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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건설한류①]'바다가 황금의 땅으로'…싱가포르 지도 바꾼 현대건설의 대역사

등록 2018-09-10 09:00:00   최종수정 2018-09-18 09: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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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투아스 '핑거1' 매립지…亞 해양허브 선점 기대

2014년 첫삽후 공정률 98%…'우공이산' 현실화 눈앞

1.3만톤짜리 바닷속옹벽 '케이슨' 경쟁국 따돌린 효자

얇고-빠르고-정확한 기술 노하우 완벽…中 격차 10년

향후 케이슨 기반기술로 '떠다니는 항구' 등 외연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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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이 21일 싱가포르에서 수주한 투아스 터미널 매립공사 현장(사진제공=현대건설)
건설사의 위기다. 그동안 건설사들의 실적을 뒷받침하던 국내 주택 경기가 정부 규제로 위축되고 있고 SOC 예산도 매년 줄어 토목공사 역시 과거에 비해 크게 축소됐다. 해외시장도 유가 하락 이후 발주가 감소하면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기속 탈출구를 찾기 위해선 해외로 다시 눈을 돌려야한다고 말한다. 1965년 세계 건설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후 7700억달러 공사를 수주하는 등 한국경제의 발전을 이끌어온 저력을 다시 보여줄 때라는 것이다.
 특히 아시아시장에서 선전이 기대된다. 올해 8월말 기준 해외건설수주액은 202억달러로 이중 아시아시장에서 115억달러(57%)를 기록해 가장 많은 수주고를 올리고 있다. 건설사들은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과 노하우로 중동뿐아니라 베트남과 싱가포르,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등 새로운 ‘기회의 땅’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의 깃발을 꽂고 있다. 건설붐이 한창인 동남아시아에서 묵묵히 땀을 흘리며 건설한류를 일구는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기록했다. [편집자주]

【싱가포르=뉴시스】박영환 기자 = 지난달 13일 오후 2시(현지시간), 싱가포르 서부 투아스지역의 '핑거1' 매립지 현장. 누런 빛깔의 모래를 바닷속에 퍼부어 만든 이 매립지 앞쪽으로 흐르는 바다 왼편에는 흰색의 콘크리트 옹벽이 거인처럼 상반신을 드러낸채 웅크리고 있다. 핑거2지역 매립을 주관하는 벨기에 업체가 제작한 콘크리트 물막이인 '케이슨'이 바로 그것이다.

 바다를 향해 손가락 모양으로 튀어나온 '핑거1'은 인구 550만 도시국가 백년대계(百年大計)의 시험장이다. 싱가포르는 항만시설을 영해와 공해가 겹치는 이 곳으로 옮겨 정박과 하역에 드는 시간을 대폭 줄일 계획이다. 아시아와 유럽, 미주대륙 등으로 향하는 선박을 이 곳에 유치해 각국이 다투는 아시아 해양 허브 경쟁에 마침표를 찍겠다는 포석이다.

 싱가포르의 영토를 늘리고 용도도 바꾸는 대역사에 참가한 주인공이 바로 한국 건설업계의 좌장격인 현대건설이다. 지난 2014년 7월 첫 삽을 뜬 매립공사는 이날(8월13일) 현재 공정률 98%를 기록중이다. 발주처는 싱가포르 JTC. 바다를 조금씩 메워 땅을 넓혀온 이 도시국가의 면적은 이미 서울을 넘어섰다. 흙을 퍼날라 산을 옮긴다는 우공이산의 고사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붉은색 수건을 얼굴에 두른 채 현장을 안내하던 현대건설 직원은 이 지역이 천혜의 요충임을 알려준다. 그는 “전국에서 농수산물이 모여드는 한국의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과 같은 곳”이라며 “중동에서 두바이유를 실은 선박은 무조건 이곳에 도착해 물건을 경매한다”고 설명한다.

 현대건설이 싱가포르에서 매립공사(핑거1,3)를 2014~2018년 잇달아 따낸데는 바닷속 옹벽인 ‘케이슨’이 한 몫했다. 케이슨은 바다를 매립하는데 쓰이는 콘크리트 물막이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충남 아산만 서산 간척지 방조제 작업을 하며 동원한 폐유조선의 최신 버전인 셈이다.

 이 콘크리트 옹벽의 중량은 개당 1만3000톤. 높이 30m에 두께는 18m에 달한다. 현대건설이 핑거1 매립현장에 설치한 케이슨만 92기. 한 달 평균 8개를 제작한뒤 배로 실어 날라 싱가포르 정부가 지정한 바닷 속에 설치한다. 그리고 그 뒤편에 모래를 쏟아 부어 바다를 매립한다. 

 현대건설이 중국, 벨기에를 비롯한 후발주자의 추격을 뿌리친 데는 ▲케이슨의 크기 ▲제작 속도 ▲디자인 역량이 주효했다. 크기와 중량을 키우면서도 두께는 줄이고 빨리 만들어내 정확히 설치하는 게 핵심이다. 현대건설 제품은 벨기에 업체가 제작한 케이슨보다 두께가 10여m가량 얇다. 이 차이가 원가를 비롯한 양사 경쟁력의 격차를 한눈에 보여준다는 게 이종찬 핑거1 현장 소장(상무)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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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뉴시스】박영환 기자 = 싱가포르 투아스의 핑거1 해상 매립지 현장. 현대건설은 콘크리트 옹벽인 '케이슨'을 활용해  싱가포르 지도를 바꾸는 대역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거대한 콘크리트 옹벽을 싱가포르 정부가 지정한 바닷속에 설치할때 생기는 오차도 불과 4cm. 현대건설이 매립 부문에서 유독 압도적 우위를 자랑하는데는 이러한 기술력이 자리잡고 있다. 올해 2월 일본의 펜타오션 등과 수주한 핑거3 현장에 투입할 케이슨의 중량은 무려 2만톤. 동남아에서도 중국 건설사들이 맹위를 떨치며 황화론이 거세지만 적어도 매립분야는 이러한 기류의 무풍지대다. 벨기에나 한국의 경쟁사들과는 5년, 중국과는 10년의 기술격차가 있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현대건설이 이 분야에서 독보적 경쟁우위를 확보한데는 아시아 외환위기가 한몫했다. 환란의 여파로 싱가포르에서도 일감이 끊긴데다 케이슨 제작 기술도 이른바 ‘코모디티(범용화)’의 길을 걷자 자구책을 찾아야 했다. 핵심 경쟁력은 중량.이 콘크리트 구조물(케이슨)은 지난 1997년 2000t에 불과했다.

 문제는 중량이 5000t을 넘어가면 운송할 수단이 없다는 점이었다. 5000t 짜리 케이슨은 애물단지였다. 2000t까지는 조선소에서 사용하는 해상 크레인으로 집어 배로 옮겨 실으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이 중량이 3000t을 넘어 5000t에 달하자 그 하중을 감당할 크레인이 더 이상 없었다. 

 위기의 돌파구는 이번에도 사람이었다. 범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중공업의 한 직원이 발상의 전환을 제안했다. ‘들지 말고 밀자’는 게  그 골자였다. 이 경우 들어올리는 힘의 10분의 1만으로 케이슨을 바다로 옮길 수 있다는 조언이었다.  이 아이디어는 현대건설이 이 분야에서 치고나가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현대중공업 직원의 아이디어는 케이슨 대형화의 길을 열었다. 3000t에 머물던 케이슨은 이후 5000t, 8000t, 1만t으로 초대형화의 길을 걸으며 현재는 2만t돌파를 앞두고 있다. 아이디어를 현장에 적용하며 그 실효성을 검증하는 이른바 ‘축적의 시간’을 거치며 이 분야 강자로 우뚝 선 것이다. 

 물론 이 아이디어를 현실에 옮기기까지 다시 시행착오가 거듭됐다. 하단부에 바퀴를 장착해 밀어보자는 제안은 초반에 주목을 끌다가 일찌감치 탈락했다. 결국 이동로에 레일을 깔고 기름칠을 한뒤 케이슨 뒷쪽에 500t짜리 유압잭을 받치고 밀자는 아이디어가 낙점을 받았다. 아울러 마찰을 더 줄이기 위해 유압잭 바닥 일부에 롤러스케이트장에 쓰이는 소재도 붙였다.

 현대중공업 직원이 낸 이 아이디어는 현대건설 특유의 실행력과 맞물리며 시너지를 냈다. 이종찬 소장은 이러한 경쟁력의 원천으로 현대건설의 연구하는 문화를 꼽는다. 이 소장은 “지금은 은퇴한 현대건설 선배들을 보면 바쁜 시간을 쪼개 늘 노트에 뭔가를 적고 있던 기억이 난다”면서 “선배들은 후배들을 상대로 현장에서 해법을 찾고 연구할 것을 늘 독려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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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뉴시스】박영환 기자 = 싱가포르 핑거1 사무소장인 이종찬 현대건설 상무가 지난달 13일 기자에게 매립에 쓰이는 케이슨을 설명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케이슨을 기반 기술로 삼아 떠다니는 항구를 비롯한 다양한 부문으로 외연을 넓혀나간다는 계획이다. 현재 지중해 연안의 부국 모나코가 이탈리아 건설사가 제작한 '움직이는 항구'를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항구는 운송중인 선박을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장은 아울러 섬과 섬을 잇는 장대교와 지중화 등을 새로운 '먹을거리'로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싱가포르 매립지역에 들어설 컨테이너 야적장은 6단이 아니라 9단을 쌓아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으며 결국 이 요건을 충족하려면 컨테이너 일부를 지하에 배치하는 지중화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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