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도 붙은 文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
'코리아패싱' 진통 딛고 북미대화 중재 성과 한반도 대화 분위기 일회성 아닌 지속 주목 【서울=뉴시스】 장윤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점차 힘을 받는 분위기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이 특사단을 교환한 데 이어 다음달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됐고, 여기에다 오는 5월 북한과 미국을 대화 테이블에 나오도록 움직였기 때문이다. 대북 특별사절단을 이끈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우리시간으로 9일 오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예방 직후 브리핑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뜻을 표명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항구적인 비핵화 달성을 위해 김 위원장과 오는 5월까지 만날 것이라고 했다"고 북미대화 가능성을 밝혔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면대면 만남이 어떠한 방식으로 이뤄질지는 미지수이지만 북미대화 물꼬가 트였음을 공식화한 이정표로 풀이된다. 한반도 운전자론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 국가인 대한민국이 남북관계 개선의 주도권을 쥐고 풀어나가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는 국제 사회 공조 속 최대한의 제재와 압박 기조를 유지하되, 궁극적으로는 대화를 통해 북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미국 주도의 대북공조 틀 안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뜻을 끝까지 유지해 일정부분 성과를 거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일 김정은 위원장을 접견하고 돌아온 대북 특별사절단의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대북정책은) 유리그릇 다루듯이 다뤄라"고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문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며 "'불면 날아갈까 쥐면 부서질까' 조심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북한이 연이은 미사일 도발과 제6차 핵실험을 벌이며 미국과 강대강으로 치닫고, 중국·일본·러시아 등 한반도 주요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며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 동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북한의 도발 빈도가 최고조에 이르던 지난해 여름에는 한반도 당사자인 우리나라가 정작 한반도 정세 해결에서 배제된다는 '코리아 패싱' 논란도 정점에 달했었다.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선수단이 참여하는 평창올림픽이 '평양올림픽'으로 변질된다는 따가운 시선도 있었고, 대북 특사단 파견은 고무적이지만 미국을 움직이는 데까지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우려도 팽배했었다. 하지만 이날 대북 특사단을 이끈 정의용 실장이 우리 정부를 대표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와 북미대화 의지를 전달하고, 미국 측의 전향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면서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은 더욱 탄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김정은 위원장에게 북미대화의 전제 조건을 확인할 수 있는 '비핵화 의지'란 키워드만 이끌어내도 성공적일 것이라는 보수적인 전망을 깨고 남북정상회담은 물론 북미관계 성사까지 확인했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결과로 볼 수 있다.
정의용 실장도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우리는 평화적 해결 가능성을 시험해보기 위한 외교적 과정을 지속하는 데 대해 낙관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미국, 그리고 우방국들은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북한이 그들의 언사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줄 때까지 압박이 지속될 것임을 강조하는 데 있어 단합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렵게 붙잡은 한반도 운전대로 평화 분위기를 끝까지 이끌어갈지가 문 대통령의 새로운 과제가 됐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