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MB 수사…정치 보복→수인번호 716→옥중 반발
MB, 바레인 출국하며 "정치보복" 발언해검찰, MB 수사 '투트랙' 진행…수사 박차'저수지' 영포빌딩 압수수색 치명타 안겨구속 영장 발부…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수인번호는 716…향후 구속 상태로 재판
이 전 대통령은 수사 초기부터 재판에 넘겨지는 이 날까지 검찰 수사가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4번째 구속된 전직 대통령이라는 불명예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검찰의 '투-트랙(two-track)' 수사부터 영포빌딩 압수수색, 구치소 방문조사 시도 등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지난 6개월간 숨 가쁘게 진행됐다. ◇MB, 첫 '정치보복' 발언…검찰 수사 착수 검찰 수사는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이 접수되면서 시작됐다. 옵셔널캐피탈 장모 대표이사는 "이 전 대통령 등이 2011년 BBK 투자자문대표 김경준씨를 압박해 옵셔널캐피탈 측이 받아야 할 돈을 받지 못했다"라며 직권남용 혐의로 이 전 대통령과 김재수 전 LA총영사 등을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같은달 30일 장 이사를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는 순간이었다. 이후 수면 위로 가라앉았던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DAS)의 실소유주 의혹이 다시금 불거졌고, 시민단체들의 고발이 이어졌다. 설상가상으로 군 사이버사령부 정치공작 지시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도 진행됐다. 이에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바레인으로 출국하기 전 취재진에게 입장을 내놓았다.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 감정풀이냐, 정치보복이냐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라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아울러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 오히려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 갈등과 분열이 깊어졌다고 생각해 많이 걱정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그의 발언으로 수사 단계서부터 줄곧 외쳐 온 '정치 보복' 주장이 사실상 시작된 셈이다. ◇다스 수사팀 발족…투 트랙 수사 본격화 대검찰청은 다스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고발이 이어지자 전담 수사팀을 편성했다. 문찬석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가 팀장을 맡는 '다스 횡령 등 의혹 고발 사건 수사팀'이 발족된 것이다. 애초 서울중앙지검서도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을 수사하는 중이었다. 이에 검찰은 서울중앙지검에서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 사건을, 전담 수사팀에서는 'BBK 의혹'을 수사했던 정호영 전 특별검사와 이상은 다스 회장 등에 대한 고발 사건을 맡아 수사를 벌였다. 사실상 이 전 대통령을 향한 수사가 두 곳에서 진행된 것이다.
이후 전담 수사팀의 수사 기록은 서울중앙지검으로 옮겨졌다. 다스 경영진 등이 조직적으로 조성한 비자금의 정확한 규모와 비자금 조성의 목적·사용처, 제3자 개입 여부 등 그 실체를 밝히는 몫은 서울중앙지검에서 맡게 된 것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이명박 정부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과, 다스가 BBK 투자금 140억원을 회수하는 데 청와대 등이 관여했다는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었다. 관련자 소환 및 압수수색이 이어지면서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는 속도를 냈다. ◇영포빌딩 압수수색…MB에 치명적 이 전 대통령의 뇌물 및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수사하고 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월 서울 서초동 소재 영포빌딩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장부, 계좌내역 등 객관적인 자료 수천 건을 확보했다. 법조계에서는 영포빌딩 압수수색이 이 전 대통령 수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당시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내용이 담긴 청와대 문건 등 혐의 입증에 주요한 자료뿐만 아니라 전방위 사찰 등 추가 범죄 정황도 확보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토대로 영포빌딩이 사실상 이 전 대통령의 '비자금 저수지'라고 판단했다. 이 전 대통령이 다스를 소유하면서 조성한 300억원대에 달하는 비자금을 이곳에서 관리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영포빌딩에서 측근들로 하여금 다스 직원들의 명의로 된 다수의 차명 계좌들을 이용, 조직적으로 자금 세탁을 한 뒤 이 돈을 선거 비용 및 정치인 후원금, 사조직 운영 경비 및 사저 관리 비용으로 사용했다는 점까지 포착했다. 이에 이 전 대통령 측은 행정소송까지 제기하며 압수수색서 발견된 문건을 대통령기록물관리관에 반환하라고 맞섰다. 이에 이 전 대통령 측이 이같은 문건의 불법성을 인식함에 따라 조치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MB 기자회견…포토라인서 입장문도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월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재차 '정치 보복'을 주장했다. 그는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수사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보수를 궤멸시키고, 이를 위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출석 21시간 만에 귀가했다. 그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혐의를 완강히 부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소환 조사 등을 토대로 지난달 14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대통령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함에 따라 법원은 지난달 22일 서류 심사로 구속을 결정했다. ◇구치소 갇힌 MB…검찰 조사 일절 거부 구속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논현동 자택으로 이동, 영장을 집행했다. 이 전 대통령은 23일 자정을 넘겨 서울동부구치소로 출발했다. 그는 비교적 여유 있는 모습으로 측근들에게 안부 인사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아내 김윤옥 여사나 아들 시형씨 등은 눈물을 흘리며 이 전 대통령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자택 주변에 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거의 없었다. 이 전 대통령은 구속된 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자필 입장문을 남겼다. "바라건대 언젠가 나의 참모습을 되찾고 할 말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라는 것의 그가 구속되기 전 마지막 밝힌 입장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이후 서울동부구치소로 이동, 수감 절차를 밟았다. 그는 간단한 신분확인 절차와 건강 진단 등 절차를 받은 뒤 네 평 남짓한 독방에 수감됐다. '716', 그의 상의 가슴께 새겨진 수인번호였다. 이 전 대통령은 이후 검찰의 구치소 방문조사 시도를 모두 거절했다. 변호인을 통해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조사를 일절 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결국,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옥중조사' 없이 영장에 적시된 혐의 위주로 구속기소를 결정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