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오락가락 정부…정책 신뢰 잃고 혼란만 키워
【서울=뉴시스】위용성 기자 = 가상화폐 거래를 놓고 정부의 입장이 12일에도 여러차례 뒤바뀌는 양상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법무부가 주장한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와 관련해 "아직 조금 더 부처간에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거리를 뒀다. 앞서 11일에는 청와대가 "거래소 폐쇄는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는 언급이 나오자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재차 "거래소 폐쇄 법안은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부처간 입장이 여러차례 왔다 갔다 했다. 이러는 사이 엇갈린 정부발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가상화폐 시세는 급등락을 반복하며 오히려 내성만 키우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 주요 가상화폐 가격은 법무장관의 '거래소 폐쇄 방침'이 나온 11일 일제히 곤두박질쳐 비트코인은 2000만원대가 무너졌다. 빗썸에 따르면 정부의 발표가 나온 낮 12시 2073만원대이던 비트코인값은 오후 2시30분 1791만원대까지 하락했다. 전날보다 20.38% 하락한 가격이다. 비트코인 외에 다른 가상화폐들도 줄줄이 20%대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오후들어 시장에서는 다시 매수세가 시작됐다. 기획재정부 등에서 타 부처와 '아직 협의가 되지 않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이어 청와대에서는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라고 아예 공식적으로 밝혔다. 투자자들은 우왕좌왕했고 오후 5시30분께 비트코인값이 재차 2000만원선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투자자들은 정부가 여론 눈치를 살피느라 우왕좌왕한다며 성토하고 있다. 그간 온갖 규제안을 쏟아내면서도 투기 광풍을 제대로 잡지 못하자 겉으로 드러나는 표현수위만 높였다가 투자자들의 분노에 한 발 물러선 것 아니냔 추측도 수두룩하다. 업계에선 정부가 이미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간 수차례에 걸쳐 이어져온 정부의 규제에 대해서는 '실효성은 없고 내성만 키워준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지난달 13일 정부는 가상화폐와 관련된 관계부처 긴급 회의를 소집해 미성년자나 외국인 등은 아예 가상화폐 거래를 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같은달 28일에는 거래실명제와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가상계좌 신규발급 중단 등이 결정됐다. 특히 이날 정부는 거래소 폐쇄 특별법까지 언급하면서 압박 강도를 높였다. 해가 바뀌면서 정부의 압박은 더욱 거세졌다. 이번달 1일부터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은행의 가상계좌 신규 발급이 전면 중지되면서 신규 가입자의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등 규제도 구체화됐다.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과세방안 논의도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이어 지난 8일에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나서 가상화폐 거래소의 빈번한 접속중단 사태를 놓고 '자작극으로 의심될 정도'라고 경고하며 거래소 직접조사를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제대로 제도화가 되지 않은 시장 특성상 가상화폐 시장은 규제가 나올 때마다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그랬냐는듯 가상화폐 가격은 고스란히 원상복귀됐다. '김치 프리미엄' 등 눈으로 보이는 투기 광풍도 여전했다.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는 "일주일에 한번꼴로 대책이라면서 발표하는데 국민들이 혼란을 느끼고 정부 정책을 신뢰할 수가 없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중장기적인 건전성 규제를 놓고 국회와 진지하게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