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 이로써 모든 검증과정 통과한 완벽 배우로 거듭나다
깡패와 악마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천의 얼굴'을 드러낸다. 영화에서 주지훈의 배역은 '강태오'다. 연쇄살인 소재 영화의 흔한 사이코패스가 아니다. 희로애락이 초 단위로 오가는 희대의 살인범이다. 주지훈은 "처음 역할을 접했을 때 무서웠다"고 회상했다. "공포스러웠다. 일종의 묻지마 범죄다. 철두철미하게 계획을 짜거나 복수심 같은 것도 없다." 암수살인은 한국영화에서 한 번도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소재다. 피해자는 있으나 신고도, 시체도, 수사도 없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살인 사건이다. 주지훈은 "액션이나 추격전이 없지만 묵직한 울림이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심리적인 긴장감으로 스릴러를 이끌어 가는 게 강점이다. 상업영화로서의 쾌감을 전하면서 어떻게 이야기를 이끌어갈지 고민했다. 영화 내용이 흐지부지한데, 내 캐릭터만 강하면 배우로서 좋을 게 없다. 영화 자체의 메시지가 좋다." 3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부산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토대로 했다. 시작은 김 감독이 2012년 우연히 본 SBS TV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에피소드다. 파렴치한 살인을 저지른 범인과 그를 쫓는 형사 이야기를 접하고 취재를 위해 다음날 무작정 부산으로 내려갔다. 사건 담당 형사를 만나 범행 흔적이 생생하게 남아있는 현장으로 향했다. 이후 5년에 걸친 끈질긴 인터뷰와 꼼꼼한 취재 끝에 이 작품을 완성했다.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수사기록과 과정을 토대로 재구성됐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찾아서 보지 않았다. 김 감독이 이 방송을 참고해달라고 하지 않았다. 배우들은 시나리오에 집중하고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었다. 전형적인 악역에서 탈피하고 싶었다." 자신의 극중 캐릭터는 "연기적으로 뛰어놀 수 있는 요소가 많은 인물"이라고 봤다. "태오가 그냥 미쳐서 날뛰는 것 같지만 다 약속되어 있었다. 마치 연극을 하는 것처럼 짰다. 대사 한 마디에서 고개의 각도까지도 하나하나 계산돼 있었다." 서울 태생인 주지훈은 부산 토박이 태오를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이 영화 제작자인 곽경택(52) 감독에게 사투리를 배우고, 부산 친구들과 매일 통화도 했다. "영화를 찍는 동안 하루 8~9시간씩 사투리만 공부했다. 부산 사투리는 강렬한 액센트와 불규칙한 성조가 있다. 모든 대사에 10단계로 나눈 성조를 일일이 표시하고 연습했다. 너무 어려웠지만 좋은 경험이었다." 2018년은 주지훈에게 대단히 의미심장한 해다. 주연한 '신과함께'(감독 김용화)는 1·2부 모두 1000만 관객 영화가 되며 '쌍천만'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8월 개봉한 '공작'(감독 윤종빈)도 약 497만명을 모았다. 흥행성공뿐 아니라 연기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며 영화계에서 가장 '핫'한 배우가 됐다. 주지훈은 "매 작품을 행복하게 찍었다"며 "언제 또 이렇게 많은 작품을 하겠느냐. 진짜 행운아였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영화를 보고 안 보고는 관객들의 선택이다. 내가 원한다고 해서 이뤄지는 일이 아니다. 아주 많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더욱 노력해서 대중에게 친숙한 배우가 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