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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빈의 클로즈업 Film]진화에 성공하다…'토르:라그나로크'

등록 2017-10-24 08:20:48   최종수정 2017-11-15 14:2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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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토르:라그나로크'(감독 타이카 와이티티) 이전 마블스튜디오가 내놓은 3부작은 '아이언맨'과 '캡틴아메리카'로, 두 영웅은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시빌 워'는 심지어 두 대표 영웅과 이들을 중심으로 헤쳐모인 영웅들의 이야기다. 이 시리즈들의 완성도는 마블이 두 인물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도 알게 한다.

 아이언맨의 폭발적인 인기는 제작진이 이 영화에 들인 공과 일부분 비례할 것이다. 캡틴아메리카는 '퍼스트 어벤져'에서 헛발질을 했지만, 이후 두 편에서 마블 영화의 진화를 이뤘다.

 반면 '토르'는 두 번째 편까지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천둥의 신'(2011)은 마블이 내놓은 16편 영화 중 가장 수준 낮은 영화다.

 '다크 월드'(2013)에서 조금 나아졌다고 해도 빈약한 스토리 라인, 매력 없는 캐릭터, 평범한 액션에서 여전히 머물렀다(마블 영화 북미 흥행 순위 각각 13, 12위). 한 마디로 토르는 단독 영화에서는 어벤져스에서처럼 힘 쓰지 못했다.

 마블 3부작 영화의 상징적인 의미를 생각해보면 '토르'를 3부작으로 만드는 건 의문이 드는 프로젝트였다(아이언맨·캡틴아메리카, 어벤져스 4부작·스파이더맨 3부작 예정).

 새 영화 '토르:라그나로크'는 '토르' 시리즈에 대한 이러한 우려를 일축하고, 그동안 덧씌워진 불명예를 단번에 씻어낸다. 흥미로운 건 '토르'가 '아이언맨' '캡틴아메리카'와는 반대의 길을 걷는다는 점이다.

 앞서 두 캐릭터가 영웅으로서 그들의 역할을 고민하며 점점 심각해질 때, 아스가르드의 근육질 신은 점점 더 유쾌하고 유머러스해진다. 최근 마블은 내놓는 작품마다 강박적으로 메시지를 넣으려고 노력했는데, 이와 달리 '라그나로크'는 오직 재미만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같다. 그리고 그 의도대로 러닝타임 내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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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코비아 사태('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이후 우주를 떠돌던 토르는 목적을 달성하고 고향 아스가르드로 돌아온다. 그 사이 동생 로키가 아버지 오딘을 내쫓고 왕 노릇('토르:다크 월드')하는 걸 안 토르는 로키를 잡아 아버지를 찾아가고, 그곳에서 죽음의 여신 헬라가 돌아올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돌아온 헬라는 압도적인 힘으로 형제를 제거, 아스가르드를 장악한다. 외딴 행성에 떨어진 토르는 우여곡절 끝에 헬라에게 복수할 멤버를 모아 다시 아스가르드로 향한다.

 세 번째 '토르' 영화는 마블이 그동안 내놓은 작품 중 가장 현란하다.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의 선택은 장점의 극대화다. 그간 '토르'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단순하고 엉성한 서사를 단순해도 명쾌하며 간결한 이야기로 수리한 와이티티 감독은, 이 시리즈의 장점인 화려한 시각효과를 긍정적인 의미로 더욱 휘황찬란하게 다듬었다.

 원색을 적극 활용하는 것은 물론 어두운 우주가 배경인 만큼 빛을 적재적소에 끌어들여 강렬한 인상을 심는다. 이런 이미지와 일맥상통하는 일렉트로닉 음악, 강렬한 기타 연주의 록 음악은 영상의 재미를 한층 더 끌어올린다.

 온갖 이미지가 화려하게 펼쳐지니 같은 액션 시퀀스도 다르게 보인다. 기존에 우리가 반복해서 봤던 액션도 어떤 효과를 통해 보여주느냐에 따라 창의적인 장면이 될 수 있다.

 발키리가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서의 액션 이미지, 클라이맥스 시퀀스에서 토르가 보여주는 '천둥의 신(망치의 신이 아닌) 모드' 액션 이미지는 짜릿함까지 느끼게 하는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다. 여전히 단점이 없지 않은 작품이지만, 이런 '좋은 물량 공세'라면 단점도 눈감아 줄 수 있을 법하다(제작비 1억8000만 달러, 약 200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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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그나로크'는 유머 또한 작정하고 화려하게 펼쳐놓는다.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의 말빨과는 달리 어딘가 많이 부족해보이는 토르의 말과 행동은 이 작품의 가장 큰 재미 중 하나다.

 교활한 동생 로키와의 개그 호흡도 전작에 이어 세 번째 편에서도 타율이 높다. 가장 인상적인 건 역시 토르와 헐크의 컬래버레이션이다. 두 영웅 친구의 유치한 대화들은 단순한 서사로는 채울 수 없고, 화려한 영상으로 채우지 못하는 오락영화의 빈 곳을 웃음으로 메꿔준다.

 '어벤져스'에서 헐크가 로키에게 선사했던 굴욕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큰 웃음을 기대할 수 있는 장면도 있다. 영화는 한 마디로 러닝타임 내내 웃긴다.

 '토르' 세 번째 편이 공개되면서 내년 5월 개봉 예정인 '어벤져스:인피니티 워'까지는 '블랙 팬서' 한 편만 남게됐다. 이번 작품 또한 '인피니티 워'로 가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어벤져스 해체 이유 중 하나는 토르와 헐크의 이탈이었다. '라그나로크'는 이들을 무사히 그리고 이들의 능력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켜 지구로 귀환시키는데, 이는 '인피니티 워'의 최대 악당 타노스와 맞서게 하기 위함이다(헐크는 가장 센 어벤져이고, 토르는 이제 헐크에 맞설 수 있는 힘을 갖게 됐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등장 또한 단순 재미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인피니티 워'에서 그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임을 암시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두 개의 쿠키 영상 중 하나는 '인피니티 워'와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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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블을 앞서 '인피니티 워'에서 중요 인물이 죽음을 맞이하는 등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에 큰 전환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토르:라그나로크'가 유독 흥겨운 작품이 된 건 아마도 관객이 영웅들의 비극을 목도하기 전에 보여주는 일종의 팬서비스일 수도 있다. 그 주인공이 우리가 사랑해마지 않았던 '어벤져스 1기'의 두 멤버 토르와 헐크라는 건 어딘가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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