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베제강 스캔들 '확산'에 韓 자동차·철강 반사이익 기대
20일 업계에 따르면 고베제강은 품질 데이터 조작을 통해 기준 미달 제품을 글로벌 기업에 납품해왔다. 사태 초기에만 해도 일부 제품에 한해 제한적으로 발생한 문제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전 제품에 걸쳐 10년 이상 데이터 조작이 이뤄졌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제사회는 고베제강 스캔들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고베제강 제품들이 200여개의 고객사를 거쳐 다양한 품목의 생산에 사용되면서 수많은 기업에 피해를 입혔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일본의 도요타, 닛산, 미국GM, 포드가 항공업계에서는 미국 보잉사가 고베제강 제품을 납품받았다. JR도카이 등 고속철도 업체도 고베제강의 납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법무부는 고베제강에 데이터 조작 제품을 사용한 기업의 명단을 제출해줄 것을 요구했고, 유럽연합(EU) 항공안전청(EASA)은 지역내 항공관련 기업들을 대상으로 고베제강 제품 사용실태를 조사하고, 고베제강 제품의 추가적 사용을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 업계는 이번 고베제강 사태로 '메이드 인 제팬'의 신뢰도가 크게 추락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기업들이 최근 수년간 분식회계와 품질조작으로 문제를 일으켜왔다. 일본 제조업 고유의 '모노즈쿠리(장인정신)'이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닛산은 올해 무자격자의 차량검사로 121만대 리콜 조치를 했고, 후지 제롯스도 호주·자회사 분식회계로 문제를 일으켰다. 지난해에는 미쓰비시자동차가 62만5000대의 연비를 조직적으로 조작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2015년에는 도시바의 1562억엔 규모 분식회계 도요고무의 성능정보 조작이, 2014년에는 다카타의 에어벡 결함은폐 등의 사태가 있었다. 다카타 에어백은 '죽음의 에어백'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현재까지 자동차 리콜사태의 중심에 서있다. 일본기업들의 위기는 일본과 치열한 수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자동차·조선·철강업계에 기회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경제연구원 발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일본의 수출 경합도는 58.8p로, 주요국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수출 경합도는 우리나라와 경쟁국의 수출 상품 구조가 얼마나 비슷한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100에 가까울수록 경쟁이 치열함을 나타낸다. 미국과 독일은 각각 48.8p, 중국은 44.8p이다. 고베제강의 불량 제품은 각종 부품으로 가공돼 토요타, 닛산, 스바루, 마쓰다, 혼다 등 일본의 주요 자동차업계에 주로 공급됐다. 이들 업체들은 고베제강 제품으로 자동차 문과 엔진룸 후드, 도어 손잡이 등을 만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대적인 리콜 가능성도 제기된다. 요시다 아키히사 한국토요타 사장은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한강 세빛섬에서 열린 '뉴 캠리'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토요타는 고객분들의 안심·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조사를 확실히 진행하고 고객들을 위한 대응책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 한대훈 연구원은 "국내 자동차 업체들도 일부 고베제강 제품을 사용했지만 일본 기업들과 비교하면 용도가 매구 국한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국내 업체들의 피해는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고베제강 사태의 가장 큰 수혜자는 포스코 등 국내 철강업체다. 소재산업은 대표적인 기업간거래(B2B) 산업으로 관련 업체와의 신뢰가 중요한데 이번 사태로 일본 기업들의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지며 국내 철강기업이 반사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 연구원은 "글로벌 제조업 경기의 동반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는 국면에서 우리나라 제조업체들이 가장 큰 라이벌인 일본의 고베제강 스캔들로 인해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크다"며 "일본과 치열한 경쟁관계를 보이고 있는 자동차· 철강 업체들에게는 단기적인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