 의혹을 받고 있는 가수 조영남 씨가 18일 오후 선고 공판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2017.10.18. [email protected]
법원,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
"구매자들에게 큰 충격과 실망감 안겨줘"
"화가들을 수족처럼 부리는 조수로 취급"
조영남, 유죄 판결에 낙담한 듯 입 다물어

【서울=뉴시스】나운채 기자 = '그림 대작(代作)'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가수 조영남(71)씨에게 법원이 유죄를 인정, 징역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강호 판사는 18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조씨와 함께 기소된 그의 매니저 장모(45)씨에게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이 판사는 조씨가 제작했다는 작품들이 조씨 본인의 창작적 표현물로 온전히 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이를 구매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아 사기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 판사는 "조씨는 원래 본업인 가수로서뿐만 아니라 화가로서도 오랜 기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왔고, 고령에도 불구하고 활발하게 창작 활동을 이어 갔다"면서도 "조씨가 예술성을 갖춘 작품을 만들어낸다고 믿고 있던 대다수 일반 대중과 작품 구매자들에게 커다란 충격과 함께 실망감을 안겨줬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씨는 이 사건이 불거진 이후 언론을 통한 해명 과정에서도 '미술계의 관행'이라는 사려 깊지 못한 발언으로 국내 미술계의 신뢰성을 훼손하고, 미술 시장에 혼란을 초래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씨는 화가 송씨 등을 단순히 본인들의 수족(手足)처럼 부릴 수 있는 조수로 취급하며 그들의 노력이나 노동 가치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라며 "이로 인해 송씨 등으로 대변되는 수많은 무명작가들에게 상처와 자괴감을 안겨줬다"라고 강조했다.

 이 판사는 "조씨의 범행으로 인한 피해자가 20여명이 넘고, 피해액이 1억8000만원이 넘는 등 피해 규모 또한 상당히 크다"라며 "조씨는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음에도 공인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인다거나 진지한 반성을 하지 않고 있다"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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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그림 대작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가수 조영남 씨가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조 씨는 이날 재판에서 사기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2017.10.18. [email protected]

 다만 "조씨의 범행은 미술계의 일반적인 관행이나 현대미술의 본질과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경솔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악의적인 사기 범행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라며 "조씨의 인지도와 사회적 지위, 경제적 능력 등을 고려하면 피해 회복 절차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조씨는 자신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듯 낙담한 표정이었다. 그는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입을 굳게 다문 뒤 서둘러 법원 청사를 빠져나갔다.

 조씨는 화가 송씨 등 2명으로부터 건네받은 그림 20여 점을 10여 명에게 판매해 1억8100여만원을 챙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송씨 등이 그림을 90% 정도 그렸고, 이를 조씨가 가벼운 덧칠만을 한 뒤 자신의 서명을 남긴 것으로 봐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조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1심 재판 과정에서 증인으로 나온 진중권(54) 동양대학교 교수는 "1000% 조씨의 작품"이라며 논란이 된 작품들의 저작권이 모두 조씨에게 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반면 검찰 측 증인으로 나온 최경선 화백은 "아이디어만 제공했을 뿐 타인에 의해 만들어졌다면 위작이나 모작으로 볼 수 있다"라며 진 교수와 반대되는 증언을 내놓기도 했다.

 조씨 본인은 최후진술에서 "이 재판보다도 '조수를 쓰는 게 관행'이라고 한 발언으로 11개 미술 단체에서 나를 고소한 사건이 더 근심이었다. 그러나 해당 사건은 각하 결정이 내려졌다"라며 "이 판결이 불리하게 나와도 상관없다. 수고해주셨다"라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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