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2보]이산가족 눈물의 이별…"이제 다시는 안 올 시간"
"통일이 됐으면 좋겠는데""지난 밤에 한숨도 못 잤어""죽으면 어떡해"…"죽지 않아"
남북 이산가족들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금강산호텔에서 3시간 동안 작별상봉 겸 공동오찬을 가진 뒤, 오후 1시20분께 귀환길에 올랐다. 이날 가족들은 작별상봉 시작 전부터 눈시울을 붉혔다. 북측의 오빠 리인우(88)씨와의 작별을 앞둔 이경자(74·여)씨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이씨는 "아쉽지 만나면 헤어져야하니까 어쩔 수 없지. 그냥 건강했으면 좋겠어"라며 애써 덤덤하게 말했지만 그의 눈은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이인숙(82·여)씨는 북측 언니 리현숙(86)씨와 또다시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착잡하다"며 "이런 시간이 이제 다시는 안 오겠죠"라고 안타까워했다. 이번 상봉에 유일한 직계상봉자인 조정기(67)씨는 "그냥 기분이 좋아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얼굴 봤으니까요. 어머니 대신 한풀이 했으니 이제 그냥 좋아요"라며 감정을 추스렸다. 조씨의 작은아버지 상용(80)씨는 "내 나이가 80이 넘고 형 나이도 이제 거의 90인데 이제 우리는 살만큼 살았어. 마지막으로 만난 거지. 통일이 어서 됐으면 좋겠는데"라며 씁쓸해했다. 작별상봉이 시작되자 연회장 곳곳에서 울음이 터졌다. 가족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백년까지 살아야지"라고 다독이면서도 눈물을 쉽게 멈추지 못했다. 남측 최고령자 강정옥(100·여)씨의 북측 동생 강정화(85)씨는 "(언니가) 사망했다 생각했는데…너무 좋다"며 울먹였다. 그러자 정옥씨는 "아이고 감사합니다. 같이 삽시다"라며 동생과 헤어져야 한다는 현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정화씨는 "그러면 얼마나 좋겠냐"며 "마음은 그러나 할 수 없지 작별해야 돼"라고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강미자(54)씨는 북측 고모 강호례(89)씨에게 "고모, 할아버지 할머니가 (자식들에게) 진짜 잘해주셨어. 그러니까 많이 드시고 건강하게 하세요"라며 눈물을 쏟았다. 호례씨의 동생 후남(97)씨도 언니의 손을 꼭 잡으며 눈물을 흘렸다. 박영희(85)씨는 남측 가족들에게 반갑게 인사하며 "잠을 못 자서 수면제를 먹고 잤다"고 전했다. 남측 동생 유희(83)씨도 "지난 밤에 한숨도 못 잤어"라고 답했다.
정영기(84)씨는 북측 오빠 정선기(89)씨를 보고 통곡했다, 선기씨는 그러자 "이 오래비가 지혜롭지 못했다. 내가 죄를 지었다. 큰 죄를 지었어"라며 동생을 달랬다. 영기씨가 "드디어 오늘이 왔구나"라고 오열하자, 선기씨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며 "내가 미안하다"고 말했다. 정씨 남매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북측 보장성원도 눈물을 흘렸다. 손편지를 써서 전달하는 가족들도 많았다. 목원선(85)씨와 원구(83)씨는 북측 형 목원희(86)씨에게 집주소가 써진 봉투 뒷면에 "사랑하는 우리 형님 잘 뵙고 돌아갑니다"라며 "부디 행복하고 다시 뵐 때까지 안녕히 계세요"라고 적었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지난 24일부터 이날 작별상봉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12시간 동안의 만남을 뒤로하고 오후 1시20분에 귀환길에 올랐다. 한편 남북은 지난 20일부터 이날까지 2회차에 걸쳐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개최했다. 1회차 때는 남측에서 89가족 197명이, 2회차 때는 81가족 326명이 방북해 북측 가족을 만났다. 전날 2차 상봉단 중 1명이 남측 병원으로 후송되고 가족 중 1명이 동반하면서 상봉단 324명이 이날 행사에 참여했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