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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리한 표본 뺀 '소득주도성장' 근거 자료…논란만 키운 靑

등록 2018-06-03 19:52:12   최종수정 2018-06-18 14:3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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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이 3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계소득 동향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8.06.03.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변해정 기자 = '소득주도 성장론'을 옹호한 문재인 대통령 발언의 근거가 통계청의 원시자료(raw data)를 재가공한 국책연구기관의 자료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 자료 역시 사실상 불리한 표본을 뺀 작위적 자료라는 지적이 적지않다.

정책 실패를 포장하기 위해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는 국책연구기관의 작성 자료를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인용·해석한게 아니냐는 것이다.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은 3일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이 "소득주도 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발언한 근거가 되는 통계자료를 공개했다.

당초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발언 근거가 된 이 자료를 '통계청에서 나온 1분기 가계동향 자료를 더 깊이 그리고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본 내용"이라고 설명할 뿐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문제의 비공개 자료는 한국노동연구원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통계청의 원자료 중에서 '개인'의 근로소득만 따로 뽑아내 다시 두 가지 방법으로 분석했다. 바로 학계에서 사용되는 '가구주와 배우자 이외 기타 가구원의 소득을 1명의 소득으로 간주하는' 방법과 기타가구원의 소득은 제외한 가구주와 배우자만의 소득만 분석하는 방법이었다.

홍 수석은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발표 내용의 근거가 되는 로 데이터(raw data)를 가지고 관련 국책연구기관으로 하여금 보다 면밀하게 분석하도록 했다"며 "가계동향조사에 포함돼 있는 근로소득은 현 시점에서 개인별 근로소득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자료로, 이 자료를 가지고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얻고자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앞서 통계청은 1분기 가계동향조사를 공표한 다음날인 지난달 25일 두 기관에 '가구' 단위의 원자료를 제공했다. 

통계청은 표본 대표성을 고려해 '개인'이 아닌 '가구' 단위로만 통계를 작성·공표한다. 근로소득은 가구주·배우자·기타 가구원 3개 항목으로 구분된다. 소득을 벌어들이는 기타 가구원이 다수일 경우 개인별 소득을 알 수가 없다. 통계청이 이미 원자료를 분석하더라도 개인의 소득을 분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개인의 근로소득만 뽑아 통계를 산출했다는 점은 일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했다는 얘기가 된다. 실직자와 구직 실패자 등을 제외한 까닭에 대한 청와대 측 설명은 없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시장에서 밀려나 소득이 없는 하위계층을 빼고 소득불평등을 따지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통계청 통계에서는 확인할 수 없는 데이타를 애써 만들어내 작성한 국책연구기관의 자료를 오용(誤用)했음을 청와대가 오히려 시인한 꼴이 됐다.

통계청 관계자는 "가계동향조사 공표 후 원자료를 제공했고 추가적인 분석에 통계청은 참여하지 않았다"며 "이번 연구 결과의 경우 해당 기관에서 분석 필요에 맞춰 개인자료로 재구성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국가 통계는 통계청의 엄격한 승인 절차를 거친다. 승인받지 않은 통계가 공표될 경우 국가통계 전체의 신뢰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다.

통계법에서 '통계는 정확성·시의성·일관성 및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과학적인 방법에 따라 작성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국가 통계를 활용할 수 있지만 어떤 목적으로 선택·인용·사용하느냐에 따라 사회를 다르게 인식할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통계 오용으로 인해 정책 결정 과정이 달라질 수도 있는 문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국가 통계가 아니더라도 의미있는 지표는 생산될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정권의 입맛에 맞게, 성과 홍보용으로 통계 생산을 남발·왜곡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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