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현주소③]한국당 U턴, 보수대통합 신호탄 될까
이학재 의원, 보수통합 명분삼아 자유한국당 재입당당장 탈당 도미노 가능성 낮지만 보수 대통합 '물꼬'한국당 당협위원장 선발·전당대회 전후 2차 탈당 관심
지난번과 같은 집단 탈당이 아닌 '나 홀로' 탈당에 불과하지만, 향후 보수대통합 국면에서 연쇄 탈당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바른미래당은 물론 여야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탈당, 당협위원장 물갈이…보수대통합 신호탄 될까 그간 탈당설이 불거질 때마다 당 안팎에서 자주 거명됐던 이 의원은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합당해서 만들어진 바른정당이 창당한 이래 '탈당1호'로 남게 됐다.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탈당설은 한국당이 내건 보수대통합론과 맞물려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한국당 원내대표 선거나 내년 초 전당대회를 전후한 시점에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당적을 옮길 적절한 타이밍이 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되곤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의원의 자유한국당행(行)이 일단 보수대통합의 신호탄을 쏜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이 의원이 바른미래당에서 '1호 탈당'을 감행하면서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출신 의원들에게도 상대적으로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고 운신의 폭을 넓혀준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보수야권의 정계개편은 한국당 당협위원장 선발과 전당대회가 몰려있는 내년 초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국당은 인적쇄신의 일환으로 현역 의원 21명이 맡고 있는 당협위원장을 물갈이하면서 전국 253개 당협 가운데 79곳을 '일반 공모 대상 지역'으로 분류하고, 내년 1월 중순 당협위원장을 선발하기로 했다. 한국당은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과 이학재 의원(인천 서갑), 오신환 의원(서울 관악을) 등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의 지역구는 일반 공모 대상 지역으로 분류한 반면, 비박계인 이혜훈·정병국·유의동·정운천·지상욱 의원 등의 지역구는 당협위원장 교체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한국당이 바른미래당 내 '복당파'의 재입당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과 의원들을 선별적으로 가려 받겠다는 '갈라치기' 의도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지만 단정하긴 힘들다. 오 의원이 공개적으로 복당을 거부하고 있고, 하태경 의원 지역구(부산 해운대구갑)도 당협위원장 교체 대상에 포함돼 복당파를 배려한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차기 수장을 새로 뽑는 내년 전당대회 결과도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는 점도 탈당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비박계 인물이 당대표가 된다면 한국당에서는 '친박 정당' 꼬리표를 뗄 수 있고,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도 친박계에 대한 거부감을 덜고 합류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분열된 보수세력의 '헤쳐모여식' 통합이 이뤄지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박계(잔류파)의 결집으로 원내 지휘봉을 빼앗긴 비박계(복당파)가 전대에서도 친박계와의 힘겨루기에 밀려 고전한다면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복당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옛 바른정당 출신의 한 의원은 "한국에서 중도 정당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정치하는 건 힘들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면서도 "앞으로 당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모르지만 한국당으로 돌아갈 생각은 절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탈당 도미노' 임박한 건 아니지만…잠재적 '뇌관' 많아 이학재 의원의 탈당으로 바른미래당이 원내 교섭단체로서의 지위를 상실하는 건 아니지만, 정체성을 둘러싼 '집안싸움'이 재연될 소지가 없는 건 아니다. 중도개혁 노선을 추구하는 바른미래당에서 이념이나 정체성 혼란으로 한국당 복당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의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유승민 전 대표와 지상욱 의원, 이언주 의원 등 주로 바른정당 출신이나 보수 색채가 짙은 의원을 중심으로 탈당설이 꾸준하게 오르내리고 있다.
바른미래당 내에서 탈당설이 자주 오르내리는 이언주 의원은 당 지역위원장(경기 광명을)에 응모한 상태지만, 차기 총선에서 당적과 지역구를 함께 옮겨 김무성 의원의 지역구(부산 중구·영도)를 물려받아 출마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옛 새누리당 출신 의원을 포함한 바른미래당 내 보수 성향 의원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유승민 전 대표는 공개적인 정치활동을 재개하면서 당 정체성에 대한 걱정과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유 전 대표는 "바른미래당에서 '보수라는 말을 쓰지 말자' '왼쪽도 오른쪽도 아니고 중도다'라고 얘기하는 분들이 안보·경제·복지에 대해 생각을 같이 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서 괴롭다"며 "제가 생각하는 개혁보수와 바른미래당이 초점이나 방향이 좀 맞지 않다는 괴로움이 있다"고 토로한 바 있다. 진보적 성향의 국민의당 출신과 보수적 성향의 바른정당 출신이 모인 바른미래당은 이념적으로 민감한 주요 이슈마다 극명한 견해차를 드러내고 있다. 이를 두고 여전히 '화학적 결합'이 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바른미래당 원내지도부가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범여권과 이른바 재판 거래 의혹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 설치에 공조하기로 한 방침에 대해 지상욱 의원과 박주선 의원 등이 공개적으로 반발해 당 지도부와 각을 세웠다.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에 대한 당론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지도부가 비준 동의에 긍정적인 반면, 이학재·김중로 의원 등 보수 성향이 강한 의원들의 반대로 비준동의안 처리 절차에는 응하지 않는 애매모호한 결론을 내렸다. 당내 일각에서는 지지율이 오랜 기간 한 자릿수의 답보 상태에 머물자 지도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조금씩 흘러나온다. 바른정당 출신의 한 의원은 "바른미래당은 소수정당 치고는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의원들이 상당히 많은 편이지만 지지율은 생각보다 낮게 나온다"면서 "결국 스타플레이어는 많지만 '팀워크'(teamwork)가 제대로 안 되기 때문이다. 팀을 이끄는 감독이 아니면 누구 책임이냐"며 손학규 체제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