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러회담 잘해도 비난"…WSJ "기대치 낮추는 전략적 움직임"
【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심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이 열리는 핀란드 헬싱키로 향하는 길에서 트위터를 통해 "유감스럽게도 정상회담에서 내가 얼마나 잘하는 지에 관계없이, 러시아가 지난 수년간 저지른 죄악에 대한 보답으로 모스크바시(市)를 받아온다고 해도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받아와야 했다는 비난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많은 언론이 (미국)국민의 적이고 민주당 인사들은 어떻게 해야 (내게)저항하고 방해할 수 있는지 안다"며 "우리나라에 증오와 불화가 있는 이유"라고 언론과 민주당을 탓했다. 보좌진들도 이번 정상회담의 목표는 미러 관계의 재시작이 아닌 대화를 하는 것 그 자체라는 주장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보조를 맞췄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상회담을 통해)구체적인 결과를 찾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WSJ은 미국 행정부가 전통적으로 정상회담 및 고위급 회담에 앞서 성과를 확대하고 비평을 줄이기 위해 기대치를 낮추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시리아 내전과 이란 핵협정 및 우크라이나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핵무기가 세계의 가장 큰 문제"라며 군축을 논의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중거리핵전력조약(INF),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 연장 등도 의제가 될 전망이다. 미국 민주당은 러시아의 지난 대선 개입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러시아 게이트를 수사하는 로버트 뮬러 특검팀이 지난 14일 러시아 군 정보요원 12명을 추가 기소해 정상회담을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미러 정상회담이 개최된다는 사실 만으로 푸틴 대통령이 승자라고 지적하고 있다. 2014년 크림반도 강제 병합으로 서방과 등을 진 푸틴 대통령은 이후 국제 무대에서 서방과 동등한 파트너로 대우를 받아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노력을 지속했다. 마이클 맥폴 전 주러 미국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함께 앉아 기꺼이 긍정적인 대화를 한다는 것 자체가 푸틴 대통령에게는 커다란 업적"이라며 "이는 (러시아의)정상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또 미국에 비해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목표를 갖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국경 인근에서 실시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군사훈련 중단, 유럽 내 미군 병력 및 미사일 방어시설 철수 등을 바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2일 "아마도 군사훈련 중단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긍정적인 사인을 보내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16일 오후 1시(한국시간으로 오후 7시) 핀란드 헬싱키의 대통령궁에서 시작된다. 지난해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당시 따로 만난 이후 첫 양자회담이자 공식적인 첫 정상회담이다. 두 사람은 먼저 단독 회담을 가진 뒤 미러 간 확대회의와 실무오찬으로 일정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후 공동 기자회견도 예정 돼 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