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회의 따로 교육부 따로…중3 대입개편 '혼란가중'
논의주체 달라 쟁점별 충돌 가능성기술적·전문적 성격 사안 기준 모호"무책임한 공론화 혼란만 키워"국가교육회의가 대입개편 공론화 범위를 발표한지 나흘 만인 4일 교육부는 "대입개편 공론화 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사안들과 국가교육회의의 권고사안에 대한 의견수렴과 전문적·기술적 검토를 실시하겠다"고 후속조치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특정 전형의 개선 방향에 따라 다른 전형이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대입전형의 특성상 대입개편 쟁점별로 논의 주체가 다르면 사안별로 충돌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예로 교육부가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중 평가요소로 활용되는 자기소개서와 교사추천서를 폐지하기로 결정하면 대학들은 학종의 영향력을 축소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일 수 있고, 수능 위주의 정시 비중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만일 국가교육회의 산하 공론화위원회의 공론화 결과 수능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면 수능 변별력이 약화돼 정시를 확대하기 어렵다. 정시 확대 사안을 두고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수능 절대평가는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학종의 공정성과 신뢰성 제고 방안 외에도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올해 고1에 첫 도입된 통합사회·통합과학을 수능과목에 포함시킬지 여부, 대학별 고사 개선, 수능과 EBS 교재 간 연계율 등도 국가교육회의와 별도로 결정하게 된다. 이렇듯 논의 주체가 이원화된 상태로 논의가 진행되면 제2, 제3의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가교육회의가 "기술적·전문적 성격이 강한 사항 등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논의해 결정하라"고 통보한 것도 교육현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대입개편 논의사항들을 기술적·전문적 성격이 강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누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서다. 대입개편 요소들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 받기 때문에 공론화 범위에 포함된 '학생부 위주 전형과 수능전형 간 비율',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 활용 여부', '수능 절대평가 전환 여부'도 전문가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교육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경우의 수가 많아 공론화 과정에서 결론을 도출하기 어려운 사안들을 공론화 범위에서 제외한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교육계에선 대입개편 방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국가교육회의 위촉식에서 "대입제도 개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하고 누구나 쉽게 준비할 수 있도록 단순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교육개혁의 성공은 학생·학부모·교사를 비롯한 국민의 공감을 얻는 데 달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단순하고 예측 가능한 입시'는 차치하고, 교육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구본창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정책2국장은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이송하고 국가교육회의가 국민의견을 수렴한 후 공론화 범위를 발표하는 최근 3개월 간의 과정을 보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문재인 정부가 국민과 약속한 대입제도 개편 방향과 원칙이 실종될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고 했다. 교육부가 지난해 8월 대입제도 개편안 확정을 1년 유예하면서 올해 8월까지 확정하기로 약속했던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부합하는 수능 개선 ▲고교 내신 절대평가 ▲학종 공정성 제고 방안 ▲고교학점제 등 고교교육 정상화 방안 및 대입정책을 제대로 마련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송재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대변인은 "여전히 교육개혁의 기본방향 없이 선택지만 제시했다"며 "무책임한 공론화 과정은 혼란만 키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