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대우조선 인수 확정…노조 반발·독점 논란 넘어설까(종합)
수주잔량 기준 세계 조선업의 21% 차지…LNG선 점유율은 60%양사 노조 반발하며 강력 투쟁 시사…구조조정 우려에 노사갈등 증폭경쟁국 견제도 변수…유럽·美 등 주요국 기업결합 심사 통과해야
12일KDB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인수후보자로 현대중공업이 확정됐다고 12일 밝혔다. 앞서 산은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인수·합병(M&A)에 관한 조건부 양해각서(MOU)를 맺고 삼성중공업에도 인수의향을 물었다. 산은 측은 "삼성중공업은 대우조선 인수 제안 요청에 전날 참여의사가 없다고 공식적으로 통보했다"며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이 인수후보자로 확정됐다"고 설명했다 인수 구조는 현대중공업을 조선합작법인(중간지주)과 현대중공업(사업법인)으로 물적분할하고,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주식을 조선합작법인에 현물출자해 조선합작법인의 신주를 취득하는 방식이다. 조선통합법인 산하에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을 비롯해 현대중공업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도 편입된다. 현대중공업은 조선통합법인의 1대 주주가 되고 산은은 현물출자 대신 신주를 배정받아 2대 주주가 된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1조5000억원을 지원하고 자금이 부족하면 1조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노동조합은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양대 조선회사가 합병할 경우 인력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매각 철회를 요구하며 무기한 천막농성에 나서기로 하는 등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 노동자과 지역의 요구를 철저히 무시하고 일방적인 매각(인수합병) 절차를 강행하고 있다"며 "오늘부터 산업은행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하며노동자들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총력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대우조선 노조는 이날 노동조합 운영위원회, 13일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쟁의권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한다. 이후 17~18일 양일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도 사측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반대 입장을 나타내며 투쟁 방침을 시사했다. 노조는 "여전히 조선경기는 불안정한 상태"라며 "세계 경제의 저성장으로 해운경기도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선박 수명주기와 환경규제, 중국의 품질 경쟁력 저하로 인한 반사이익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우조선은 부실부분이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부채비율이 높은 편이고 2조3000억원가량의 영구채를 안고 있다"며 "대우조선 인수 이후 두 회사가 동반부실에 빠지면 구조조정은 가속화할 것이고 노사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3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대중공업이나 대우조선해양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시행해 인력 구조조정은 마무리 단계"라며 "인수 과정에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그러나 즉각적인 인력변화는 없어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주요 사업이 겹쳐 유사 부서의 통폐합은 예견된 수순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경쟁국의 견제도 넘어야 할 장애물이다. 지난해 기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세계 선박 수주 점유율은 21%에 이른다. 특히 국내 조선업계가 강점을 보이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은 양사가 합칠 경우 점유율이 60% 가까이 된다. 이 때문에 초대형 조선사의 출범으로 해외 경쟁업체들이 시장 독과점 우려 등을 제기하며 반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 인수를 완전히 마무리 지으려면 우리나라의 공정거래위원회를 포함해 유럽, 미국 등 주요 시장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심사 자체가 통상적으로 수개월이 걸리는 데다 각 국의 판단을 쉽게 예측하기 어려워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을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보자로 확정하면서 인수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인수합병 절차는 이제 시작"이라며 "풀어야 할 과제가 쌓여 있어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email protected] |