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토론장 방불케 한 복지위 국감…재정안정성 등 집중
윤소하 "수익비 계산때 유족연금 포함해야"김세연 "지급명문화 재정안정화 방안 아냐"오제세 "선진국처럼 적립식서 부과식 바꿔야"
정부는 애초 예정했던 10월말보다 한 달가량 늦은 11월말까지 '제4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날 국민연금공단 국정감사는 정부안 제출 이후 국회 논의 과정을 미리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포문은 야당이 열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국민연금 수익비' 산출 과정을 지적했다. 납부한 보험료보다 노후에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를 '총 보험료 현재가치' 대비 '총 연금액 현재가치' 비율로 계산한 수익비가 실제 혜택보다 과소 평가돼 있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국민연금공단이 평균소득자(월 227만원) 수익비를 1.8배라고 얘기하는데 공단은 가입자 자신이 받는 노령연금만 반영했다"면서 "국민연금 급여에는 사망할 경우 유족이 받는 유족연금과 장애를 가질 경우 장애연금까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447만5143명이 국민연금 급여 18조1553억원(일시금 제외)을 받았는데 수급자의 15.5%인 69만3141명이 급여의 10.3%인 1조8747억원을 유족연금으로 수령했다. 장애연금도 7만5486명(1.7%)이 3490억원(1.9%) 받았다. 여기에 공단은 연금 수령 가능 기간(현행 국민연금 수급 연령 62세, 2033년부터 65세)으로 볼 수 있는 65세 이후 기대여명을 20년으로 가정했는데, 2016년 통계청은 장래인구추계를 통해 25.3년으로 내다보고 있다. 윤 의원이 노령연금에 유족연금을 합치고 기대여명을 25.3년으로 조정해보니 평균소득자의 수익비는 2.6배가 됐다. 40년 가입했을 때 가입자가 낸 보험료의 2.6배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수익비 산출 기준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윤 의원 질의에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좋은 의견"이라며 "지금 세대 수급자만이 아닌 미래세대 수급자는 기대여명에 따라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나 수익비에 산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동의했다.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은 '연금 종말론'을 언급하며 지속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김 의원은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재정안정화 방안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70년 추계 마지막해인 2088년도 적립배율 1배(적립기금으로 당해 총 연금액 지출 가능)로 재정안정성을 갖출 필요 있다는 말을 했다"며 "그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김 의원은 복지부가 지난 10일 국정감사에서 분명히 한 '지급보장 명문화' 추진에 대해선 재정 안정화 방안이 아니라는 데 방점을 찍었다. 그러면서 "70년 재정추계 자료를 보면 (국민연금 누적적자가) 2088년도에 1경7000조원까지 나온다. 소득대체율을 45%에서 50%로 올리면 더 심각하다"며 "교육부 입시대책처럼 복수안을 내 국민에게 선택하라는 무책임한 자세가 아니라 어떤 대책을 내놔야 지속가능할지 대안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계획대로 복수안이 아닌 단일안을 국회에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도 "국민들을 안심시킬 방안은 되겠지만 재정 안정화 방안으로 보기 어렵다"면서도 "가장 결정적으로 중요한 토론은 국회가 이끄는 게 맞다. 해법을 내놓기엔 상당한 부담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책임있게 나서고 국회가 국민 의사를 물어 지속가능한 연금제도를 만들어준다면 국민들도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은 현행 '적립방식'인 국민연금제도를 '부과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독일과 영국, 일본 등 연금 역사가 오래된 국가들은 대부분 그해 연금지출을 같은 해 보험료 수입으로 충당하는 '부과방식'을 선택하고 있는데, 한국 국민연금도 이런 흐름으로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오 의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4배가 넘는 노인빈곤율을 예로 들면서 "국민연금은 노인에게는 무용지물이자 그림의 떡이고 청년에겐 불신의 대상이자 지속 불가능한 제도"라면서 "매년 50조원 이상을 국민연금공단이 빨아들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30년만 운용 가능하고 그 이후엔 불가능한 제도를 선진국처럼 부과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며 "다른 나라는 부과방식으로 하기 때문에 기초연금을 따로 주지 않고 50만원에서 100만원을 드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주장에 김성주 이사장은 "(부과방식으로의 전환은) 중요한 문제여서 오랫동안 학계에서 논쟁 돼 왔던 문제"라면서 "많은 국가에서 기초연금 중심이냐 국민연금 중심이냐는 선택되고 둘의 조합에 의해서 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기초연금을 확대하고 국민연금은 국민연금대로 강화해 나가는 데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의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대여 거래에 따른 공매도 우려에 김 이사장은 "22일부터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대여를 신규 거래에 대해 중지했다"며 "기존 대여된 주식은 차입기관과의 계약을 고려해 연말까지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단과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을 두고 출장 증가 등으로 업무효율이 떨어진다'는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 비난을 두고 전주를 지역구로 한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은 "국민연금 위기 원인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 속 거수기 노릇에 따른 전문성과 독립성 훼손"이라며 "'전주리스크'가 아니고 '삼성리스크'이자 '최순실리스크'"라고 맞받아쳤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