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이 쏘아올린 강남북 균형발전 신호탄
박 시장은 이날 오후 강북문화예술회관에서 수백명의 주민을 대상으로 1시간 남짓 한 시간 동안 자신의 정책구상을 발표했다. '시민과 동고동락하는 성과보고회'라는 행사명에서 알 수 있듯이 박 시장은 시종일관 시민과의 일체감을 강조했다. 이곳에서 직접 살펴보고 경청한 내용을 기반으로 새로운 강북지역의 발전의 계기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그렇다면 박 시장이 이날 발표한 내용이 실현된다면 강남북 균형발전이란 난제는 실현될까. 사실 그동안 역대 여러 시장들 역시 박 시장과 마찬가지로 강남북 균형발전에 대한 의지를 과시했지만 그 누구도 본래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했다. 이명박·오세훈 시장 시절 대대적으로 진행됐던 뉴타운 재개발·재건축 사업도 따지고보면 강남북 균형발전을 위한 시도였지만 갈등과 대립의 상처만 낸 채 상당수가 폐기됐다. 박 시장이 발표한 내용은 눈에 띄는 내용은 우선 민자사업자 선정 난항으로 지지부진했던 면목선 등 4개 노선 비(非) 강남권 도시철도 사업을 재정사업으로 전환해 2022년 이전 조기착공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산지가 많아 보행환경이 불편하지만 고령인구 비율이 높은 강북지역의 특성을 감안해 오르막이나 구릉지대를 쉽게 다닐 수 있도록 경사형 모노레일 등 새로운 유형의 교통수단 도입하는 내용도 주목받았다. 박 시장은 그동안의 도시개발이 대형 건설사 등에 의해 주도되고, 이익도 사실상 독점했던 것을 감안해 지역 소상공인, 청년들이 주체적으로 나서는 도시개발에 주력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서울시는 일단 이날 큰 틀의 청사진을 밝힌 뒤 연말까지는 분야별 세부계획을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이에따라 구체적인 소요예산은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박 시장이 강북 우선주의를 내세웠지만 계획이 실현되기까지는 적지않은 난제가 있다.
강남지역 자치구들은 이날 발표된 박 시장의 계획에 대해 이렇다할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는 지난 6.13선거를 통해 서초구를 제외한 서울 24개 자치구에서 박 시장과 같은 민주당 소속 구청장이 당선된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 박 시장의 강북 우선주의는 비판받을 소지가 크다. 특히 같은 강남지역이면서도 균형발전 틀 밖에서 고통받고 있는 지역민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준비하고 있다. 강북지역 이전이 유력한 서울주택도시공사(강남구 소재)와 서울연구원·서울인재개발원(서초구 소재)은 주요 자산으로 여기는 이들도 박 사장의 이날 발표가 강남지역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강북지역 4개 도시철도 노선 착공도 만만치 않은 난제다. 박 시장은 당초 민자사업으로 계획됐지만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추진이 지연됐던도시철도를 시 재정을 직접 투입해 2022년 이내 착공을 목표로 조속히 추진한다고 약속했다.
더욱이 경제성이 불투명하다고 시 스스로도 확인한 내용이어서 사업 실패시 후폭풍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강북지역 빈집 1000호를 매입해 이를 청년·신혼부부 등에게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겠다는 계획 역시 혁신적인 아이디어이긴 하지만 현재 부동산 시세로는 매입비용 추계도 어려운 실정이다. 추후 재원마련이라는 난제가 얼마든지 들이닥칠 수 있다는 얘기다. 박 시장은 이같은 우려에 대해 "강남은 그동안 오랫동안 개발이 집중돼 기울어진 운동장이 돼 강북시민은 소외감을 느껴왔다"며 "신년사에서도 시민의 삶을 바꾸는 10년 혁명을 하겠다고 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 피해를 보는 강북주민에게 집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행의지를 밝히고 있다. 전직 시 고위 관계자는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서울 안에서의 지역 갈등"이라며 "박 시장의 계획이 성공하려면 그동안 낙후되고 소외됐던 강북지역에 대한 강남지역 시민들의 이해가 필수적이다. 또한 강북지역 시민들 역시 참을성 있게 기다려주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한달간의 옥탑방 생활을 끝내고 침체된 강북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강남과 강북의 꿈이 다르다'고 말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강북을 개발하겠다는 의지도 강조했다. 박 시장이 쏘아올린 신호탄이 지역갈등이라는 갈등으로 비화될지 아니면 강남북균형발전이라는 상생의 서울을 비추는 등불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